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을 나란히 승진시키며 오너 3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8월 1일자로 김동관 부회장은 수석부회장으로,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부회장으로, 김동선 한화비전 부사장은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그룹은 이와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임팩트·한화자산운용·한화세미텍 등 5개 계열사의 신임 대표이사도 내정했다.
한화그룹 수석부회장 자리는 금춘수 전 수석부회장이 2024년 5월 물러난 뒤 약 2년간 공석이었으며, 김동관 수석부회장에게는 2022년 8월 부회장 승진 이후 4년 만의 승진이다.
이번 인사에서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방산·해양·우주항공·에너지 사업의 글로벌 성장을 주도하고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점을 평가받았다. 김동원 부회장은 금융 부문의 디지털 전환과 해외 사업 확장을, 김동선 사장은 유통·레저·식음료 사업 확대와 반도체 장비 시장 진출을 각각 이끈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번 승진은 최근 마무리된 ㈜한화 인적분할과 맞물려 있다. 지난 1월 이사회에서 인적분할 계획이 예고된 뒤, 7월 1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찬성률 99.9% 이상으로 안건이 의결됐고 8월 1일부터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으로 나뉘었다.
또 8월 3일에는 분할보고총회와 창립총회를 갈음하는 이사회 결의가 진행돼, 신설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한화M&S)'가 절차상 공식 출범하는 날이기도 하다.
존속법인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솔루션·한화생명 등 방산·조선·해양·에너지·금융 핵심 계열사를 유지한다. 신설법인은 한화비전·한화모멘텀·한화세미텍·한화로보틱스 등 테크 계열과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워홈 등 라이프 계열을 편입하며, 자산 8847억원·부채 249억원·자본 8598억원 규모로 출범한다.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존속법인 0.7563533, 신설법인 0.2436467로 약 76대24다. 존속법인 변경상장과 신설법인 신규상장은 8월 25일로 예정돼 있다.
장남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방산·조선·우주·에너지를, 차남 김동원 부회장은 금융을, 삼남 김동선 사장은 테크·라이프 부문을 각각 맡는 구조가 이번 승진으로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도 함께 발표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부문 대표이사에는 유럽법인장과 PGM사업부장을 지낸 이부환 내정자가, 한화시스템 대표이사에는 ㈜한화 글로벌부문 대표와 한화임팩트 사업부문 대표를 지낸 양기원 내정자가 이름을 올렸다. 한화임팩트 사업부문은 한화토탈에너지스 대산공장장을 지낸 강정훈 내정자가, 한화자산운용은 미주법인장 출신 임동준 내정자가 각각 맡는다. 한화세미텍은 한화비전 대표를 겸직하며 반도체 장비 사업 확대를 이끌 김기철 내정자가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이들은 각 사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정식 선임된다.
이번 승진 인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속도와 순도다. 1월 이사회 예고부터 7월 15일 주총 통과, 8월 1일 법인 분할, 8월 3일 이사회, 8월 25일 재상장까지 이어지는 일정이 채 7개월 만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형제간 소송이나 지분 다툼 같은 잡음도 없었다. 이런 속도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지분 정리를 사업 구도 정리보다 먼저 마무리해둔 순서에 있다.
한화 삼형제는 지난해 말 한화에너지 지분을 기존 50:25:25에서 50:20:10으로 재조정해 김동관 수석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분 정리가 먼저 끝난 뒤에 사업 분할과 승진 인사가 뒤따랐다는 점에서, 사후에 지분·경영권을 놓고 다툴 여지 자체를 사전에 좁혀둔 설계로 분석된다.
이번 분할 과정에서 자사주 처리 방식도 눈에 띈다. 한화는 분할에 앞서 보통주 자사주 약 445만주를 소각하고, 남은 자사주에는 신설법인 주식을 배정하지 않기로 했다.
자사주에 신주를 몰아줘 대주주 지배력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 논란을 사전에 차단한 조치로, 배당 확대 방침과 함께 주주환원 강화 요소라는 것이 증권가 평가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소액주주와의 마찰 요인을 미리 제거하면서, 승계 이슈가 지배구조 논란으로 번질 틈을 최소화한 셈이다.
이에 승진 발표 당일인 7월 30일 한화생명과 한화비전 주가도 각각 3%대, 5%대 상승했다.
오너 3세 승진과 5개 계열사 대표이사 교체를 같은 시점에 처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오너십 재편과 전문경영인 개편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승계 이슈가 계열사 경영 공백이나 의사결정 지연으로 번질 틈을 최소화했다.
한편 승계가 완전히 마무리 됐다고는 볼 수 없다.
신설법인은 8월 25일 재상장 이후 독자 신용도로 시장 평가를 받는 첫 시험대를 통과해야 한다.
아울러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존속법인 역시 핵심 계열사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배당 확대 등으로 투자회사로서 시장 평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김동원 부회장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보험 본업 경쟁력과 해외사업 기반 확대가, 김동선 사장은 신설법인 아래 성장사업 확장이 각각 관건으로 꼽힌다.
※신설: Tech Solutions(한화비전∙한화모멘텀∙한화세미텍∙한화로보틱스 등), Life Solutions(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워홈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