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별 맞춤형 구호…누수 보수부터 보증료 지원까지
정보 비대칭 해소 위해 공인중개사 책임 강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재산 회복과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가 전방위적인 구제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회에서는 보증금의 최소 절반을 국가가 보전해 주는 법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각 지자체는 피해 주택의 물리적 보수와 금융 지원, 교육 등 생활 밀착형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최근 나오는 대책들은 사후 구제에 머무르던 기존과 달리 계약 전 위험 요소를 차단하는 선제적 예방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
국회에 따르면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가 입은 손실을 공공이 직접 메워주는 ‘최소보장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여야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번 개정안은 경매나 공매를 통해 회수한 금액이 보증금의 절반에 못 미칠 경우 정부가 부족분을 직접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피해자들은 경매 절차가 길어지거나 낙찰가가 낮아 보증금을 거의 돌려받지 못하는 고통을 겪어왔다. 실제로 민주당 염태영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경매 차익 산정이 완료된 사례 중 약 10%는 회복률이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부가 지원금을 먼저 지급하고 추후 채권을 통해 회수하는 ‘선지급 후정산’ 방식이 적용돼 피해자들의 빠른 일상을 도울 전망이다. 특히 신탁사기 등 기존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웠던 무권계약 피해자들도 지원 대상에 포함돼 구제 범위가 한층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자체, 현장 밀착 지원 나서
정부, 깜깜이 계약 원천 차단
전국 지자체들은 행정력을 총동원해 피해자들이 당장 처한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임대인의 연락 두절로 관리 부재 상태에 놓인 피해주택 41건을 선정, 긴급 보수에 착수했다.
1억3000여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겨울철 동파로 인한 누수와 난방 배관 고장 등 주거 위험이 심각한 곳을 6월까지 수리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의회는 조례 개정을 통해 임대인 동의 없이도 공공이 직접 수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행정 효율을 높였다.
피해자의 86%가 2030 청년층에 집중된 대전시는 ‘2026 전세피해 ZERO 로드맵’을 가동했다. ‘청년 집탐(探) 프로젝트’를 통해 계약서 작성 실습 등 실무 교육을 제공하고, 시 캐릭터 ‘꿈돌이’를 활용한 숏폼 영상과 안심 QR 스티커를 배포해 접근성을 높였다.
경북 영주시는 무주택 임차인을 대상으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를 최대 40만원까지 지원하며 예방적 금융 안전망 구축에 나섰다. 서울시 역시 내부 전문가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는 맞춤형 부동산 교육과 1:1 상담을 통해 청년들의 계약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전세사기의 근본 원인인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공인중개사는 임대인의 국세·지방세 체납 여부와 선순위 보증금 현황을 직접 확인하고 임차인에게 설명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닌다.
이를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 등 강력한 처벌이 따른다. 중개업계는 ‘가짜 중개사’를 걸러내고 시장 신뢰를 회복할 기회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술을 활용한 안전망도 고도화된다. 국토교통부는 ‘안심전세 앱’을 통해 위험 정보를 통합 제공하고 경기도는 오는 6월 AI가 등기부와 시세를 실시간 분석해 위험도를 알려주는 ‘거래 안전망 솔루션’을 도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