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레이첼 곽 "음악이 곧 내 인생이다"
[기고] 레이첼 곽 "음악이 곧 내 인생이다"
  • 레이첼 곽(곽능희) 백석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
  • 승인 2015.03.20 1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Rachel Kwag(레이첼 곽/곽능희)

Rachel Kwag(레이첼 곽/곽능희)
現 재즈작곡가겸 프로듀서·백석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Alex Ulanowskl Award 수상/버클리음대 최고 수석졸업(Summa Cum Laude/前 극동방송 라디오 DJ 外

많은 음악인들의 인생에 있어서 음악이 지니는 가치를 대변하는 보편적인 표현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음악교육을 받음으로써 음악은 자연스럽게 내 일부가 되었고 곧 내 인생이 되었다.

결국 학문적으로 깊이 탐구하게 되었고 연구를 통해 보이는 <이론>들과 보이지 않지만 나만이 감지할 수 있는 '영감'을 상상력과 창의력을 통해 표현하는 그 작업은 예술, 특히 나를 음악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창작의 고통은 모든 과정을 즐거움으로 인식하게 하기 보다는 오히려 창작에 대한 심적 부담으로 크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면서 '음악은 무엇인가?', '과연 음악은 내게 무엇인가?', '나는 음악을 왜 하는가?', '음악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이며 나는 어떤 음악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나의 이름값에 대한 타인의 기대 역시 창작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면서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작정했다. 음악이 더 이상 내 인생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음악을 나에게 초점을 두고 집중했을 때는 무거움 책임과 부담으로 여겨지던 것이 음악을 내려놓고 3자가 되어 들으니 비로소 음악이 가슴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즐김'의 시작이었다. 그동안 배웠던 복잡한 화성, 구조, 온갖 테크닉을 뒤로 하고 '음악' 그 자체의 기능과 가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복잡한 강남 한복판 빽빽한 건물들 사이 비좁게 드러난 하늘을 보며 음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니 숨이 턱턱 막혀왔다. 어떤 이의 음악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하지 않았던가! 또 어떤 이의 음악을 듣고 희망을 얻고 삶의 의욕을 갖지 않았던가! 비로소 나는 어떤 음악을 해야 하는지, 내가 어떤 음악인이어야 하는지, 내게 음악은 어떤 가치인지의 질문과 고민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음악은 내 인생의 하나의 도구다

다수의 음악인들에게는 돌 맞을 말이다.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지금껏 음악을 해왔으니 음악만이 나의 인생 전부라고 믿어 왔다. 그러나 주변 다수가 '내게 인생이 어디로 튈지 모르겠구만..'이라고 말하 듯이 나는 그 무엇인가에 의해 이끌려 왔다.

작곡을 하던 내가 엔지니어를 하기 시작했고, 교수로서 가르치며 뜬금없이 신학 공부를 하게 되었고, 라디오 DJ를 하는가 하면, 오카리나 연주자가 되고, 또 누군가의 고민을 듣고 격려하는 코치가 되어 음악에만 집중하는 이의 삶의 그것과는 매우 다름을 발견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내가 '음악'이라는 작은 테두리, 영역 안에 내 인생의 한계를 두고 살아 왔음을 깨달았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들에 있어서 음악은 한 가지 목적을 위한 하나의 좋은 '도구'라는 사실이 나를 오히려 흥분하게 했다. 내가 생각한 나의 영역, 한계를 넘는 내가 다 알 수는 없지만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과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 중에 음악은 작은 도구일 뿐이라는 확신은 다시 나를 행동하게 만들었다.

모든 부담을 버리고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살게 하는 음악', 희망,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음악 '선한 영향력'이 있는 음악, 음악가에 대한 간절함이 생겼다. 간절함은 현실이 되어 당대 재즈계의 레전드, 거장이라고 불리는 밥 제임스(Bob James)와 콜라보 앨범 작업을 착수하게 됐다. 음악의 가장 아름다운 기능, 가치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힘든 상황 속에 있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단절된 관계 속의 이들에게는 회복과 사랑' 그리고 포이에마(Poiema-Rachel Kwag with Bob James)라는 이름으로 개인앨범이 2014년 여름 발매 됐다.

내게 음악이 갖는 의미, 내 삶의 고백인 셈이다. 내게 음악은 누군가에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아름다운 도구이다. 나의 삶의 목적과 우선가치가 변하지 않는 한, 나의 음악이 세상의 작은 부분을 긍정으로 변화시키는 생명력을 발하길 소망한다. 그것이 내가 나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야 하는 이유이며 그렇게 나의 삶의 고백이 음악에 그대로 반영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음악은 내 인생의 아름다운 도구로서 나머지 삶을 풍성한 열매들로 채워갈 동반자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