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청년 일자리 28만5000개가 최근 4년간 사라졌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원인으로 지목된 인공지능(AI)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AI의 '업무 대체 능력'보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키우는 과정에서 감수해야 했던 '소통 비용'을 더는 지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세대 차이에서 오는 마찰을 감수하며 사람을 가르치느니, 처음부터 AI에 업무를 맡기는 편이 낫다는 말이 채용 현장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 15~29세 청년층 일자리는 28만5000개 줄었다. 이 가운데 26만8000개, 전체 감소분의 94.0%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발생했다.
정보서비스업 청년 취업자는 같은 기간 31.4% 줄었고 출판업 27.4%,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16.6%, 전문서비스업 11.6%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AI 고노출 업종에서 늘어난 50대 일자리도 17만3000개로, 같은 기간 증가분(23만개)의 상당수를 차지했다.
한은은 AI가 자료 검색·정리, 문서 초안 작성, 기초 분석처럼 사회초년생이 입사 후 경험을 쌓으며 맡아온 매뉴얼형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고 짚었다.
반면 조직의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 경력자의 업무는 AI로 대체하기 어려워, 청년층에게 불리한 '연공편향 기술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채용 시장은 이미 '경력만' 찾는다
기업들의 채용 방향은 이 분석과 정확히 맞물려 있다. 잡코리아가 지난달 인사담당자 56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하반기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78.7%였지만, 전사 단위로 인원을 늘리겠다는 곳은 17.6%에 그쳤고 부서·직무별로 소수만 충원하겠다는 응답이 61.2%에 달했다. 10명 이하를 뽑겠다는 기업도 78.9%로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집계한 채용 플랫폼 공고에서도 경력만 채용하는 공고가 82.0%를 차지한 반면 순수 신입 전용 공고는 2.6%에 머물렀다. 원티드랩이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기업이 가장 집중적으로 채용하려는 연차가 4~7년차(49.7%)였고, 신입은 12.4%에 불과했다.
AI보다 무서운 건 '가르치는 부담'
수치만 보면 AI의 업무 대체가 신입 채용 감소의 전부처럼 보이지만, 인사 현장의 체감은 조금 다르다. 신입사원 한 명을 실무에 투입하기까지는 업무 매뉴얼을 익히는 시간 외에도 상사와 선배가 반복해 설명하고, 피드백을 주고받고, 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과정 자체가 관리자에게 상당한 피로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수평적 소통과 구체적 피드백을 원하는 Z세대 신입사원과, 이들에게 지시 대신 의견을 구하는 화법을 써야 하는 기존 구성원 사이에는 세대 간 소통 방식의 간극이 존재한다.
자칫 '꼰대'로 비칠까 우려해 필요한 지적조차 피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쌓이는 피로는 관리자의 업무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이런 상황에서 AI는 '가르칠 필요가 없는 인력'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대안이 된다. 지시를 반복할 필요도, 감정을 상하지 않게 표현을 고를 필요도, 워라밸을 배려해 업무 배분을 조정할 필요도 없다.
신입사원을 키우는 데 드는 시간과 감정노동, 즉 '소통 비용'을 아예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실제로 기업이 선호하는 연차가 신입도, 고연차도 아닌 4~7년차에 몰린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실무는 곧바로 처리할 수 있으면서, 세대 차이로 인한 소통 마찰과 온보딩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이기 때문이다.
한은 역시 청년 고용 위축을 AI 하나의 요인으로만 해석하는 데는 선을 그었다. '경력직 선호' 현상의 이면에는, 신입을 뽑아 처음부터 가르치는 대신 이미 손발이 맞는 인력을 데려와 소통 비용 자체를 회피하려는 기업의 계산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자료 정리와 초안 작성 같은 정형 업무는 AI가 떠맡고, 세대 차이를 넘어야 하는 소통과 온보딩의 부담까지 기피 대상이 되면서 청년들이 사회초년생으로서 처음 발 디딜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