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머리 감는 여인-3
[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머리 감는 여인-3
  • 오진국 화백
  • 승인 2015.04.1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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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 감는 여인-3 2012 Digilog Artworks(3452) Image size 6000x4324 Pixels(74.2M)Resolution 300dpi

부지런함이란 양적 자산이 질적인 우열에 비하여 결코 하위개념이 아니다. 모든 창작물은 끊임없는 노력과 지속적인 진화로 완성에 가까워진다. 이 작품의 원작은 2000년에 6호 남짓한 작은 캔버스에 유화로 그렸던 그림이다. 

그 뒤에 한번 개작을 하였는데 신통치 않아 방치해 뒀던 그림인데 그간 애착을 버리지 못한 부분이 구성의 간결함 때문이었고 무려 12년이 지나서야 다시 보다 현대적 감각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물론 디지털로 변환하면서 보다 생기발랄한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이처럼 예전 그림이 못 마땅한 채로 창고에 있어도 언제나 불러내어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설 수 있는 혼합재료의 장점에 나는 늘 감사를 한다. 원본의 훼손이 없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면의 상하좌우를 꽉 채운 포만감 있는 구성이 좋기는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데 다만 그림을 그림답게 표현한다는 해석의 차이와 명제에 가서는 그때와 느낌도 해석도 이리 달라졌음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생각의 속도와 작업의 속도에도 연관이 있다.

잡다하게 더 손 댈 구석이 많았음에도 나는 붓을 던져 버렸다.

여기까지 더 이상 잡설이 많으면 간단명료함이 주는 '임팩트'가 훼손될 것이 분명하기에 작업을 중단하였다. 나름대로 내가 할 말을 충분히 다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아무 것도 그런 것이 없으면서 다 그린 그런 형국이 되었다. 더 이상 뭘 그리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하여 작업 마무리를 하면서 12년이 지나면서 내가 무엇이 달라졌나 노심초사 원작과 비교도 해보고 나 홀로 미소도 지었다. 세상에는 부지런함을 따라잡을 장사가 어디에 있겠는가? 질적인 우열은 사실 그 하위개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