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조계사 피신 후 종교계 전체로 확산되나?
철도노조, 조계사 피신 후 종교계 전체로 확산되나?
  • 강정원 기자
  • 승인 2013.12.25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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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에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피해 은신 중인 철도노조 관계자들이 조계사 내부로 피신한 가운데 체포에 나선 경찰이 사찰을 에워싸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조계사는 당장 조합원들을 '퇴거조치'하지는 않겠다고 했지만 '장기 은신'에 대해서는 26일 내부 논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25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일대에 3개 중대 250여명 경찰을 투입해 조계사를 드나드는 사람들을 상대로 검문검색을 벌이고 있다.

이날 철도노조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은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민주노총을 침탈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갈 곳은 오직 조계사 밖에 없었다"며 "종교계 어른들이 중재에 나서달라는 생각으로 간곡한 마음으로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 경찰이 불법 파업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등이 은신 중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 주위를 순찰하고 있다. ⓒ뉴스1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도 "불교뿐만 아니라 전체 종교계에도 호소를 드리고 파업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며 "다른 종단에서도 함께 하겠다고 연락을 줬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부위원장은 다만 지난 22일 경찰이 민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할 때 빠져나온 경위 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답변을 거절했다.

이어 이들은 불편을 호소하는 신도들에 대해 "거듭해서 사과말씀을 드리고 있다. 갈 곳이라고는 여기 밖에 없다"며 "아침에 만난 보살님들 중 큰 소리로 꾸짖어 주는 분들도 있었지만 손잡아 주면서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분들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조계사는 2008년 광우병 사태로 촛불 집회가 일었던 당시, 수배 중이었던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피신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에도 경찰은 경내에 진입하지는 못했고,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의 차량 트렁크를 검문했다가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 요구까지 시달렸다.

그러면서 조계사는 명동성당과 함께 세속적인 물리적 공권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성역'이자 수배자들의 '마지막 은신처'로 불려왔다.

서울 중구 명동성당은 1970~1980년대 군사독재 시절 독재에 저항하던 학생과 민주화 인사들이 몸을 숨기고 천막농성을 차리던 민주화와 인권수호의 성지였다.
 
당시 조계사를 포함한 불교사찰은 비교적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정치적 중립을 견지했다.

하지만 2000년 명동성당은 "정상적인 신앙생활을 방해하고 성당시설을 훼손하는 집회는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며 무단 장기집회 불허를 선언하면서 조계사가 대체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한편,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등에 반대하며 지난 9일부터 17일째 파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번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강제 진입했다가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검거작전을 실패하며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해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 조계사는 종교건물이다 버니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를 위해 또다시 조계사 강제 진입이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