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FnC·LF도 취급 브랜드 확대…네이버는 전문 리세일 업체 유치
중고 판매대금이 새 상품 구매로 돌아오는 ‘재구매 구조’ 구축
개인 간 거래가 중심이던 중고 패션 시장에 패션·유통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소비자가 입지 않는 옷을 간편하게 판매하도록 돕고 판매대금이나 보상을 다시 자사 상품 구매에 쓰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중고거래가 단순히 물건을 처분하는 수단을 넘어 구매와 판매, 재구매가 반복되는 하나의 쇼핑 생태계로 편입되는 모습이다.
무신사가 지난해 8월 말 선보인 중고 패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는 기업형 리세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유즈드 거래액은 서비스 출시 직후 첫 달인 지난해 9월보다 약 1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판매자 수는 30배, 판매 중인 상품 수는 6.7배 이상 늘었다.
판매자가 직접 상품 사진을 찍고 구매자와 가격을 협의해야 하는 일반 중고거래와 달리 무신사 유즈드는 상품 수거부터 검수와 판매까지 플랫폼이 대신한다.
이용자가 판매를 신청한 뒤 무신사가 보낸 전용 가방에 옷을 담아 내놓으면 이후 절차를 무신사가 처리한다. 상품 상태는 검수를 거쳐 등급별로 나뉘며 판매대금은 무신사머니 계좌로 정산된다. 중고거래 과정에서 소비자가 부담하던 촬영과 상품 설명, 가격 협상, 배송 등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상품 상태에 대한 불안도 낮춘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도 중고 상품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문을 연 무신사 아울렛 롯데몰 은평점에서는 유즈드 상품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 해당 매장의 누적 방문객은 개점 이후 25만명을 넘어섰다.
자사 브랜드 넘어 수백 개 브랜드로 확대
패션기업들도 리세일 서비스의 취급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기존에는 자사 브랜드 제품을 회수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다른 회사 브랜드까지 받아들이며 상품 공급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코오롱FnC의 ‘OLO 릴레이마켓’은 기존 자사 브랜드 19개만 매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현재 176개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서비스 초기인 2022년 하반기보다 약 4.4배 늘었고, 판매자 수도 출시 첫해보다 5~6배 증가했다.
코오롱FnC는 이달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했다. 향후 자사 온라인몰인 코오롱몰과 리세일 서비스를 연동해 상품 구매부터 중고 판매까지 하나의 서비스 안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LF 역시 리세일 플랫폼 ‘엘리마켓’의 취급 브랜드를 자사 브랜드 15개에서 약 170개로 늘렸다. 컨템포러리 패션뿐 아니라 골프웨어와 아웃도어까지 품목을 확대했다.
엘리마켓의 올해 6월 거래액은 지난해 9월 서비스 초기보다 약 80% 증가했다. 중고 상품의 판매 가격은 브랜드와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새 상품 정가의 20~40% 수준에서 형성된다.
중고 판매대금이 다시 쇼핑으로
패션기업이 중고 사업을 키우는 이유는 리세일이 기존 신상품 판매와 별개의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입지 않는 옷을 판매해 현금이나 포인트를 받으면, 해당 보상을 다시 같은 플랫폼에서 새 상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은 고객이 다른 쇼핑몰이나 중고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것을 줄이고 구매 주기를 앞당길 수 있다.
상품을 처음 판매할 때 한 차례 매출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후 회수와 재판매 과정에도 참여하는 구조다. 중고거래를 통해 유입된 신규 소비자가 신상품 구매자로 전환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무신사 유즈드의 지난달 일평균 방문자 수는 출시 초기보다 66% 증가했다. 한 달 이내 재구매율도 같은 기간 1%포인트 상승했다.
리세일 서비스가 친환경 경영을 알리는 수단인 동시에 소비자를 자사 플랫폼에 묶어두는 사업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도 전문 리세일 업체 끌어들여
패션기업별로 운영되던 리세일 서비스는 대형 플랫폼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개인 간 중고거래 서비스 ‘N플리마켓’에 전문 리세일 사업자의 상품을 연계했다. 이용자가 직접 상품을 등록하고 판매하는 기존 방식에 검수와 상품화, 배송 능력을 갖춘 사업자형 모델을 추가한 것이다.
패션 분야에서는 코오롱FnC와 LF, 현대백화점 등의 리세일 프로그램을 운영한 전문기업 마들렌메모리가 참여했다. 가방과 안경 등 다른 상품군에도 전문 중고업체가 입점했다.
네이버는 중고거래 시장 진입은 늦었지만 쇼핑 검색 이용자와 네이버페이 결제망, 인공지능 추천 기술, 판매자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패션·유통기업의 중고 상품 회수 프로그램을 네이버 플랫폼과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고 패션 시장의 경쟁 기준도 단순히 이용자를 많이 모으는 것에서 상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검수와 배송을 표준화하며, 신상품 쇼핑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하느냐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