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상호금융·저축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거나 소득이 적은 1인가구는 1금융권에서 거절된 뒤 금리가 두 배 이상 높은 비은행권으로 밀려나는 구조가 고착화하는 양상이다.
비은행 4분기 증가폭, 3분기의 두 배
한국은행의 '2025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상호금융·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316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조1000억원 증가했다. 3분기 비은행 증가폭이 2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1금융권)의 가계대출은 6조원 증가했다. 비은행의 상대적 비중이 이전보다 뚜렷하게 커졌다. 이와 관련해 이혜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기자설명회에서 "상호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연말 주담대 상품을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며 "연말을 맞아 은행들이 총량규제에 대응한 대출 관리에 나서면서 비은행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주담대가 6조5000억원 급증한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2조4000억원 감소해, 은행에서 밀려난 주택 관련 수요가 상호금융·새마을금고로 집중된 양상이 뚜렷하다.
2026년 1월에도 풍선효과 지속
이러한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2월 11일 발표한 '2026년 1월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1월 중 은행권 가계대출은 1조원 감소했지만,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4000억원 증가해 전월(8000억원)의 세 배로 불어났다. 상호금융권이 2조3000억원, 저축은행이 3000억원을 각각 늘렸다.
한국은행 박민철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공식 브리핑에서 "비은행권으로의 풍선효과가 조금 더 뚜렷하게 나타났고, 최근 수도권 주택 시장 상황을 볼 때 향후 주담대 수요 압력이 증대될 수 있다는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1인가구에게 풍선효과는 '금리 폭탄'
풍선효과가 단순한 통계 문제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비은행 이동이 곧 금리 급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026년 현재 은행권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4%대 중반~6%대 초반, 저축은행은 연 6%대 후반에서 10% 이상까지 형성돼 있다.
예를 들어 3000만원을 빌릴 경우 은행(연 5%)과 저축은행(연 10%)의 이자 부담 차이는 연간 150만원에 달한다. 5년 상환 기준 누적 추가 부담은 400만~600만원 수준이다. KB금융그룹의 '2024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활동을 하는 1인가구(25~59세 기준)의 월평균 소득은 315만원으로, 이 격차는 두 달치 소득에 가깝다.
특히 현행 가계대출 규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심사를 기반으로 하는데, 1인가구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혼자 버는 소득으로 DSR을 맞춰야 하는 1인가구는 배우자 합산 소득이 가능한 2인가구보다 같은 대출 규모에서도 DSR 산정 비율이 높게 나온다. 여기에 비정규직·프리랜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청년 1인가구는 소득 증빙 자체가 어려워 은행 심사 단계부터 거절되는 경우가 많다.
2금융권도 '문 조이는 중'...갈 곳이 없어진다
앞으로 1인가구의 대출 사정은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들이 신용점수 600점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취급을 축소하면서 지난해 4분기 저축은행업권의 민간 중금리대출 취급액(사잇돌대출 제외)은 1조6569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9056억원) 대비 42.9% 급감했다. 같은 기간 취급 건수도 15만3496건에서 13만5191건으로 12.1% 줄었다. 비은행으로 밀려났지만 비은행 문턱도 높아진 셈이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도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대출태도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차주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도, 비은행도 동시에 문을 조이면 중저신용 1인가구가 향할 곳은 카드론, 대부업, 불법 사금융 순으로 내려가는 수순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1월 발표문에서 "지속적인 가계대출 관리 강화 과정에서 청년, 중·저신용자들의 자금공급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면밀히 살펴보고 세심하게 배려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 대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