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 인터뷰] ‘이야기’와 ‘예술’ 두 축을 중심으로, 예술 N잡러 콘텐츠엔터테이너 박혜랑
[N잡 인터뷰] ‘이야기’와 ‘예술’ 두 축을 중심으로, 예술 N잡러 콘텐츠엔터테이너 박혜랑
  • 이수현
  • 승인 2023.07.06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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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 전성시대, 누군가는 N잡을 간단한 부업거리나 추가적인 소득 파이프라인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콘텐츠엔터테이너 박혜랑씨는 단순히 돈을 위한 수단으로 N잡을 시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신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와 예술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일한 결과물을 가지고 예술 산업의 N잡러로 발전했다.

그 결과 현재 배우, 성우, 기획자, 예술강사, 크리에이터, 도슨트, 작가, 싱어송라이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역할을 바꿔가며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는 박혜랑씨를 통해 관심 있는 일을 직업으로 만드는 방법, 프로N 잡러의 시간 관리, 예술 산업의 N 잡 등 다양한 이야기 나눠봤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콘텐츠로 노는 콘텐츠엔터테이너 박혜랑입니다. 이야기와 예술을 기반으로 전방위 작업을 합니다. 제가 만든 결과물에 따라 배우, 성우, 기획자, 예술강사, 크리에이터, 도슨트, 작가, 싱어송라이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드라마 기법을 활용해 극적세계를 만들고 몰입하고 사람들을 초대하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혜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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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배우, 성우, 기획자, 예술강사, 크리에이터, 도슨트, 작가, 싱어송라이터 등 N잡이 대세이긴 하지만 다른 N잡러분들 보다 많은 일을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많은 일을 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도 N잡러로 하루에도 몇 번씩 역할을 바꿔가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실 N잡러가 되겠다고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슬픈 사연에 가깝죠.

원래 제 평생의 꿈은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었거든요.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현장에서 연기를 하면서 ‘배우로서의 쓸모’ 더 나아가 ‘박혜랑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열심히 노력해서 원하던 대학로 배우가 되었지만, 오히려 고민이 더 깊어졌어요. ‘나는 배우로서 상품성이 있나?’ 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다른 길을 찾게 됐습니다.

왜 그렇게 많은 일을 하냐는 질문엔 ‘결핍을 채우기 위해’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과 내 쓸모를 찾지 못했을 때 오는 슬픔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저는 일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해요. 어쨌든 쓸모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할 줄 아는 것들을 늘렸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었고, 맡겨주신 역할도 늘어났어요.

그렇게 N잡러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여러가지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제 성향이랑 잘 맞아서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하는 게 즐겁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 이유도 함께 이야기해주세요.

아무래도 크리에이터로 세상에 제 목소리와 기획물을 선보였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이때 일로 제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었으니까요.

2017년,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랑이언니의 잘자요 동화’라는 채널을 개설했어요. 한창 개인방송이 주목받던 시기에 저도 제 채널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플랫폼과 콘텐츠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한 끝에 ASMR과 동화구연을 결합한 국내 최초 ASMR동화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좋게 봐주신 덕분에 구독자분들도 빠르게 늘었고 다양한 곳에서 저를 불러주셨어요. 특히 SBS뉴스와 인터뷰했던 경험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혜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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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N잡은 어떻게 보면 중심이 되는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단기 일자리라고 생각되는데요. 혜랑님의 중심은 무엇인가요?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단기 일자리’라는 표현이 굉장히 명쾌하네요. 제 경우엔 앞서 언급했듯 ‘이야기’와 ‘예술’ 두 축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좋아요. 유치원 다닐 때부터 동화테이프 들으면서 잠들었고, 어린이 뮤지컬 보는 걸 세상에서 제일 좋아했거든요. 그때 그 경험이 지금 제 작업에 뼈대가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만들어낸 상상의 세계, 내가 만든 이야기를 어떤 형태로 감각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요. 그로 인해 결과물이 달라지고 그 결과물로 인해 직업명이 붙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이야기+몸짓=배우가 되는 거고, 이야기+미술관=전시기획자, 이야기+음악=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거에요.

