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게임기 등 소비자 전자제품 가격 상승
새 제품 부담 커지며 중고·리퍼 시장 반사이익
스마트폰과 노트북, 게임기 등 전자제품 가격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AI 데이터세넡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부품값이 오른 영향이다. 새 제품 가격 부담이 커지자 소비자들의 교체 주기는 길어지고, 중고폰·리퍼비시 제품 시장은 반사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전자제품은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내려간다는 인식이 강했다. 신제품이 나오면 이전 모델은 할인되고 성능은 좋아지면서 가격은 낮아지는 흐름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품 출시 이후에도 가격이 오르거나 신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이 커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격 인상에 먼저 나선 곳은 애플이다. 애플은 최근 맥북과 아이패드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올렸다. 맥북 프로는 1699달러에서 1999달러로, 맥북 에어는 1099달러에서 1299달러로 인상됐다. 지난 3월 중저가 제품으로 출시된 맥북 네오도 석 달 만에 가격이 599달러에서 699달러로 조정됐다.
게임기 가격도 상승세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는 8월부터 엑스박스 콘솔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512GB 모델은 100달러, 1TB 모델은 150달러가량 오른다. 소니도 플레이스테이션5 국내 가격을 74만8000원에서 94만8000원으로 올렸고, 디지털 에디션 가격은 59만8000원에서 85만8000원으로 인상했다.
업계가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배경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크게 늘었다. 메모리 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AI 서버용 제품에 생산능력을 우선 배분하면서 스마트폰, 노트북, 게임기 등에 쓰이는 소비자용 메모리 공급은 상대적으로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MS는 콘솔용 저장장치와 메모리 가격이 2.5배 이상 올랐고, 올해 가을까지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부품 가격 상승분을 제조사가 모두 흡수하기 어려워지면서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새 제품 부담 커지자 교체 주기 길어진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수요 둔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제품가에 반영되면 소비자들은 새 제품 구매를 미루거나 기존 기기를 더 오래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격 인상 전까지는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비교적 오래 유지됐지만 하반기 가격 부담이 누적되면 교체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급형·중저가 제품은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프리미엄 제품은 브랜드 가치와 고성능 부품을 앞세워 가격 인상분을 일부 반영할 여지가 있지만, 중저가 제품은 원가 상승이 판매가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제품을 사는 대신 기존 제품을 수리해 쓰거나 한두 세대 전 모델을 찾는 선택지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과 생산량이 모두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제조사들이 가격을 반복적으로 올릴 경우 감소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롱폰·리퍼폰 시장엔 기회
새 제품 가격 부담이 커질수록 중고폰과 리퍼비시폰 시장은 반사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최신 보급형 스마트폰 대신 한두 세대 전 프리미엄 중고폰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제품은 성능과 카메라, 디스플레이 경쟁력이 비교적 오래 유지돼 중고 시장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는 올해 신규 스마트폰 시장은 감소하는 반면 조직화된 중고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증 중고폰과 리퍼비시폰, 보상판매 기반 유통망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중고폰 시장을 공식 유통 구조 안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간편보상과 갤럭시 인증중고폰 판매를 통해 기존 단말 회수와 재판매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애플도 트레이드인 인증 리퍼비시 제품 판매를 운영 중이다.
민팃 등 비대면 중고폰 매입 플랫폼은 AI 기반 상태 진단, 데이터 삭제, 즉시 매입가 산정 등을 앞세워 개인 간 거래의 불신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