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 매물 1년 새 14% 감소…가격은 12년여 만에 최대 상승
청년·신혼부부 지원 방침에도 미혼 1인가구 등 세부 기준이 관건
정부가 집값 상승과 갭투자의 자금줄로 지목된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유주택자 등 지원 필요성이 낮은 대출은 줄이는 대신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계약자 등 실수요자는 선별적으로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서울 전세 매물이 줄고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 문턱까지 높아질 경우 무주택 세입자의 보증금 마련과 주거 이동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전세대출이 집값 상승을 부추긴 원인 중 하나라며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서민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전세대출과 보증이 과도하게 공급되면서 세입자가 자기자금 없이도 높은 보증금의 전세계약을 맺을 수 있었고 집주인 역시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주택을 매입하기 쉬워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미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다른 지역에서 전세를 얻는 경우까지 정책금융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를 낮추거나 대출을 제한하고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추가로 축소하는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세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거나 기존 대출자가 만기를 연장할 때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받는 전세보증금 반환대출 역시 규제 강화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규제 수준이나 적용 시기, 대상은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 정책에 맞춰 이미 분양이나 이사 계획을 세운 실수요자에게는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될 전망이다.
매물 줄고 가격 오르는데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나
문제는 전세대출 규제가 예고된 시점에 전세시장 여건이 이미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772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4.1% 감소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 따른 실거주 의무와 신규 입주 물량 감소 등이 전세 매물을 줄인 요인으로 꼽힌다.
전세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1.37% 상승했다. 2013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이다.
올해 들어 7월 둘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5.72%로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인 5.74%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일부 선호 지역에서는 전용면적 84㎡ 전세가격이 10억원을 훌쩍 넘는 신고가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향후 공급 여건도 녹록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서울 주택 인허가와 착공 실적은 지난해보다 각각 1.4%, 10.7% 감소했다. 부동산R114는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이 올해 2만7158가구에서 내년 1만7197가구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대출이 줄어들면 세입자의 지불 능력이 낮아져 과도한 전세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반면 매물 부족으로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는 대출을 받지 못한 세입자가 더 작은 주택이나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월세를 선택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보유자금이 적은 청년층과 사회초년생, 1인가구는 전세보증금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어 규제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청년 지원한다지만…‘지원받는 실수요자’ 기준이 관건
정부는 전세대출을 전반적으로 축소하더라도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전세계약자, 서민 주거 수요에 대해서는 이른바 ‘핀셋형 지원’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원 대상의 연령과 소득, 자산, 보증금 기준이 어떻게 정해질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같은 무주택 실수요자라도 혼인 여부나 소득 수준, 거주 형태에 따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신혼부부와 자녀가 있는 가구를 중심으로 주거 지원 기준을 설계할 경우 미혼 청년이나 중장년 1인가구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 청년 연령 기준을 벗어난 무주택 1인가구나 소득은 기준을 소폭 넘지만 보유자산이 적은 세입자도 정책의 경계에 놓일 수 있다.
직장이나 돌봄 등의 이유로 보유 주택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1주택자도 일률적인 대출 제한이 적용될 경우 실거주 수요와 투기성 수요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전세대출을 집값과 갭투기 억제 수단으로 활용하려면 주택 보유 여부만이 아니라 실제 거주 목적과 소득·자산, 기존 부채, 전세보증금 수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