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줌인] 전세는 없어져야 할 제도일까? 
[트렌드 줌인] 전세는 없어져야 할 제도일까? 
  • 김다솜
  • 승인 2023.06.0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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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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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깡통전세, 역전세난 등 전세와 관련한 문제가 심화되면서 전세제도 폐지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간 진행된 전세사기 특별단속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전세사기 피해자는 2996명에 달한다. 이들의 총 피해금액은 4599억원으로, 피해자들 중 절반 이상(54.9%)은 20~30대 청년층이었다. 

이처럼 전세사기에 대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전세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제도는 수명을 다한 것 같다’고 발언한 이후 전세 폐지론 논란은 더욱 불 붙는 모습이다. 원 장관은 이후 정부의 정책 방향은 폐지가 아닌 보완이라고 해명했지만, 전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토부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전세 거주가구의 비율은 약 15% 수준이다. 지난해 임대차계약 중 전세 비중은 48.1%로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전세가 우리나라 대표적인 주거형태로 자리잡게 된 것은 주택 공급이 가속화된 1970년대부터다.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요로 인해 수급불균형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주택 가격은 계속해서 상승했다. 예적금 금리가 지금과 달리 높았던 당시에는 전세제도가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장치로 작용했다. 

임차인은 집값의 40~50% 수준의 보증금을 주고 도시 출퇴근이 가능한 주거환경을 얻고, 전세 계약 기간 동안 내 집 마련에 필요한 자본을 모을 수 있었다. 또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받은 목돈을 예치시킴으로써 예금이자로 수익률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본다면 전세는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으로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인구 감소로 인해 주택 수요가 감소하고 주택보급률은 상승하는 추세다. 또 예금이자가 하락하며 전세보증금을 통한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런 요인들이 전세제도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세계약의 본질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 이뤄지는 사금융 거래로 애당초 높은 위험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전세보증금 보증보험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임차인 보호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오히려 임대인 대신 보증금을 지급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한계가 명확하다.

 

전세제도 폐지 찬성 VS 반대

전세제도 폐지 찬성 측은 전세제도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인해 세입자와 집주인이 모두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전세사기, 전세값 급등락을 차단함으로써 임대차 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대 측은 전세제도를 없애면 필연적으로 월세가 급등하며 서민 주거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전세제도는 현재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사다리로서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폐지가 아닌 보완으로 피해를 막을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에스크로(escrow, 결제대금예치) 제도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세보증금의 전부 혹은 일부를 신탁사나 보증기관 등 제3의 기관에 예치하고 집주인은 그에 대한 이자를 받는 방식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주택 임대차법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국토연구원의 용역 결과는 내년 1월 이후 공개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반영해 주택임대제도에 대한 종합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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