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왜 '체제 밖 LG상사'로 범한판토스를 인수했나?
LG그룹, 왜 '체제 밖 LG상사'로 범한판토스를 인수했나?
  • 정단비 기자
  • 승인 2015.02.2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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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 "스스로를 훼손하는 것"…대놓고 '일감몰아주기' 포석 비판
▲ 구본무 LG그룹 회장 ⓒ뉴시스

지주회사 전환 1호 그룹이라는 LG그룹(회장 구본무)이 지주회사체제 밖 계열사인 LG상사가 범한판토스를 인수해 '대놓고 일감몰아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의 시선을 받고 있다.

그룹 내 물류서비스를 강화할 목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작 인수주체는 지주회사 또는 지주회사 내의 사업연관성이 있는 자회사 등이 아닌 LG상사였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0일 LG상사는 해상·항공운송 및 창고⋅통관 서비스 등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방계회사 범한판토스의 지분 51%를 3174억원에 인수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지주회사 내 사업연관성이 밀접하게 있는 계열사가 없어 LG상사의 범한판토스 인수를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총수 있는 대규모기업집단 중 가장 먼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등 그동안 LG그룹이 보여준 지배구조 개선 노력과 의지를 생각할 때, 굳이 지주회사체제 밖의 계열사를 동원하여 범한판토스를 인수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다"고 꼬집었다.

LG그룹 측은 범한판토스 인수 이유 및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법 규제 문제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는지 여부에 대한 경제개혁연대의 질의에 "원칙적으로 지주회사체제 내의 계열사가 범한판토스를 인수하는 것이 지배구조 측면에서 바람직한 모습이겠으나, 사업연관성과 인수여력 등을 감안하여 LG상사가 인수주체로 나서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및 향후 적용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했다"고 전한 바 있다.

LG그룹은 현재 지주회사체제로 구본무 회장 및 특수관계인들이 그룹을 지배하고 있지만, 일부 계열사에 대해서는 체제 밖 회사로 남겨놓고 있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008년 설립된 광학필름 부품소개 기업 (주)지흥 역시 LG상사와 함께 주목을 받고 있는 체재 밖 회사이다. 오너일가가 지분의 100%를 가지고 있으며,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를 거래대상으로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오너일가의 회사기회 유용 의심 사례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LG그룹 측은 LG상사와 (주)지흥을 지주회사체제 내에 편입할 계획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명확한 입장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LG그룹이 재벌 중에서는 최초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것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는데, 최근 지주회사체제 밖의 계열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것은 그동안의 성과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장에서는 지주회사체제 밖에 존재하는 LG상사가 범한판토스를 인수하여 몸집을 키우고, 그룹의 사업과 관련이 있는 ㈜지흥의 지분 100%를 지배주주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본무 회장과 LG그룹은 지주회사 전환 1호 그룹의 명성에 걸맞게, 지주회사체제 밖의 계열사를 체재 내로 편입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교묘한 지분쪼개기로 법망 피해
'미국인' 구본호, 이번엔 세금낼까

이번 LG상사의 범한판토스 인수와 함께 구광모 상무 등 총수 일가도 지분 31.1%를 취득하게 됐다. 하지만 개개인의 지분율이 3%이상인 주주가 거의 없어 일감몰아주기 관련 증여세 부담도 덜 것으로 보인다.

범한판토스는 고(故)구인회 LG창업주 동생, 故구정회씨의 셋째 아들인 故구자현 회장이 설립한 곳으로 지난해 매출액 2조417억9230만원, 영업이익 592억4011만원, 당기순이익 683억7240만원을 기록한 알짜기업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배경에는 LG그룹의 지원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범한판토스는 그동안 방계기업으로 일감몰아주기를 해도 내부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범한판토스의 매출액 절반은 LG그룹에서 나온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LG그룹은 지난 14일부터 본격 시행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노골적으로 피해가겠다는 듯한 지분율 쪼개기를 선보였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의 총수 일가가 상장 계열사 지분 30% 또는 비상장 계열사 지분 20%를 보유한 상태에서 해당 기업 또는 관련 기업에 매출을 몰아준 것으로 판명되면, 매출액의 최대 5%가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이를 염려한 듯 비상장사인 범한판토스의 지분을 구광모 상무 등 LG 직계기업 오너들은 19%만 인수함으로써 일감몰아주기 과징금에서 자유로워졌고, 범한토스의 지분 51%를 인수한 LG상사 역시 오너일가의 지분이 27.74%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대상이 되는 30%에 못 미친다.

결론적으로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일감을 몰아주고 그에 대한 배당금까지 챙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구조가 구축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LG그룹 측이 '일감몰아주기를 위해 교묘하게 지분을 쪼갠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범한판토스는 주당 5000원, 총 100억원의 배당금을 줬으며 지난 2012년에도 이와 같았다. 이에 당시 97%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한 구본호씨와 구자현 회장의 부인인 조원희 회장은 막대한 배당금을 챙겼다. 범한판토스는 2009년 250억원, 2010년 250원, 2011년 200억원을 배당해 고배당 논란을 겪었다.

현재 조 회장과 구본호씨는 14.9%의 지분만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 갑질 논란의 주인공이 된 구본호씨 같은 경우는 미국시민권자로 이번 지분 매각으로 수천억원대 매각대금을 챙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매각대금에 대한 세금 납부 여부 대해서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구본호씨는 앞서 자신이 미국 시민권자임을 내세워, 개인주식을 회사에 팔고 거둔 차익에 대한 양도세 20억원을 조세심판을 통해 돌려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