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업계는 ‘반값 연간권’ 투입…단순 할인 넘어선 락인 경쟁
무단 자동 결제 등 소비자 기만술 주의보…금융권 수익 구조 충돌은 숙제로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일정 기간 사용권만 구매하는 소비 방식이 일상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기존의 우유나 신문 배달 같은 단순 배송 서비스가 가전, 자동차, 모바일 기기 등 고가의 내구재는 물론이고 배달 플랫폼과 보험 상품에까지 적용되면서 산업 전반의 비즈니스 구조가 ‘구독’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최근 가전 시장에서는 일시불 구매보다 매달 이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고사양 AI 기능을 탑재한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의 경우 AI 가전 위주로 구성된 구독 상품을 통해 올해 초 두 달 만에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또한 스마트폰 자급제 고객을 겨냥해 파손 보장과 향후 기기 반납 시 잔존 가치를 보장해주는 3년형 구독 상품을 신설하며 모바일 기기 점유율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LG전자 역시 대형 가전을 포함한 구독 사업 매출이 지난해 2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주기적인 세척이나 부품 교체 등 사후 관리를 결합해 소비자들의 관리 부담을 덜어주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전용 구독 플랫폼처럼 여러 차종을 번갈아 타거나 단기 대여가 가능한 유연한 모델이 장기 렌트 시장의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금융·식음료 전방위 확산…충성 고객 묶어두기 사활
구독 경제의 물결은 보수적인 금융권과 일상적인 소비 영역인 커피 시장까지 덮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보험업계에서도 디지털 기반으로 보장 항목을 자유롭게 가입·해지할 수 있는 ‘구독형 보험’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다. 다만 보험은 사고 위험률에 따라 보험료가 산출되는 특성상, 소비자의 선택권이 지나치게 유연할 경우 보험사의 손해율 관리와 수익성이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 향후 제도 정비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플랫폼과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고객 이탈을 막는 ‘락인’ 경쟁이 한창이다. 배달의민족은 기존 월간 결제 대비 약 49% 저렴한 연간 이용권을 전격 투입하며 장기 고객 확보에 나섰다. 언제든 타사로 옮겨갈 수 있는 월 단위 가입자를 1년 단위 장기 고객으로 전환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유료 구독 서비스 도입 이후 가입자의 구매 건수가 70% 이상 급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이디야커피 등 경쟁사들도 매일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형태의 정기 구독 모델을 시범 운영하며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시장의 급팽창 이면에 숨은 소비자 기만 행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료 체험을 빌미로 가입을 유도한 뒤 이용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료 정기 결제로 전환하는 ‘숨은 갱신’ 피해가 대표적이다. 이는 전형적인 눈속임 상술인 다크패턴의 일종으로 지목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사업자가 유료 전환 전 가격 변동 내용 등을 명확히 알리고 동의를 받지 않을 경우 위법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이같은 고지 의무를 위반할 시 과태료 부과 등 행정 처분의 대상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