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태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하드웨어(HW)의 꽃인 폴더블폰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재편한다. 선단 공정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반도체 우군 확보'와 AI에 최적화된 '폼팩터 혁신' 행보를 이어갔다. 급변하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는 7월 1일 서초사옥에서 개최한 '세이프(SAFE) 포럼 2026'과 글로벌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한 8세대 폴더블폰 티저 영상을 통해 이 같은 전방위적 AI 시장 대응 전략을 구체화했다.
글로벌과 국내를 아우르는 투트랙 파트너십 강화
반도체 시장의 패러다임이 AI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미세 공정 경쟁만큼이나 중요해진 것이 바로 '우군(생태계) 확보'다. AI 반도체는 구조가 복잡해 설계부터 패키징까지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포럼에서 제시한 주제 역시 'The Nexus for Silicon Intelligence(실리콘 인텔리전스의 결합체)'다.
이번 행사에는 EDA(설계자동화), IP(설계자산), DSP(디자인솔루션파트너) 등 21개 파트너사가 참여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글로벌 기업과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을 동시에 아우르는 전략이다.
국내 대표 AI 팹리스인 리벨리온은 삼성의 4나노 공정과 첨단 패키징을 통해 '리벨100' NPU를 개발했다고 밝히며, 향후 기술 종속을 막는 '소버린(Sovereign) AI' 구축에 협력하겠다고 공언했다. 글로벌 EDA 공룡인 Siemens EDA 역시 삼성의 차세대 2.5D/3D 이종 칩 통합 패키징 기술을 지원하며 고성능 HPC(고성능컴퓨팅)·AI 반도체 구현을 가속화하겠다고 화답했다.
2나노와 SRAM의 진화로 구현하는 AI 맞춤형 공정 혁신
삼성전자는 단순 제조를 넘어 설계 단계부터 관여해 전력·성능·면적을 최적화하는 DTCO(Design Technology Co-Optimization)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 차세대 2나노 선단 공정 로드맵과 더불어, 데이터 처리 속도의 병목현상을 해결할 핵심 요소인 고성능 휘발성 메모리 SRAM 기술 경쟁력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정부(산업통상자원부) 및 학계와의 협력도 강화한다. 제조 AI 전환(M.AX) 얼라이언스에 참여해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을 이끄는 한편, 중소 팹리스의 시제품 제작을 돕는 MPW(시제품 생산) 프로그램과 인재 양성 사업인 K-CHIPS를 통해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 전반의 기초 체력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왜 폴더블인가'에서 '나에게 맞는 폴더블은 무엇인가'로 패러다임 전환
파운드리에서 다진 AI 칩 역량은 결국 소비자가 체감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 기기로 연결된다. 삼성전자는 8세대 폴더블폰 출시를 앞두고 대대적인 라인업 재편도 예고했다. AI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드웨어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갤럭시 폴더블은 대화면·생산성의 폴드와 콤팩트·휴대성의 플립 두 축으로 시장을 개척해 왔다. 7세대까지가 카테고리의 대중화와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었다면, 8세대는 AI 시대에 발맞춰 '왜 폴더블인가'를 넘어 '나에게 맞는 폴더블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단계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티저 영상은 길쭉한 초콜릿, 찢어지는 스티커 사진 등을 통해 새로운 비율과 형태를 암시했다. 이는 AI가 일상의 핵심 진입점이 된 모바일 환경에서 화면의 비율, 시각적 몰입감이 기기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라인업의 가짓수만 늘리는 양적 확장에 그치지 않고, 7세대 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사용자 이해도를 바탕으로 더 넓고, 더 자연스러우며, 더 몰입감 있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폴더블 카테고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전략이다.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잇는 '통합 지배력' 확대
이번 발표는 삼성전자가 지닌 독보적인 강점인 '종합 반도체 설계·제조 역량'과 '글로벌 모바일 지배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술 인프라 영역(파운드리)에서는 선단 공정과 파트너십(SAFE·MPW)을 제공해 글로벌·국내 AI 칩 유망주들을 끌어모으고, 하드웨어 영역(모바일)에서는 이를 온디바이스 AI 환경으로 소비자가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최적의 폼팩터(8세대 폴더블)를 제시하는 유기적인 구조다.
원천 기술부터 최종 완제품 체인까지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의 대응책은, AI 시대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방어선이자 글로벌 테크 공룡들과의 전면전을 하기 위한 전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