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Canvas-05: 내 영혼이 머무는 가장 편안한 자리
[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Canvas-05: 내 영혼이 머무는 가장 편안한 자리
  • 오진국 화백
  • 승인 2015.03.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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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nvas-05 2011 년 작, 디지로그 (3112) 이미지 5000x5000 픽젤(71.5M) 해상도 300dpi

대개의 경우, 밖이라 일걷는 Surface(표면)의 판독에 익숙한 우리는 겉모양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개체의 본질을 외면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특정한 상황에서 만난 또다른 얼굴에 당황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면을 볼 수 있는 과정을 고찰이라고도 하지만 사실 많은 공부를 하거나 연륜의 골이 패이지 않으면 보통사람은 그저 간과하거나 무시하기 일쑤다. 작가는 늘 이러한 대상이 갖는 다면성을 하나의 형상으로 조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형상이 곧 실제라고 단정 지을 수 없듯이 감춰진 또 다른 형상이 한 개체의 실상이라고도 할 수 없다. 사물은 그 모두를 포함하는 많은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실 어느 구석엔가 나뒹굴어져 있을 법한 먼지 쌓인 낡은 캔버스를 하나 고르고 아무도 바라보지 않았을 배면을 보며 빠른 속도로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 시작하였다.

▲ Canvas-05 2011 년 작, 디지로그 (3112) 이미지 5000x5000 픽젤(71.5M) 해상도 300dpi
'그래. 이 캔버스는 앞면의 그림으로 보아 20 년 전 쯤 되었을꺼야..1986 년?' '그땐 아시안게임이 한참이었고 2년후에 다가올 올림픽 준비에 바쁘던 시절이었지' '아마도 가을쯤 작은 캔버스에 어떤 젊은 아주머니의 인물 포즈를 그렸었지..' '그 집에 살던 착한 아저씨는 아직도 약국을 하고 있을까?' 등등 이렇게 묻어 나오는 회억의 긴 실타래들을 감았다 풀었다 하며 허공을 쳐다본다. 그림이란 이렇듯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대상에서 또는 그러한 개체의 배면에서 이야기꺼리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고 때로는 감동도 주는 법이다.

사람의 감동은 이외로 하찮은 것이 많다.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들은 도처에 널려있음에도
그것을 찾야내고 발견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거나
마음이 열려있지 않으면 그냥 스쳐버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