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인지도·소유 문화, 성장 걸림돌
“고정비 부담·해지 번거로움”...심리적 장벽 해소 필요
가전업계가 ‘소유’에서 ‘경험’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며 가전 구독 서비스를 차세대 핵심 수익원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서비스에 대한 생소함과 월 고정비 발생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해 업계의 야심찬 목표와 시장의 현실 사이에 온도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 가전 대기업들은 가전 구독을 단순한 렌털의 확장이 아닌 인공지능(AI)과 케어 서비스가 결합된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가전 구독 매출이 전년 대비 29% 급증한 2조5000억원에 육박하며 ‘2조 클럽’에 입성했다. 삼성전자 또한 전 라인업에 AI 기능을 표준 탑재하고 ‘AI 구독클럽’을 통해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구독 모델에 집중하는 이유는 제품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非)-하드웨어’ 사업 비중을 높여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함이다.
롯데하이마트 등 유통업계 또한 가전 보험, 클리닝, 구독 서비스 등을 아우르는 ‘안심 케어’ 영역을 강화하며 서비스 매출을 39%가량 끌어올리는 등 구독 경제로의 체질 개선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소비자 10명 중 7명 “TV·냉장고 구독, 아직 낯설어”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전 구독 서비스를 ‘자세히 알고 있다’는 응답은 20.4%에 불과했다.
특히 TV, 냉장고, 세탁기 등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대형 가전을 구독형태로 이용하는 개념에 대해 응답자의 68.8%가 ‘낯설다’고 답했다.
이같은 심리적 장벽은 실제 이용률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가전 구독 서비스를 이용 중인 응답자는 11.1%에 그쳤다.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41.5%)는 의견이 가장 많았으며 ‘그냥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할 것 같다’(33.9%), ‘직접 제품을 소유하고 싶다’(32.7%)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가전제품을 ‘내 것’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전통적인 소비 관념이 구독 경제 확산의 강력한 저항선이 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은 구독 서비스가 제공하는 정기 관리와 초기 비용 절감 등 장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장기적인 비용 지출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3.4%는 ‘가전 구독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고정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이용 중 해지나 제품 교체 과정이 번거로울 것 같다(67.1%)는 점도 주요 기피 요인으로 꼽았다.
결국 가전 구독 시장이 업계의 기대만큼 성장하기 위해서는 ‘구독료가 아깝지 않다’는 확신을 줄 만큼의 독보적인 서비스 품질과 가격 합리성을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응답자의 76.9%는 ‘관리·케어 서비스가 충분히 가치 있게 느껴져야 이용 의향이 생긴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