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샌드박스, 7년 만에 전면 손질…"핀테크 문턱 낮추고 제도권 연착륙 잡는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7년 만에 전면 손질…"핀테크 문턱 낮추고 제도권 연착륙 잡는다"
  • 김영호
  • 승인 2026.06.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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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2019년 도입한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7년 만에 전면 개편한다. 핀테크 기업 비중이 급락하고 제도권 전환 출구가 막혀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 19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규제를 넘는 핀테크, 판을 바꾸는 금융 대전환' 행사를 열고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혁신친화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1059건 지정에도 핀테크 비중은 7%로 추락

2019년 도입 이후 2026년 4월 말 기준 1059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했으며 436건이 시장에 출시됐다. 전 부처 샌드박스 중 가장 높은 실적이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다르다. 금융 샌드박스 지정 기업 중 핀테크 비중은 2019년 56%에서 2025년 7%까지 떨어졌다. 2025년 말 누적 승인 건 기준으로 금융회사가 76%, 핀테크가 14%를 차지했다. 제도 설계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핀테크 스타트업은 사실상 주변부로 밀려난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출구다. 샌드박스를 졸업한 사업자가 제도권 금융으로 안착하는 경로가 사실상 없었다. 혁신사업자의 규제개선 신청 건수는 2022년 4건에서 2025년 23건으로 증가 추세인데, 정작 법령정비 검토는 서비스 개시 이후 통상 3년 9개월이 지난 시점에야 시작됐다.

핀테크 샌드박스 ⓒgettyimagesbank
핀테크 규제 샌드박스가 개정된다. ⓒgettyimagesbank

배타적 운영권 앞당기고, 심사 기준 유연화

이번 개편의 핵심은 세 방향이다.

먼저 핀테크 도전 활성화 측면에서는 배타적 운영권 부여 시점을 대폭 앞당긴다. 현재 배타적 운영권은 샌드박스 종료 이후 정식 인허가를 받은 뒤 최대 2년간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혁신 아이디어 보호가 필요한 서비스에 대해 샌드박스 지정 시점부터 적용한다. 아이디어를 먼저 낸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미투(me-too) 서비스에 시장을 빼앗기는 구조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배타적 운영권을 인정받은 중소 사업자에 대해서는 서비스 상용화 비용 지원 절차를 간소화하고, 테스트 비용 지원 한도는 기존 최대 1억2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한다. 책임보험료 지원 비율도 50%에서 100%로 높인다.

심사 기준도 손본다. 재무건전성 등 정량 요건을 일률 적용하는 대신 소비자 보호와 기본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최소 수준을 갖추면, 성장 가능성과 투자 유치 가능성 같은 정성적 요인을 함께 반영하기로 했다. 핀테크-대기업 협업 모델처럼 재무 리스크 보완 방안을 갖춘 경우도 심사에서 인정한다.

제도권 전환 '출구전략' 새로 짠다

샌드박스 이후 경로도 재설계한다. 금융위는 혁신서비스에 대한 규제개선 검토 시점을 기존 서비스 개시 이후 통상 3년 9개월에서 최단 1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운영 성과를 연 단위로 점검해 우수 사례는 조기에 제도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성과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받은 사업자에게는 정식 인·허가 심사 때 가점을 부여하거나 패스트트랙을 적용하는 인센티브도 신설한다. 제도권 전환 과정에서 규제 강화로 서비스가 단절되는 상황을 최소화하는 원칙도 함께 수립한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는 금융·보안 사고 대응 표준 매뉴얼을 배포하고, 서비스 종료 전 소비자 보호 계획에 대한 금감원의 적정성 검토를 의무화하는 절차를 새로 둔다.

기획형 샌드박스로 AI·포용금융 실증

제도의 방향도 바꾼다. 지금까지는 개별 사업자가 먼저 신청하는 상향식(Bottom-up) 구조였다. 앞으로는 금융당국이 직접 과제를 선정하는 하향식(Top-down) '기획형 샌드박스'를 병행 운영한다.

금융위가 제시한 기획 과제는 크게 세 갈래다. 데이터 기반 대안신용평가와 AI 활용 전세사기·보이스피싱 방지 등 포용금융 과제, AI 도입 역량을 갖춘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 망분리 규제 전면 해제, 그리고 금융권 AX(AI 전환) 대비 AI 기반 금융체계 실증이다.

적용 법령도 확대한다. 현재 샌드박스 특례 법령에서 빠져 있던 인터넷전문은행법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금융혁신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심사 절차도 효율화한다. 현재는 모든 안건이 혁신위 심사와 금융위 의결의 2단계를 거쳐 평균 78일이 소요된다. 앞으로는 기존 승인 서비스와 동일·유사한 안건이나 경미한 변경 건은 혁신위 전결로 처리하고, 혁신위 내 전문위원회를 신설해 사전 검토 기능을 강화한다.

즉시 시행과 입법 과제로 나눠 추진

금융위는 서비스 상용화 비용 지원 확대와 네트워킹 기회 확대 등 운영방식 변경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과제는 즉시 추진하고, 금융혁신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3분기부터 입법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법령 개정이 필요 없는 과제는 2026년 안에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금융위는 샌드박스 사업자가 제도권 전환에 실패한 경우에 대해서도 금감원과 공조해 질서 있는 서비스 종료를 유도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