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기록·정서 케어 중심으로 서비스 세분화
지자체 지원 확대…반려 장례의 제도권 편입 가속
국내 반려동물 장례 산업이 단순 화장 중심의 처리 단계에서 벗어나 봉안, 추모보석, 디지털 메모리얼, 정서 케어 등 다층적인 서비스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대하는 ‘펫 휴머니제이션(Pet-humanization)’이 확대되면서 반려동물의 마지막 과정까지 품격 있게 마무리하려는 보호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등록된 반려동물은 2024년 기준 약 1500만 마리를 넘었고 합법 장묘업체 수는 2020년 57곳에서 2024년 83곳으로 증가했다.
서울·수도권을 넘어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장례시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기반이 확대됐다. 단순 매장이나 불법 소각 대신 위생·환경 기준을 갖춘 정식 장례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장례 수요는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으로 세분화되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지자체 집계를 보면 반려동물 장례식장 상당수는 사람 장례와 유사한 절차를 갖추고 있다.
염습과 입관을 거쳐 추모식, 화장, 유골 수습 및 안치로 이어지는 구조다. 일부 업체는 장례지도사가 입관을 돕고 보호자가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별도로 마련해 가족 장례에 가까운 형식을 제공하고 있다.
애지중지 키운 댕댕이·냥냥이,
마지막까지 존엄성 지켜주기 나서는 보호자들
기업들의 장례 서비스 역시 다변화되는 양상이다. 포포즈는 온라인 예약을 통해 상담부터 장례, 봉안, 디지털 추모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절차를 표준화했다. 여러 지역에 거점을 두고 추모관과 봉안당, 야외공간 등을 운영하면서 장례를 단발성 의식이 아닌 ‘기억을 보관하는 과정’으로 설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서적 케어를 전면에 내세운 장례식장도 늘고 있다. 펫포레스트는 상담부터 장례, 유골 보관 방식까지 전담 장례지도사가 1대1로 안내하는 체계를 갖췄다. 생화 장례, 추모보석 제작 등 선택형 옵션을 마련해 보호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마지막 순간을 꾸밀 수 있게 한다.
씨엘로펫은 꽃 장식 예식, 발도장 보존, 추모 촬영 등 ‘감성형 장례’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과도한 상품 강매 대신 보호자가 직접 고른 옵션만 진행하는 운영 방침으로 신뢰를 쌓았다.
천안에 위치한 21그램은 장례를 정식 예식으로 설계한 사례로 꼽힌다. 외관을 카페처럼 꾸미고 실내를 추모 공간으로 구성해 장례식장 특유의 압박감을 줄였다. 오동나무 관, 면수의, 생화장식 등 사람 장례와 유사한 요소를 도입하고 화장 후에는 봉안, 수목장, 메모리얼 보석 제작 등 후속 서비스를 연계한다.
장례 서비스의 다변화는 보호자의 심리 회복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 후 겪는 상실감과 우울, 죄책감을 뜻하는 ‘펫로스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면서 장례를 단순 처리 과정이 아닌 애도와 회복의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졌다.
일부 업체들은 사진·영상으로 반려동물을 추억하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고, 장례 후에도 보호자 정서 케어를 돕는 상담이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지방정부 차원의 지원도 뒤따르는 추세다. 서울시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반려견·반려묘 장례비를 지원한다. 보호자는 마리당 5만원만 부담하면 염습, 추모예식, 화장, 봉안 등 기본 장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강원 원주시와 부산 해운대구 등도 허가된 장묘업체를 이용한 사회적 약자의 장례비 일부를 보호하는 사업을 운영 중이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불법 매립이나 무단 유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