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집, 넓게 쓴다”...800만 1인가구가 바꾼 ‘슬림가전’ 전성시대 
“좁은 집, 넓게 쓴다”...800만 1인가구가 바꾼 ‘슬림가전’ 전성시대 
  • 김다솜
  • 승인 2026.02.1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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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거익선 가고 공간 효율이 대세…업계, 고성능·소형화 기술에 사활
정수기·비데부터 초슬림TV까지 ‘한 뼘’ 설계로 틈새시장 공략
에너지 고효율·구독서비스 수요 증가에 시장규모 21조원 전망 

국내 가전 시장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가전업계의 전통적 덕목이었던 ‘거거익선(크면 클수록 좋다’ 대신 좁은 주거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슬림 가전’이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800만 가구를 돌파한 1인가구가 시장의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성능은 프리미엄급을 유지하되, 부피와 돌출감은 최소화한 ‘저부피 고성능’ 제품들이 가전 시장의 지형도를 바꾸는 중이다. 

1인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소형 주거 형태에서는 주방과 욕실의 여유 공간 확보가 관건이다. 이에 가전업계는 핵심 부품을 소형화하고 내부 구조를 재설계해 제품의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코웨이
ⓒ코웨이

코웨이의 ‘룰루 슬리믹 비데’는 부품 소형화 기술을 통해 본체 두께를 83mm까지 낮췄다. 기존 제품 대비 높이를 약 48% 줄여 욕실 공간의 시각적 답답함을 해소했다. 

교원 웰스가 선보인 ‘슬림원’ 정수기 역시 특허받은 냉각 기술로 가로 폭을 성인 한 뼘 수준인 16cm까지 줄여 좁은 조리대 활용도를 높였다. 스마트카라의 음식물처리기 ‘스마트카라 STONE’은 19cm의 폭에 상부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폴딩 도어’를 채택해 틈새 공간 설치에 최적화된 설계를 선보였다. 

 

기술 집약으로 단가 상승…’작지만 강한’ 프리미엄 시장

슬림 가전 열풍은 단순히 제품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정된 크기 안에 AI, 고도화된 기능, 미려한 디자인을 집약하면서 제품의 단가와 부가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LG전자
ⓒLG전자

삼성전자는 AI 기능을 강화한 비스포크 AI 라인업을 통해 가전 간 연결성을 극대화하며 효율적인 공간 관리를 제안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최근 9mm대 두께의 무선 월페이퍼 TV ‘LG 올레드 에보 W6’를 선보이며 공간 점유율은 낮추되 최첨단 기술을 밀어 넣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국내 가전 시장의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가 발간한 ‘한국 가전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가전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4.6% 성장한 약 17조2000억원(118억60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부피가 줄면 매출도 줄어들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1인가구의 생활 패턴에 맞춘 고단가 슬림 가전과 신규 카테고리 제품들이 대거 등장하며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으로 분석된다. 

구독 경제와 정책적 지원도 시장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보고서는 유지보수와 자동 업그레이드가 포함된 구독형 렌탈 상품이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추며 1인가구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기에 에너지 고효율 가전에 대한 환급제도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가전 시장은 2031년까지 연평균 4.5% 이상의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른 2031년 예상 시장 규모는 약 21조5000억원(148억30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