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연필정물-그림 잘 그린다고 화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연필정물-그림 잘 그린다고 화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 오진국 화백
  • 승인 2015.04.0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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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필정물 2013 Daniel's Digilog Artworks(3629) Image size 6000x4830 Pixels(82.9M)

대중문화가 만들어 내는 인기인이 있듯이 문화예술계에도 당연히 인기작가라는 것이 존재한다. 유명 연예인처럼 싸인 공세는 없어도 엄연히 그 분야에서의 '히어로'는 있게 마련이고 소위 그 유명세 여부에 따라 전시장이 붐비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대중의 인기를 얻은 화가는 화단의 중심이 되고 문화예술계에서 '말빨'도 먹히는 법이다. 사정이 그러하니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작가들은 창작을 하는 시간보다 정치를 하는 시간이 더 많을만큼 약삭빠른 처세에 온 힘을 다하는 경우를 종종보게 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렇게 얻어진 명성만큼 그들의 결과물이 과연 예술성이 있는가가 문제다. 하기야 요즘 가수들이 노래 잘한다고 스타가 되는 것이 아닌 것 쯤은 삼척동자도 다 알지만 제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봐야 소위 '뜨지 않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초라한 인생을 살아야하니 생존경쟁의 문턱에서 누굴 나무랄수만 있겠는가? 그럼에도 여전히 남는 숙제는 그림이란 기록물이 남아있는 이상 객관적 평가를 피해갈 도리가 없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 사람들의 작품과 비인기 작가의 작품들을 주욱 펼쳐놓고 공모전 심사하듯, 또는 대중들에게 선호하는 작품의 점수를 매기라고 한다면 그 사람이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천만부당한 결과가 나올 것이 뻔하다. 왜냐면 그가판작품은 이름값으로 팔았지,예술적 평가로 거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작품이 외국사람들에게는 과연 어떤 평가를 받겠는가? 당연히 이름을 모르므로 객관적 평가 대열에 공정하게 줄을 서야 하기에 대단히 죄송하지만 곁눈질도 안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대개의 미술작품 구매자는 고가의 작품일수록 투자개념으로 구입을 하므로 환금성을 따지게 되고 누구 누구의 작품을 사두면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야 함은 물론이지만 그런 확신을 뒷받침 해 줄 근거가 바로 인기몰이라는 점과 그럴듯한 경력이므로 사실 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예술성과는 거의 무관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요즘 잘 나간다는 모 화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하여 '내 작품이 좋다 나쁘다 이전에 워낙그림을 많이 팔다보니 소비자의 기호를 자신도 모르게 파악하게 되고 역작도 아닌, 소비자의 기호에만 충족하는 그런 작품만 그리게 되는 일이 끔찍하다'고 고백을 하였다.

시대의 조류를 잘 간파한 덕분에 그는 요즈음 그림 주문이 2년치나 밀려있다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지만 알만한 사람은 부러움 반, 질투반이 섞인 목소리로 한결같이 말한다. '영혼을 팔고, 장사꾼처럼 그림을 생산한다'고..

이렇듯 인기라는 것은 입에 달고 몽에 쓴 미약 같은 존재임에 틀림 없다. 그런 반면 그림의 예술성에 대하여 약간의 사족이 필요한 것은 모든 화가들이 바라는 불후의 명작 남기기란 지고지순한 절대 가치이지만 그런 이유로 일반 대중과는 격리된 자신만의 작품성에 자아도취되어 나홀로 예술을 하는 것도 대단히 현실감각이 결여된 것이라 지적하고 싶다.

아무리 한 시대를 대표하는 명화가 있어도 시대를 대변하는 사조도 있고 트랜드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마치 대중과의 호흡이나 공감이 마치 노래방에서 저급한 대중가요을 부르는 것 쯤으로 치부하고 공유나  나눔의 문을 닫아버리는 처사도 옳은 것이 아니다. 물론 대중과의 호흡이 예술의 질적인 면에서 볼때, 하향평준화를 부추기는 일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바로 그러한 일반 대중들의 안목을 키우고 선도할 책무도 예술가에게는 있는 것이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요즘 외국여행 안 가본 사람이 얼마나 있으며 일반인들의 의식 수준이나 안목이 과거와 비교나 되던가? 여러가지 이유로 예술을 직접 하지 않아서 그렇지, 보는 눈마저 까막눈일까? 이 엄청난 대중들의 의식 변화를 인지하지 못 하고 작가가 혼자 잘난 줄 알면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