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신속과 안전 사이 갈등?
지하철 2호선, 신속과 안전 사이 갈등?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4.05.27 11: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간 ‘신속’한 운행에 중점을 둬왔던 지하철 2호선이 지난 2일 상왕십리역 사고 이후 ‘안전’한 운행에 좀 더 치중하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지하철 2호선은 너무 많은 승객 때문에 종합관제소와 기관사가 재량껏 판단해 앞차가 역에서 출발하지 않아도 뒷열차를 출발하는 이른바 ‘줄줄이 운행’을 해왔다. 이는 얼마 전 발생한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 사고의 주된 원인이다.

사고 후 서울메트로는 부랴부랴 앞차가 역을 출발한 뒤 뒤차가 출발하도록 내부 방침을 세우고, 26일 처음으로 출퇴근 시간대까지 엄격하게 이 조항을 적용했다.

그러자 이번엔 승객들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이 ‘열차 간격 조정’을 이유로 빈번하게 정차•대기해 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출근길 지하철 2호선 내선은 최대 15분, 외선은 최대 30분이나 운행이 지연됐다.

첫차 운행부터 오후 3시까지 역무실과 홈페이지에 지연증명서를 발급한 승객은 2,170명에 달했다. 

이에 서울메트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장애나 고장이 아닌 출근 시간대 열차 안전거리 확보 때문에 열차가 지연된 것이라 공지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상왕십리역 사고 후 원칙을 지키다 보니 열차 운행이 더 늦어지고 있다”며 “승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탑승 인원이 너무 많아 열차가 역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호선의 경우 아침에는 열차 수용 능력 이상의 많은 승객이 이용한다”며 “열차 문이 한 번 늦게 닫히면 그게 열차 지연으로 이어지고, 그러면 승강장의 승객은 더 많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승객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자 서울메트로는 안전거리 확보와 갈 길 급한 승객들 사이에서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눈치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안전거리 확보를 우선으로 할 것인지, 승객이 밀리는 부분을 감안해 현행대로 운행을 할 것인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메트로는 열차가 제 시간에 출발할 수 있도록 27일부터 ‘커트맨(cut-man)을 승객이 붐비는 출퇴근 시간대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보안관과 서울메트로 직원, 사회복무요원 등으로 구성된 커트맨은 오전 7시 20분부터 2시간 동안 대림과 신림, 봉천, 서울대입구, 사당, 교대역 등 외선 6개 역에 배치된다.

퇴근 시간대에는 잠실과 삼성, 선릉, 강남, 교대, 사당 등 내선 6개 역에서 승객의 열차 탑승을 도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