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재단] 성완종 파문으로 본 정치인의 도덕성과 정치개혁의 필요성 (上)
[한선재단] 성완종 파문으로 본 정치인의 도덕성과 정치개혁의 필요성 (上)
  • 한반도선진화재단
  • 승인 2015.05.04 1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인은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아니 정치인은 도덕적 일 수 있는가? 둘 다 아니다. 무리한 요구다.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도덕적일 수 없고, 어찌 보면 도덕적이지도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웨버의 표현을 빌리면 정치인은 '악마와 거래하는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웨버가 정치인의 중요한 덕목으로 균형감각과 책임윤리를 꼽았는지 모른다.

정치인이 도덕적이어야 한다면 정치는 선과 악의 대결일 것이다. 생각이 다른 정치인은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갈 수 없다. 이 때 정치는 전쟁이다. 각자에게 성전(聖戰)이어서 한 쪽이 없어질 때까지 전쟁은 계속된다. 정치인이 도덕적이라면 특정이익을 대표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타협하는 주체가 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웨버의 균형감각과 책임윤리'는 현실적으로 정치인에게 어떻게 표현되어야 할까? 공공성(公共性)이다. 정치는 '공공의 일을 처리하는 과정'이다. 이 때 정치인은 공공의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 간여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공공성에 대한 이해와 실천능력이다. 사회적 부분의 대표로서 각자 대표하는 것이 다른 정치인이지만 그들 간에도 최소한 공유되는 공공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공공성의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 그가 회장으로 있었던 경남기업에 대한 워크아웃과 대규모 자금지원은 성완종 회장이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던 시기와 겹쳐있다. 공공의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정치인이 공익과 사익을 구별하지 못했던 것이다. 공익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사익을 위한 정치였다. 물론 공사(公私)를 구별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지는 않았다.

베트남에 1조원이 넘는 공사비가 투입되었지만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동성이 악화된 경남기업에 6300억 원의 추가 자금지원이 이루어졌다. 이는 국회의원 성완종이 금융감독원과 금융감독위원회를 관할하는 국회 정무위원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워크아웃 두 번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워크아웃에 한 번 실패하면 대부분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주주는 경영권을 잃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성완종 회장은 자신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했고, 추가 자금지원도 받았다. 한 정권에서 두 번에 걸쳐 특별사면 된 것도 특이했지만 경남기업이 통산 세 차례의 워크아웃 대상이 된 것도 매우 이례적이었다.

성완종 의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배정된 것도 문제였다. 그는 정무위에 배정된 뒤 그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19대 국회 개원 후 국회는 관련법에 따라 상임위 위원들로 하여금 안전행정부 소속 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직무 관련성 여부를 심사받도록 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인정된 경우를 제외하고 3000만원 이상의 보유주식은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해야 한다.

당시 경남기업 주식의 22%를 보유하고 있었던 성 의원은 직무 관련성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의 최종판단을 기다리던 중 작년 6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었다. 결국 그는 국회의원 2년 동안 정무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공익과 사익의 경계선이 모호해졌고 공익을 명분으로 사익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공정(公正)은 공공성의 사회적 표현이다. 이는 게임의 규칙이 공정하게 모든 게임 참여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실기업은 언제나 존재한다. 문제는 이런 부실기업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이다. 부실기업 처리가 시장논리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고 시장 밖의 정치적 힘에 의해 결정된다면, 정치적 힘의 유무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결정된다면 이는 공정하지 못하다. 결국 정치인의 공공성 부족이사회적 공정성을 약화시킨 것이다.

이 글은 한반도선진화재단 'ISSUE & FOCUS'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