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IPPR “AI가 정보 접근권 왜곡”...언론 생태계 붕괴 위기 경고
‘탈 포털’ 가세한 글로벌 빅테크…’AI 검색 주권’ 확보 과제로
검색어를 입력하고 관련 링크를 찾아 헤매던 ‘키워드 검색’ 시대가 저물고 있다. 전 세계 검색 시장이 사용자의 의도를 읽고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가 편의성을 넘어 정보 생태계 전반에 근본적인 회의론을 불러일으키며 기술적 신뢰성과 저작권 보호에 대한 중대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AI 검색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국내 10~50대 사용자들의 AI 검색 이용률은 유례없는 속도로 치솟았다.
오픈AI의 챗GPT 이용률은 2025년 3월 39.6%에서 같은 해 12월 54.5%로 14.9%포인트 상승하며 처음으로 이용자 과반을 돌파했다. 구글의 제미나이 역시 9.5%에서 28.9%로 세 배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면 전통의 강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네이버의 이용률은 85.3%에서 81.6%로 하락했으며, 카카오톡 해시태그 검색은 45.2%에서 34.1%로 11.1%포인트나 급락했다. 특히 미래 핵심 고객인 10대 층에서 네이버의 하락세와 구글의 상승세가 맞물리며 두 서비스 간의 격차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사용자들이 AI 검색에서 얻은 답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보이는 행동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오픈서베이 분석 결과 AI 검색 결과가 불만족스러울 때 ‘일반 검색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응답은 줄어든 반면 ‘AI에게 질문을 다시 입력한다’는 비중은 챗GPT 이용자 기준 77.2%까지 늘어났다.
심지어 ‘다른 생성형 AI를 사용한다’는 응답은 17.7%에서 30%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사용자들이 이미 ‘AI 기반 검색 생태계’에 안착했음을 의미하며, 기존 포털로의 유입 경로가 차단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보이지 않는 편집”..정보 편향성과 저작권 침해 논란
AI 중심의 검색 생태계가 공고해지면서 정보 가공 및 전달 방식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영국 공공정책연구소(IPPR)가 발간한 보고서 ‘AI가 당신을 위한 뉴스를 가졌다(AI's got news for you)’는 AI가 뉴스 콘텐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불투명한 인터페이스'로 전락했다고 경고했다. 알고리즘에 의한 ‘보이지 않는 편집’이 대중의 정보 접근권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IPPR의 분석 결과, AI 도구들은 극히 좁은 범위의 주요 뉴스 브랜드에만 의존하고 있었으며 특정 소스 하나가 전체 인용의 34%를 차지할 정도로 정보 쏠림 현상이 심각했다.
또한 유료 결제 장벽(Paywall) 뒤의 콘텐츠까지 무단으로 추출해 요약함으로써 언론사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AI 검색의 불투명성이 공적 담론의 토대인 '공통된 사실(Fact)'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같은 논란 속에서도 글로벌 빅테크들은 포털 웹페이지를 넘어 브라우저에 AI를 직접 탑재하는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은 ‘제미나이 3’를 크롬 브라우저에 내재화해 예약과 일정 관리를 돕고 있으며, 오픈AI와 퍼플렉시티도 각각 ‘아틀라스’와 ‘코멧’을 통해 별도 사이트 접속이 필요없는 ‘탈 포털’ 환경을 구축 중이다.
국내 기업들도 ‘AI 검색 주권’ 수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 상단에 요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브리핑’을 전면 도입하고 자체 브라우저 ‘웨일’을 AI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카카오는 사용자의 의도를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에이전틱 AI’를 핵심 카드로 꺼내 들었다. 여기에 업스테이지가 인수를 추진 중인 포털 ‘다음(Daum)’이 한국판 퍼플렉시티를 표방하며 가세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에 맞선 토종 플랫폼들의 생존 경쟁도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