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KT-미디어허브 합병은 '이석채 지우기' 마무리?
황창규 KT 회장, KT-미디어허브 합병은 '이석채 지우기' 마무리?
  • 정단비 기자
  • 승인 2015.02.0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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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대표 돌연 사임부터 합병 이유도 '의문'…취임 후 잇따른 악재 사상 첫 적자까지
▲ 황창규 KT 회장 ⓒ뉴시스

KT(회장 황창규)가 자회사 KT미디어허브를 흡수합병한다고 발표하자 업계에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 처리가 2월 국회에서 우선 통과되기로 하면서 KT미디어허브는 스카이라이프와 합병 가능성이 제기됐었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특수 관계자를 포함한 특정 사업자의 IPTV,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점유율을 제안하는 것으로, 결론적으로 KT는 IPTV와 위성 방송의 시장 점유율을 합산해 규제를 받게 된다.

이런 가운데, KT는 지난달 7일 "경영효율성 증대와 위탁운영 비용절감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 미래융합사업의 효과적 준비를 위해 IPTV 콘텐츠 사업 자회사 KT미디어허브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합병 기일은 오는 3월 31일이다. 실제 강남 인근에 있던 KT미디어허브 사무실은 오는 6일부터 이사를 시작해 9일부터  광화문 사옥으로 출근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IPTV 서비스 올레TV를 KT에서 직접 운영하며 올레IPTV, 올레모바일IPTV, 광고, 콘텐츠 본부로 나눠진 KT미디어허브 관련 부서는 재정비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합병을 두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이미 지분 100%를 보유한 KT미디어허브를 합병하는 것에 큰 의미가 없으며 그동안 실적부분에서도 연결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우리가 기대하고 전망했던 스카이라이프 중심의 미디어 사업단일화 시나리오는 최종적으로 물건너 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합병 의사 결정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고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또 "합산 규제와 같은 중요한 이벤트를 남겨 높은 상황에서 KT는 왜 미디어 사업을 이원화 시키기로 의사결정했는지 의문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황창규 회장의 이석채 전 KT 회장 흔적 지우기 마무리 작업이라는 말도 있다.

KT미디어허브는 이석채 전 회장이 지난 2012년 12월 미디어전략사업 육성을 위해 KT의 미디어본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KT와 KT미디어허브의 합병은 지난해 김주성 전 KT미디어허브 대표가 갑작스럽게 사임하고 남규택 KT 마케팅부문장이 겸직을 하게 되면서부터 꾸준히 언급돼 왔다. 김주성 전 대표는 CJ그룹 출신으로 지난 2012년 이석채 전 회장이 영입한 사장이었다.

당시 김주성 전 대표의 사의 표명이 복수 언론에 알려졌으나 KT는 이를 부인하다 사흘 뒤 사임을 밝혀 KT 내부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김 전 대표가 사임을 밝힌 것은 지난해 8월 5일이었으나, 남규택 대표는 4일부터 KT미디어허브 사무실에 나와 공식업무에 들어간 것도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했다.

김주성 전 대표는 KT미디어허브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미디어허브에 대한 애정이 식지도, 가능성을 회의하는 것도 아니다"며 "미디어허브에 뿌리내리기 어려운 제 꿈을 실현시키고자 떠나게 된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KT가 그룹 미디어 사업을 공동 논의하는 협의체 'MCA'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김 전 대표는 지속적인 콘텐츠 투자를 통한 생태계 구축을, 황창규 KT 회장은 미디어 관련 콘텐츠 및 서비스 자회사의 시너지에 중점을 두면서 약간의 이견이 있었다는 잡음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황창규 회장은 취임 1년 간 8000명이 넘는 대규모 명예퇴직을 시작으로 자회사 KT ENS의 대출사기, 고객정보 유출 사태 등 악재에 시달리며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KT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23조4215억원, 영업손실 2981억원인 적자를 기록했다. KT 사상 첫 영업적자이다.

더욱이 재무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KT렌탈, KT캐피탈 등의 매각 자금은 1조원에 육박하는 명예퇴직금 메꾸기에 급급할 것으로 점쳐진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