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6년차의 관록' 김대희,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인터뷰] '16년차의 관록' 김대희,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 오정희 기자
  • 승인 2014.11.20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개그맨 김대희

"처음 개그맨이 되겠다고 결심한 날, 소름이 끼치는 전율을 느꼈고 대중교통 속도에 내가 꾼 꿈이 날아갈 것 같아 대학로에서 집인 잠실까지 걸어갔다"는 순박했던 청년은 이제 데뷔 16년차, '개그콘서트의 원로'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대학시절 어렴풋이 꿈꾸던 개그맨 된 뒤로 꾸준히 사랑받아 온 개그맨 김대희는 "지금이 '제8의 전성기'"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지난 21일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 '쉰밀회' 유아인 역으로 사랑받고 있는 김대희를 만나 그의 개그 인생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첫 만남 장소는 그가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코코엔터테인먼트였다.. 그곳은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3층 짜리 사옥이었다. 개콘 아이디어 회의를 끝내고 급하게 도착한 김대희는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인터뷰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누구보다 뜨겁게 다가온 그의 열정은 듣는 이로 하여금 지금은 잊어버린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했다. 

이날 김대희는 최근 '개콘'의 인기 코너중 하나인 '쉰밀회'에서 유아인역을 맡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그는 "코너를 짤때까지만 해도 '밀회'가 성황리 방송되고 있었다. 극중 94년생인 유아인과 딱 20살 차이나는 74년생인 내가 유아인 역을 맡으면 재밌는 개그가 나오겠다 싶어서 시작했다. 내용은 주로 옛날 용어 같은 것을 위주로 이야기하고 요즘 단어를 이야기하면 못 알아듣는 식으로, 21살이라 우기지만 41살이라고 은연중에 들통 나는 구성"이라고 코너에 대한 설명을 했다.

그는 이러한 개그 코너가 탄생하기까지 끊임없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개그맨들은 새 코너 아이디어를 항상 개개인 머리 속에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삼삼오오 모이면 각자 새 코너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이렇게 함께 이야기하다 합의점이 찾아지면 새 코너가 나온다. 특별히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기 보다는 광범위하게 영화를 보고 패러디를 하거나 과거를 돌이켜보며 재미있었던 사건 등을 떠올려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답하면서도 "하지만 과거만 가지고는 안된다. 최근 젊은 사람들의 유행코드 등 트렌드도 알아야 접목시켜서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쉰밀회'의 경우에는 '지나온 과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세상에 태어나서 기억나는 시점, 5살 6살부터 돌이켜 보는 것이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국민학교, 학력고사 등 어느 순간 바뀐 단어들이 있다. 쉰밀회는 현재와 다른 이런 마지막세대의 살아온 과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김대희는 오랜 기간 개그계에서 활동 해온 만큼 많은 작품에서 연기를 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코너로는 망설임 없이 '대화가 필요해'와 '씁쓸한 인생'을 꼽았다.

"처음 본 개그공연, 전율 잊을 수 없어"
개그맨을 수단으로 삼는 후배들에 '일침'
"코코엔터, 코미디계의 한 획 긋길"

김대희가 제일 처음 꼽은 '대화가 필요해'는 그에게 처음으로 '최우수코미디' 코너상을 수상하게 만들어준 코너로 "한 코너를 2년 넘게 하기 쉽지 않은데 장기간 장수했던 코너기 때문에 삭발을 하는 등 에피소드, 추억이 많다"고 전했으며, 또 다른 코너인 '씁쓸한 인생'은 당시 절친한 친구인 김준호가 방송 활동을 쉬게 된 시절 대신  코너를 이어 받아게 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와 관련해 김대희는 "남의 코너를 이어서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됐지만, 내가 이어 받지 않으면 김준호와 같이 했던 친구들이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며 "다함께 노력한 결과, 코너를 장수프로그램으로 만들었고 김준호가 다시 돌아왔을 때 자신 있게 코너를 넘겨줄 수 있었다"고 뿌듯해 했다.

데뷔 초기 유난히 잘생긴 얼굴로 '미남 개그맨'이라는 수식어 따라 다녔던 김대희는 사실 개그맨이 되기 전  연극영학과에 재학하며 배우를 꿈꿨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군대'였다.

김대희가 배치 받았던 자대에서 '역대 고참중 정찬우란 개그맨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이후 파견된 문화선동부대(이하 문선대)에서도 정찬우의 발자취를 만나게 되며 막연히 '정찬우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은 병장 말년 휴가 때였다. 당시 정찬우가 출연하던 '컬투삼총사의 포복절도'라는 공연을 보게 됐고 운명처럼 '개그맨이 돼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심한 성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분장실을 찾아가서 찬우 형을 불러 달라했다.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찬우 형은 나를 반갑게 맞아줬고 극이 끝난 후에 자신을 만나고 가라고 했다. 이후 공연을 보는데 나는 소름이 끼치는 전율이 일어 다른 사람들처럼 마음껏 웃질 못했다. 너무 웃겨서 웃지를 못한 것이다"

공연이 끝난 후 김대희는 정찬우에게 '공연을 보고 개그맨이 돼야겠다'고 선언한 그는 제대 후 자신을 찾아오라는 정찬우의 말에 "그날 대중교통을 타면 그 속도에 내가 꾼 꿈이 날아갈 것 같아 대학로에서 집인 잠실까지 걸어갔다"고 그날을 회상했다.

"하지만 제대하고 나니 막상 찾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주유소에서 그냥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운명처럼 찬우 형이 주유를 하러 온 길에 나를 발견하고 '여기서 뭐하고 있냐. 내일 당장 대학로로 나오라'고 했다. 그때부터 대학로로 찾아가 소극장 청소하고 어깨 넘어로 개그 짜는 것을 구경하고 참여도 하면서 개그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짜릿한 떨림으로 개그에 대한 사랑이 시작돼서인지 개그맨이라는 직업에 특별한 애정을 보이던 김대희는 '개그'가 주가 아닌 '예능프로그램'이나 '프로그램MC' 등 개그맨을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후배들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개그외의 분야에) 자기가 능력이 되서 진출하는 것은 상관없다"면서도 "문제는 정말 코미디를 사랑해서 개그맨이 되고 싶어서 합격한 친구들이 있는데 그러한 친구들 보다 합격한 뒤 개그맨을 MC나 버라이어티 예능 쪽으로 가는 통로로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다. 코메디 자체를 사랑하고 개그맨이 되고 싶어도 10년 동안 (개그맨이)못된 친구도 있는데.. 개그맨을 단지 버라이어티로 가려는 발판으로 삼으려는 친구들은 지금이라도 관뒀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반면 개그맨들이 최근 외모로 주목받고 있는 추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대희는 "사람들이 인식하기를 개그맨이라 하면 못생기고 웃기게 생기고 이런 사람들만 개그맨을 한다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얼마든지 잘생기고 예쁜 친구들도 개그맨을 할 수 있다. 김지민의 경우에도 예쁜 걸로만 끝나지 않고 예쁘고 웃기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김대희는 차별성 없는 개그 공연들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코코쇼-홀리데이'(이하 코코쇼)의 연출을 맡았다.

그는 개그콘서트와는 완전히 다른 쇼적인 재미가 가미된 코너들로 구성됐다는 코코쇼에 대해 "다른 공연들과 다르게 브랜드화 시키겠다"는 포부를 내비치며 "뭐가 되겠다는 욕심은 없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강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16년째 살아남다보니 남들이 강하게 봐주는 것 같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코코엔터테인먼트가 잘 되서 대한민국 코미디계의 한 획을 그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데일리팝=오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