세월호 참사로 청소년들이 달라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청소년들이 달라지고 있다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4.05.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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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이라는 사상 초유의 참사를 겪으면서 청소년들이 사회현상에 대해 단순히 넘어가지 않고 과감하게 변화하고 있다.

스스로 대처 방법을 생각하고 서로 공론장을 펼치며, 정부와 기성세대들의 무책임함에 대해 논의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정부와 어른들의 모습이 청소년들에게 가볍게 비치는 것은 그만큼 부실한 사고 대처 등의 문제가 그들의 눈에도 비쳤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를 보며 또래 청소년들에게 심각하게 번지고 있는 '집단 우울증'과 '어른 기피증'에 대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청소년들에게 세상이 온통 부정적, 경쟁적, 이기적으로 인식된다면 기성세대가 된 이후에 그 사회는 더 삭막하고 각박해질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우려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정부와 교육 당국이 급히 내놓은 수학여행 폐지 결정에 대해서도 학생들 사이의 갑론을박이 거세지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사고가 나서 수학여행을 없애면, 학교폭력 해결은 학교를 없애나요", "어른들의 잘못에 왜 우리의 소중한 추억과 경험을 버려야 하나요", "이번 사고로 (수학여행)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안전을 더 생각해야지 없애고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교육 당국이) 이해가 안 간다"라며 민감한 반응으로 반론을 펼치고 있다.

이어 "앞으로 얼마든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시기도 시기지만 이런 불신으로 무슨 여행을 가나. 다 폐지되는 것이 옳다", "지금 시국에 수학여행의 금지는 당연하다" 등의 반응으로 온라인 설전까지 한창이다.

▲ 경기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합동분향소에서 안산단원고 학생이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청소년들은 같은 또래 집단의 영향을 쉽게 받기 때문에 또래 아이들이 이번 참사로 많은 희생이 뒤따르면서, 학생들이 믿었던 어른들에 대한 배신과 분노가 적지 않을 것이라서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은 이런 불안은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으로 커지고 자신들의 안전을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는 성향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이번 사건에 대한 충격이 크다는 방증이다.

청소년 활동 전문가는 이런 학생들의 반응에 대해 '원격 사회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는 "청소년들은 각종 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각종 정보를 습득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곧 사회의 일원이다"고 말한다.

때문에 "문제는 정보를 습득한 청소년들이 정보를 자가 생산하고 평가ㆍ판단할 수 있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그런 정보를 접하고 추가 정보를 찾아서 판단하기까지 이르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하는 주체가 되면서 위험성이 수반된다"고 경고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이 같은 반응은 큰 사회현상에 대한 아이들의 정상적인 반응이다. 병이 아니다. 정신의학 관점에서 봤을 때, 부모들이 아이한테 사과해야 치료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할 수 있다. 사과는 아이들의 어긋난 마음을 수선해주는 것이어서, 감정에 대해 치료(emotional repair)를 해준 다음 안심을 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