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설비 정비 전문기업 한전KPS가 발전정비 현장에 피지컬AI를 접목하며 안전관리 기술의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영상·센서 중심 안전관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로봇이 작업자를 따라다니며 상황을 인식하고 음성으로 소통하는 방식이다.
AI가 위험을 감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작업자를 직접 보조하는 형태로 기술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한전KPS는 올해 KOSPO영남파워에서 두 차례에 걸쳐 ‘피지컬AI 기반 밀착형 안전 어시스트 시스템’ 기술검증(PoC) 시연을 진행했다. 로보틱스와 생성형AI를 결합한 시스템을 실제 발전정비 환경에서 시험하며 현장 적용 가능성을 점검했다.
이번 실증에서 4족 보행 형태의 로봇은 특정 작업자를 실시간으로 추종하면서 공구 운반 등을 지원했다. 작업자가 로봇과 음성으로 대화하면 생성형AI를 활용해 정비 절차와 안전 유의사항 등을 안내하는 기능도 선보였다.
안전관리 기능도 적용됐다. 로봇은 작업자의 안전모 착용 여부와 같은 위험 상황을 감지하고 경고음을 내는 방식으로 작업자에게 주의를 환기했다. 발전소 내부처럼 소음이 큰 환경에서도 음성 기반 의사소통을 구현한 점도 이번 실증에서 확인된 기능이다.
‘감시’에서 ‘현장 보조’로…AI 역할 확대
이번 기술개발의 차별점은 AI의 역할을 단순한 위험 감지에서 작업자 지원까지 확대했다는 데 있다.
기존 안전관리 시스템은 CCTV나 센서 등을 통해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위험요인을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한전KPS가 개발 중인 시스템은 로봇이 작업자와 같은 공간에서 이동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작업자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라가는 추종 기능과 음성 기반 질의응답, 위험상황 경고 등을 하나의 로봇 플랫폼에 결합한 것도 특징이다. 현장 작업자가 별도의 장비를 조작하지 않고 자연어로 질문하고 답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어서 실제 작업 과정에 AI를 보다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
한전KPS가 반복적인 실증에 나선 것도 현장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1차와 2차 시연을 통해 기능을 순차적으로 검증하고 실제 작업자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시스템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특히 발전정비는 작업 환경과 설비 특성에 따라 요구되는 안전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연구실에서 구현된 기술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검증이 중요하다.
기존 디지털 정비 기술에 '로보틱스'를 더한다
이번 피지컬AI 개발은 한전KPS가 추진해온 디지털 기반 정비기술 고도화와도 연결된다.
한전KPS는 AI와 IoT, 클라우드, AR·VR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전력설비 상태감시와 정비지원, 안전확보 기술을 개발해왔다. 여기에 실제 현장에서 움직이는 로봇을 결합하면서 디지털 기술의 활용 범위를 작업 공간까지 확장하고 있다.
특히 발전정비는 설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현장 경험이 중요한 분야다. 한전KPS가 보유한 정비 역량에 생성형AI와 로보틱스 기술을 접목할 경우 단순한 로봇 활용을 넘어 발전설비 정비에 특화된 현장형 AI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피지컬AI가 정비현장의 모든 업무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실증에서 확인된 기능 역시 작업자 추종과 공구 운반, 음성 기반 안내, 안전상황 경고 등 작업을 지원하는 영역이다.
향후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작업환경에서의 인식 정확도와 이동 안정성, 음성 인식 성능, 통신환경, 안전성 등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 작업자가 AI의 안내와 경고를 실제 작업 과정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안전 중심에서 정비 효율로 확장 가능성
한전KPS가 피지컬AI를 통해 우선적으로 겨냥하는 분야는 안전이다. 작업자의 위험행동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작업자가 위험요인을 스스로 인지하고 대응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기술이 안정화될 경우 적용 범위가 안전관리뿐 아니라 정비지원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공구나 장비 운반처럼 반복적인 업무를 지원하거나 작업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즉시 제공하는 방식으로 활용 영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KPS는 앞으로도 단계별 기술검증을 이어가며 현장 작업자의 의견을 반영해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김홍연 한전KPS 사장은 “이번 신기술 시연은 피지컬AI가 현장에서 작업자의 파트너로 기능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출발점”이라며 “향후 반복적 기술 검증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고 지시와 규제 중심이 아닌 작업자가 스스로 안전을 지키는 능동형 안전문화 정착의 바탕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