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라이프 인터뷰] “귀향했는데 혼자 사는 이유? ‘적정거리’ 필요하니까” 
[혼라이프 인터뷰] “귀향했는데 혼자 사는 이유? ‘적정거리’ 필요하니까” 
  • 김다솜
  • 승인 2022.03.11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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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로 나와 혼자 살다 보면 가끔 부모님 그늘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혼자라서 느끼는 외로움이 어느날 문득 크게 다가오거나, 부모님이 해주시던 음식이 먹고 싶다거나 할 때면 다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마저 들곤 한다. 하지만 막상 명절이나 휴가철에 본가로 돌아가면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것도 현실이다. 

직장인 N씨는 몇 년 전 고향인 제주도로 돌아갔지만 혼자 생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직접 들어봤다. 

제주도 바다 풍경 (사진=N씨 제공)
제주도 바다 풍경 (사진=N씨 제공)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제주도에서 평범한 사무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34살 N입니다. 올해로 자취 10년차를 맞이했어요. 

 

Q. 10년간의 자취 히스토리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첫 자취는 서울로 대학 편입을 하게 되면서 시작했어요. 첫 자취방은 5평 정도 되는 손바닥만한 월세 원룸이었어요. 서울에서는 6년 살았는데,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니면서 총 3곳의 자취방을 거쳤어요. 

지금 살고 있는 자취방에서는 4년째 살고 있어요. 이제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자취라기보단 독거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웃음)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전세로 들어왔어요. 33평에 방 3개, 화장실 2개짜리 신축빌라예요. 서울에서 내려올 때 마침 분양 중이어서 타이밍 좋게 들어올 수 있었어요.  

첫 자취방에 들어갈 때만 해도 이삿짐이 라면박스 5개 정도였는데 이사를 할 때마다 짐이 점점 늘더라고요. 덕분에 이 집에 들어올 땐 1톤 트럭 2대를 동원해야 했어요. 

 

Q. 지금 한달 생활비는 평균 얼마 정도 되나요?

A.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전세금을 지원해줘서 월세나 전세보증금 대출 이자 같은 주거 마련 비용에 대한 지출은 없어요. 근데 집 평수가 크니까 예전보다 관리비가 훨씬 많이 들어가요. 도시가스가 없는 동네라 지역 가스 단가도 만만치 않고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공과금도 많이 나와서 관리비랑 공과금을 합치면 월 30~40만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여기에 유류비와 섬마을 특성상 비싼 식대까지 하면 고정 지출이 꽤 큰 편이에요. 

N씨 집앞 골목 풍경(사진=N씨 제공)
N씨 집 근처 골목 풍경.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사진=N씨 제공)

Q. 현재 집의 만족도를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기면 몇 점 정도 줄 수 있나요?

A. 90점. 볕이 잘 들고 조용한 시골 빌라 같아서 집에만 있어도 마음이 평온해져요. 창밖 풍경이 주차장이라 그것만 빼면 다 만족스러워요. 서울에서 지내던 원룸과 비교하면 대궐 같아서 어쩔 땐 황송하다고 느껴져요. 

 

Q. 서울에서 제주도로 내려갔는데, 서울과 비교했을 때 제주살이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A. 일단 장점이라면 깨끗한 공기와 자연환경이죠. 시간을 내면 언제든지 아름다운 관광지로 놀러가는 것도 가능하고요. 차로 5분 거리에 바다가 있는 것도 좋아요. 유동인구가 적다 보니 이 시국에 사람들을 피해 걸어다닐 수 있는 공원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네요. 

단점은 문화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요, 자가용이 없으면 일상생활도 불편해요. 나름 시내에 살고 있는데도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에 즐길만한 상권이 없어요. 여기서 사는 게 여유로워서 좋은데, 너무 여유로운 나머지 가끔은 서울의 북적함이 그리울 때도 있어요. 

 

Q. 굳이 부모님이 살고 계신 본가에 들어가지 않고 혼자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부모님 집이랑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살고 있는데요, 굳이 따로 사는 이유는 가족 간에도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제주도에 오고 나서 잠깐 남동생이랑 둘이 살아도 봤거든요. 근데 6년간 정해진 제 나름의 생활방식이 있다보니 다시 같이 사는 건 정말 엄청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제 살림살이가 너무 많아서 본가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 모두 열심히 일해서 하나씩 사모은 것들인데 버릴 수도 없었고요. 

 

N씨의 침실 창가 (사진=N씨 제공)
N씨의 침실 창가 (사진=N씨 제공)

Q. 앞으로 이것 없이는 못 산다는 인생 자취템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드럼세탁기와 건조기. 구매한 지 얼마 안 돼서 한동안은 할부의 노예로 살아야 하지만,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어요. 원래 통돌이를 썼었는데 세탁기를 바꾸고 세탁시간이 반으로 줄었어요. 세탁기가 잡아먹는 물양도 줄고 세제량도 줄여서 생활비 측면에서도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만 더 꼽자면 정수기가 있겠네요. 돈 아까워서 생수 사 먹을 때 보다 훨씬 삶의 질이 올라가요. 자취 10년차가 되니 이젠 효율적인 가전제품을 사는 것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느껴져요. 

 

Q. 자취 10년차로써, 이제 갓 자취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A. 본인의 생활습관을 잘 파악하고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물품을 구매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정말 자기한테 필요한 물건이라면 너무 저렴이만 고집하지 않으셨음 좋겠어요. 최대한 저렴한 걸로 샀다가 나중엔 결국 돈을 더 들여서 상위 제품을 사게 되더라고요. ‘가성비’라는 광고문구도 항상 조심하길 바라요.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해주세요. 

A. 자취는 생활적으로도 그렇지만 감정적으로도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혼자여서 좋지만 때로는 혼자여서 외로움에 사무칠 때도 많으니까요. 아프고 힘들 때 좁은 방 안에서 꾸역꾸역 지친 마음을 삼키고 있는 나 자신을 방치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맛있는 거 먹이고, 재밌는 거 보여주고, 좋아하는 걸 사주면서 스스로를 자주 달래주는 게 건강한 자취를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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