전 이런 시도가 굉장히 즐겁고, 앞으로도 제 이야기를 어떤 예술과 결합시킬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건 아직도 너무 많아요.

 

Q. N잡러가 많이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실제로 도전해 보면 N잡러가 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내가 관심 있는 일을 ‘직업’으로 만드는 방법, 슈퍼N잡러가 되기까지의 혜랑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지금 시대가 ‘10년만 빨리 왔으면 참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자주해요. 예전엔 한 우물 못 파는 게 죄악시 되는 사회였으니까요. 지금은 내 재능을 사람들과 연결 짓기도 너무 좋은 시대가 왔죠. 저 같은 경우엔 ‘제가 선택한 일’과 ‘제안받은 일’ 이렇게 2가지로 N잡이 구성된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연결’과 ‘유연성’이라고 생각해요.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사실 실력은 객관적인 기준이 없잖아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곧바로 해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면 될 것 같아요.

‘연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내 작업물을 세상에 드러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엔 제 채널을 통해 제 기획력, 연기력, 편집실력, 서사구성능력을 보여줬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제안을 받기 수월했어요. 요즘은 다양한 플랫폼이 워낙 많으니 내 결과물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을 선택해, 내 것을 잘 진열해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더 중요한 건 ‘유연성’이에요. 저 같은 경우엔 오히려 한 가지 일만 하는 걸 잘 못 견뎌 하는 성향이었어요. 그리고 배우로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해서 그런지, 역할 변화에 큰 부담이나 저항감이 없었어요. 사람들이 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내 고집과 자아를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혜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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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시간과 체력은 한정되어 있는 것에 반해 많은 일을 하고 계시는데, 시간관리를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이건 조금 슬픈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전 워라밸이 엉망인 사람이에요. 그런데 또 이게 묘하게 제 워커홀릭인 제 성향이랑 잘 맞더라고요. 24시간 일해도 괜찮아요. 실제로 밤도 자주 새요.

오전엔 학교에 출근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예술강사 일, 오후엔 대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는 대학원생으로 살아요. 저녁과 주말엔 과제를 하거나 작업을 해요.

쉬는 게 오히려 더 불안해서 여가생활에 대한 미련이나 집착은 없습니다.

약간 ‘노잼인간’이에요. 여기까지 쓰고 보니 N잡러 최적화 성향 같네요. 이런 세상이 10년만 더 일찍 왔으면 좋았을 걸!

 

Q. 일하는 양이 방대하다 보니 번아웃이 올 때도 있으실 것 같은데, 해소법이 따로 있나요? 꾸준히 N잡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다른 요인이라면 모를까 의외로 일에서는 번아웃이 잘 안 와요.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 보니까 이거 하다 힘들면 저거 하고 저거 하다 피곤하면 그걸 하는 식으로 살다 보니 번아웃이 안 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공부하는 것도 너무 좋아해요. 오히려 공부하면서 세상 보는 눈도 트고, 마음도 회복하는 것 같아요. “와! 내가 이런 것도 몰랐네!”, “와! 세상에, 이런 엄청난 걸 알게 됐네!” 이러면서 마음이 즐거워져요. '이번에 배운 걸 여기에 적용해봐야지’하는 마음이 작업에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극단적으로 삶에 회의감이 올 때는 절로 떠납니다. 템플스테이를 하면 마음이 겸허해지고 편안해지면서 스트레스 해소가 되더라고요. 자연이 최고입니다.

ⓒ혜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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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 목표는 연예인입니다. 방금 누가 웃는 소리가 난 것 같은데! 괜찮아요. 꿈은 크게 가지는 거니까요! 많은 사람들에게 제 존재를 더 알리고 싶어요. 유명해지는 게 꿈이거든요. 유퀴즈가 절 어서 섭외해주시길!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결과물로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제 모토는 ‘수도, 전기, 가스 그리고 박혜랑!’ 생활의 필수품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석사과정을 잘 마쳐서 좋은 기획자도 되고 싶고, 메타버스나 VR 같은 첨단기술도 배워보고 싶어요. 작곡 공부도 더 하고 싶구요.

아, 꿈은 항상 늘 언제나 많아요. 몸이 하나라서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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