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인가 통제인가”..배민 새 배차 시스템 ‘로드러너’ 둘러싼 내홍 격화 
“자율인가 통제인가”..배민 새 배차 시스템 ‘로드러너’ 둘러싼 내홍 격화 
  • 김다솜
  • 승인 2025.12.1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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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 사전 예약·등급제 도입 예고
라이더 “노동 통제” 반발…점주들 “일방적 거리제한으로 매출 타격”
배민 “효율화로 월소득 29% 증가 확인”
ⓒ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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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달 플랫폼 1위 배달의민족이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개발한 라이더 전용 애플리케이션 ‘로드러너’ 도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배민 측은 물류 효율화와 소득 증대를 도입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장 라이더들과 자영업자들은 각각 ‘노동 통제’와 ‘영업권 침해’를 주장하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라는 쟁점과 맞물려 배달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최근 경기도 화성, 오산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인 ‘로드러너’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러너는 기존 배민커넥트와 달리 라이더가 근무 시간을 사전에 ‘예약’해야만 배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라이더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자유롭게 앱을 켜고 일할 수 있었지만, 로드러너 체제에서는 회사가 지정한 스케줄 내에서 움직여야 한다. 

가장 큰 논란은 ‘등급제’와 ‘강제 배차’ 방식이다. 로드러너는 배달 건수, 수락률, 운행 시간 등을 종합해 라이더를 1등급부터 8등급까지 분류한다. 상위 등급을 받아야 수익성이 좋은 시간대의 스케줄을 선점할 수 있는 구조다. 

예약된 시간에는 AI가 지정해주는 배달 건을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이를 거부하거나 예약 시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등급 하락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플랫폼 노동의 핵심 ‘업무 자율성’ 훼손 우려
자영업자들도 ‘부글부글’ 

라이더 단체 등 노동계에서는 이를 두고 플랫폼 노동의 핵심인 업무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고 비판한다. 사실상 회사가 출퇴근 시간과 업무 내용을 지시하는 형태임에도 4대보험이나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상 보호는 받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등급 유지를 위해 라이더들이 악천후나 위험한 도로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운행을 강행해야 하는 등 안전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배민이 로드러너를 통해 라이더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 권한을 행사하게 됨으로써 향후 법적으로 근로자성이 인정될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자영업자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로드러너가 시범 도입된 지역의 점주들은 배달 가능 반경이 기존 4km에서 1km 내외로 급격히 축소되는 ‘거리 제한’ 조치로 인해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고 호소한다. 영업 중임에도 불구하고 배달 거리가 제한되면 고객 앱에는 ‘준비 중’으로 표시되거나 가게 노출 자체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점주들은 비싼 광고비를 지불하고도 정작 주문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실질적인 영업권 침해를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배민 측은 로드러너 도입이 배달 생태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라이더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배민 우아한 우아한청년들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시범 운영 지역인 화성시 전업 라이더들의 월평균 소득은 도입 전 대비 약 29% 증가한 424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인근 미도입 지역 라이더들의 평균 소득보다 약 33% 높은 수치다. AI 기반의 예측 배차를 통해 조리 대기 시간과 이동 동선을 최적화한 결과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배민은 현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시스템 개선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라이더가 예약없이도 실시간으로 배달 콜을 받을 수 있는 ‘워크 나우’ 기능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거리 제한 논란에 대해서는 기상 악화나 라이더 수급 부족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서비스 품질을 위해 적용되는 것일 뿐, 인위적인 영업 제한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시스템 변경을 넘어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의 글로벌 전략과 한국 시장의 특수성이 충돌하는 지점이라고 보고 있다. 로드러너 확대가 모기업에 대한 로열티 지급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효율성을 앞세운 플랫폼의 혁신과 종사자들의 권리 보호 사이에서 배민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