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전 생보사 취급 확대로 시장 활성화 전망
신청자 월평균 40만원 수령…소득공백기 ‘단비’ 역할
해외는 ‘매각’ 활발…국내는 윤리 문제로 ‘연금형’ 안착
고령화로 인한 ‘장수 리스크’가 커지면서 사망보험금을 생전 소득으로 전환해 노후 자금으로 활용하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 가족을 위한 유산으로 여겨지던 종신보험이 계약자 본인의 노후 생활비와 의료비를 충당하는 자산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사망보험금으로 노후 대비하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주요 5개 대형 생명보험사가 우선 출시했던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이 올해 1월부터 모든 생명보험사로 확대돼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이 제도는 만 55세 이상 보험 계약자가 해약환급금이 아닌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연금을 미리 당겨 쓸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대상은 보험료 납입이 완료된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사망보험금 9억원 이하) 가입자로, 신청 시점에 보험계약대출 잔액이 없어야 한다.
요건을 충족하면 사망보험금의 최대 90% 내에서 비율을 정해 생전에 연금 형태로 받고 남은 금액은 사후 유족에게 지급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기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상품 출시 후 약 한 달 반 동안(2025년 10월 말~12월 중순) 총 1262건의 신청이 접수됐으며 가입자들은 이를 통해 1인당 월평균 40만원의 생활비 증대효과를 얻은 것으로 분석됐다.
신청자의 평균 연령은 65.3세였으며 유동화 비율은 평균 89.4%로 설정해 가능한 많은 금액을 생전에 활용하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는 가장의 사망에 따른 유가족 생계 위협보다는 길어진 노후에 필요한 당장의 현금 흐름이 더 시급해진 세태를 반영한다.
유동화 방식, 해외와 차이
매각 vs 연금형
국내 유동화 방식은 해외와 구조적 차이를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등 해외의 경우 보험계약을 제3자에게 아예 매각해 일시금으로 목돈을 마련하는 방식이 활발하다. 미국에서는 은퇴 자금 마련이나 부채 상환을 위해 생명보험을 기관투자자 등에게 판매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
반면 국내 제도는 보험계약 매각이 아닌 ‘연금형’ 구조를 채택했다. 보험계약을 타인에게 매각할 경우 제3자가 피보험자의 조기 사망을 바라는 등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에서도 최근 C2C 보험증권 유통 플랫폼 등이 등장하며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6월 한 C2C 플랫폼이 무저해지 종신보험을 거래 상품으로 내놓으면서 생명보험 계약의 악용가능성과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타인의 사망을 담보로 수익을 얻는 구조가 자칫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거래 과정에서 매수자에게 피보험자의 병력 등 민감한 의료 정보가 넘어갈 수 있어 사생활 침해 위험이 크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이에 따라 국내 상품은 안정성을 위해 보험료 납입이 끝난 ‘완납 계약’만 대상으로 한정해 운영된다.
연구소는 향후 고령층 인구가 늘어나고 유동화 신청 가능 연령인 만 55세 이상 계약자가 자연 증가함에 따라 관련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월 기준 판매 가능한 잠재계약 규모는 약 60만건, 가입 금액 기준으로는 25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향후에는 월 지급형 외에 요양시설 비용으로 바로 납부되는 서비스 지급형 상품이 추가되고 비대면 가입도 허용될 예정이라 소비자의 접근성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