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양이 약 저가 판매 막은 수의사 및 제약사 적발
개·고양이 약 저가 판매 막은 수의사 및 제약사 적발
  • 김지윤 기자
  • 승인 2017.01.2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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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와 동물병원 각자의 이득위해 독점판매
▲ (사진=픽사베이)

직장인 A씨는 반려견을 세 마리 키우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A씨에게 반려견들은 가족이나 다름없지만, 키우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특히 개에게 위험한 병인 심장사상충 예방에 드는 돈이 가장 큰 부담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매달 꾸준히 약을 먹여야 하는데 동물병원에서는 약값이 개당 1만4000원이나 해서 진료비까지 하면 한 달에 5만원, 일 년이면 60만원이나 되는 돈을 지출해야 한다. 들리는 얘기로 동물약국에서는 싸다고 해서 집 근처 동물약국을 샅샅이 뒤졌지만 파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알아보니 A씨가 쓰는 약은 제약사 측에서 동물약국에 아예 공급을 하지 않고 있었다. 어쩌다 동물병원에서 남은 약이 있어서 가져다 팔면 제약사에서 몽땅 수거해 가고 더 이상 약을 못 받게 된다는 것이 동물약국의 설명이었다.

심장사상충 예방제는 현행 제도상 동물약국에서도 아무런 제한 없이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에 따르면 제약사인 한국조에티스와 벨벳은 동물약국으로의 공급을 거부했다.

실제로 심장사상충 예방제인 레볼루션·애드보킷의 동물병원 공급가격은 개당 5600~6600원 수준인 반면, 소비자 판매 가격은 공급가의 2~3배인 1만4000원에 달한다. 일부 물량이 유출된 동물약국에서는 동물병원 판매 가격의 70% 수준인 1만~1만1000원에 판매됐다.

주요 제약사 3사가 모든 동물약국으로의 공급을 엄격히 차단한 것은 심장사상충 예방제가 싸게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고, 동물병원은 동물약국과의 경쟁 압력에서 벗어나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었다.

심장사상충은 개·고양이의 심장이나 폐동맥 주위에 기생하면서 심각한 질환을 일으키는 기생충으로, 예방을 위해 매달 한 번씩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투약해야 한다. '수의사 처방제'에 따르면, 심장사상충 예방제는 처방 대상 약품에서 제외돼 있어 동물약국 및 도매상에서 수의사 처방 없이 자유롭게 판매가 가능하다.

대한약사회는 2013년 6월 레볼루션, 애드보킷 등 주요 3사 제품을 동물약국에도 공급해줄 것을 제약사에게 요청했으나 한국조에티스와 벨벳은 이를 거절했다. 단순히 공급을 거절한데 그치지 않고, 동물약국으로 유출되는 물량도 철저히 차단했다.

두 회사의 영업 직원들은 매일 관할 지역 내에서 동물약국에서 팔리는 제품이 있는지를 감시했다. 또 유출이 의심되는 곳이 있으면 일반 고객으로 위장해 직접 제품을 구입하고 미리 표시해 놓은 비표와 대조해서 유출 경로를 확인한 후, 동물약국으로 빠져나간 물량을 모두 회수했다. 유출된 동물병원에 대해서는 출고를 정지하는 등 동물약국으로의 공급을 철저히 봉쇄했다. 심지어 인근 동물병원보다 싸게 판매하는 병원은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주요 3사는 동물병원이 동물약국과 경쟁 없이 비싸게 팔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그 대가로 동물병원은 이들 3사 제품만 주로 판매해주는 '전략적 공생 구조' 가 유지됐다. 그 덕분에 주요 3사는 2012년에는 84%, 2013년은 87%, 2014년에서도 85%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다.

공정위는 문제가 된 제약사와 수의사에게 부당하게 거래 상대방을 구속하는 조건으로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공표하도록 조치시켰다.

공정위는 "심장사상충 예방제가 동물약국에도 공급되면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애로사항이 많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가까운 동물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고, 동물병원과 동물약국 간 경쟁이 촉발되어 심장사상충 예방제 가격이 내려가면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약값 부담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데일리팝=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