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추진방안 이후 검정·투자 비용 손실 주장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를 둘러싼 갈등이 정책 논쟁을 넘어 국가 배상 책임을 다투는 법정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교과서 지위를 전제로 도입을 추진하자 개발과 검정에 참여했던 발행사들이, 이후 정책 변경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민사소송에 나선 것이다.
최근 교육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YBM, 동아출판 등 AIDT 개발에 참여한 교과서·교육업체들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AIDT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헌법소원과 별도로, 발행사들이 금전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실제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소송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태평양이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2023년 6월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교육부는 2025년부터 수학·영어·정보·국어 특수교육 과목에 AIDT를 우선 도입하고, 2028년까지 국어·사회·역사·과학·기술·가정 등으로 적용 과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과서 발행사와 에듀테크 업체들은 개발, 검정, 플랫폼 구축, 콘텐츠 제작 등에 비용을 투입했다.
실제 지난 2024년 AI 디지털교과서 검정심사에는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공통교과의 영어·수학·정보 교과를 대상으로 총 146종이 접수됐다.
이후 기초조사와 본심사, 수정본 검토 등 검정 절차가 진행되며 AIDT 도입 준비는 본격화됐다.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쟁점은 ‘정책 신뢰’
갈등은 AIDT의 법적 지위가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바뀌면서 커졌다. 발행사들은 정부 정책을 신뢰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지만, 이후 법적 지위와 학교 도입 방식이 달라지면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업계가 주장해온 AIDT 관련 민간 투자 규모는 8천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소송의 구체적인 청구액은 업체별 투자 규모와 손해 산정 방식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이번 민사소송은 기존 헌법소원과 성격이 다르다.
헌법소원이 AIDT 지위 변경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절차라면, 손해배상 소송은 정부 정책을 신뢰한 민간업체들이 실제 손해를 입었는지,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는지를 따지는 구조다.
교육부는 2026년 업무계획에서 AI 교육자료를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선정 기준을 안내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AIDT를 둘러싼 논란은 의무 도입 여부를 넘어, 정책 변경에 따른 민간 투자 손실을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로 옮겨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