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중고차를 인터넷에서 광고할 때 차량 가격과 수수료를 합친 총 지불금액을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구매 후 7일 이내 엔진 등 주요 장치에서 수리비 300만원 이상이면서 매매가의 30% 이상이거나 수리기간이 30일 이상인 중대 하자가 발견되면 계약 해제도 가능해진다.
국토교통부는 8월 6일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연간 250만대 거래되는데 신뢰는 바닥
중고차는 연간 약 250만대가 거래되고 지난해 수출 물량도 88만대에 달하는 시장이지만, 신차 구매가 부담스러운 청년·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소비자 신뢰는 그에 못 미친다는 게 국토부 진단이다. 중고차 민원의 80%가 사고이력·엔진 하자 누락 등 성능·상태점검기록 부실에 몰려 있다는 점이 대책의 핵심 배경이다.
특히 2019년 성능보험 도입 이후 매매업자와 점검자 모두 하자수리 책임을 보험에 떠넘기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점검 품질을 높일 유인이 약해졌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그 결과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보험료는 5년 만에 2.2배로 뛰었고, 보험료 중 모집수수료·운영비 등 사업비 비중은 44%로 일반 자동차보험(16%)의 세 배에 육박한다.
광고 단계부터 총액 공개…"1000만원 차가 광고엔 1060만원"으로
이번 대책의 핵심은 매매업자가 인터넷 플랫폼에 차량을 광고할 때 차량 가격과 관리비·보험료 등 모든 수수료를 합한 총액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국토부가 제시한 예시를 보면, 매매가 1000만원인 차량에 관리비 40만원과 보험료 20만원이 붙는다면 광고에는 처음부터 1060만원으로 표시해야 한다. 시행되면 소비자는 광고에 명시된 금액 외에 추가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매매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쓰이던 '매도비'라는 표현도 법정용어인 '관리비용'으로 바꿔 적도록 하고, 보험료는 별도 항목으로 구분 표기하게 된다.
하자보증 책임, 매매업자에게 명확히 넘긴다
하자보증 책임 주체도 바뀐다. 기존에는 성능점검자가 가입하던 성능보험을 매매업자 의무보험으로 통합해, 민법상 판매자의 하자담보책임 및 OECD 주요국 기준에 맞춰 매매업자가 직접 책임지도록 했다.
보장 기간과 항목은 늘리되 보험료 부담은 낮추는 방향으로, 관계 태스크포스(TF) 논의를 거쳐 제조사 보증항목을 보증범위에서 빼는 등 구체적인 인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성능점검 오류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침수·사고이력 등 핵심 항목에서 오류가 나면 고의성 여부와 관계없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그동안 소비자가 항의해도 "단순 실수"라는 이유로 책임을 피해가던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매매업자와 성능점검자의 하자 발생률·보험손해율은 매년 공시되고, 이를 근거로 우수 사업자를 지정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매매업자-점검자 담합엔 리니언시 도입
눈에 띄는 세부과제 중 하나는 매매업자와 성능점검자 간 담합을 막기 위한 자진신고 감면(리니언시) 제도다. 점검오류 조사를 받는 성능점검자가 매매업자로부터 거짓점검을 요구받은 사실을 증거와 함께 자진신고하면 행정처분을 면제해주는 방식이다.
매매업과 성능점검업의 겸업도 금지해 점검 독립성을 높이기로 했다. 여기에 점검자가 자신의 점검오류에 고의·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매매업자에게 점검비의 5배 이내에서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손해배상책임 조항도 새로 마련된다.
내차팔기 플랫폼도 규제 대상에
내차팔기 플랫폼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플랫폼의 진단 오류로 차주나 딜러가 손해를 입으면 실제 손해액 수준의 보상 기준이 마련되고, 클레임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계정을 제한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그동안 영세 딜러들이 문제를 제기했다가 계정 정지를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관행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플랫폼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근거도 신설되고, 행정처분 권한자에 시군구청장 외 국토부 장관도 추가된다.
보험 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도 손본다
매매업자의 보험 자기부담금은 10만원에서 수리비의 10%로 올리고 납부를 의무화하며, 미납 시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보험료 할인·할증률 산정 시 3년치 실적을 반영하고, 할인 상한은 50%에서 60%로, 할증 상한은 100%에서 150%로 폭을 넓힌다. 하자 관리를 잘하는 매매업자와 그렇지 않은 업자 사이의 보험료 격차를 지금보다 크게 벌리겠다는 의도다.
그 밖의 규제 손질들
이 밖에도 실무 부담을 던 규제 완화 항목들이 담겼다. 판매용 차량의 앞면 번호판을 떼어 매매조합에 별도 보관해야 했던 의무는 폐지되고, 전시시설 용량을 초과하는 보유 차량을 위한 별도 보관시설 설치도 동일 시군구 내에서는 허용된다.
성능점검장이 없는 격오지에는 출장점검 특례도 마련된다. 반대로 단속은 강화되는 항목도 있다. 판매용 차량 불법주차 등 관리 부실에 대한 과징금은 1~3차 기준 20만~60만원에서 50만~150만원으로 오르고, 중고차 딜러 결격사유는 "침수차 판매 적발로 형사처벌"에서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까지 범위가 넓어진다.
매매업자가 차량을 매입할 때 부당하게 감가하거나 허위로 보상을 청구할 목적으로 정비명세서·성능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하자를 거짓으로 꾸미는 행위도 금지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9월 법 개정안 발의…업계 우려도 여전
국토부는 9월 중 관련 법령 개정안을 발의하고, 성능·상태점검 및 보험 제도 개선을 위한 별도 TF를 구성할 계획이다. 추가 토론회를 통해 업계 의견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매매업자 책임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업계 일각에서 우려도 나온다. 실제 판매 현장에서는 딜러 알선 구조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데, 책임을 매매업자에게 몰아주면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형 매매상사나 영세 딜러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 개편이 소비자 부담과 보험료, 분쟁 건수를 실제로 얼마나 줄일지에 대한 구체적 근거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첫차를 알아보는 사회초년생이나 혼자 자동차를 구매·관리해야 하는 1인가구 입장에서는, 광고만 보고 계약서에서야 추가금을 마주하거나 하자 있는 차를 떠안는 위험이 줄어드는 셈이다.
다만 세부 시행령과 성능점검·보험 제도의 구체안은 9월 법 개정과 TF 논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확정 내용은 추가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