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재단] 성완종 파문으로 본 정치인의 도덕성과 정치개혁의 필요성 (下)
[한선재단] 성완종 파문으로 본 정치인의 도덕성과 정치개혁의 필요성 (下)
  • 한반도선진화재단
  • 승인 2015.05.12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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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그렇다면 도덕적이지도 않고 도덕적일 수도 없는 정치인이 어떻게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우선은 제도적 처방이다. 물론 제도적 장치만으로 정치인의 공공성을 확보할 수는 없다. 정치문화와 관행이 같이 가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의 공공성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사회적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 정치개혁으로 표현되는 제도적 개선이 당장의 대안이 되는 이유이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결국 총리 사퇴로 이어지자 중남미를 순방 중인 대통령이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정치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대통령은 "국무총리의 사의에 대해 보고받았다.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국론분열과 경제 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철저히 업무에 임해주기 바란다.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서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주기 바라고 지금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한 만큼 국회에서도 민생법안 처리에 협조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정치개혁이 처음 언급되는 순간이다.

물론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첫 출발은 부패 척결이었다. 부정부패 척결이 정치개혁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인 것도 맞다. 겉으로 보기에 부패 척결은 총리가 주도했다. 국무총리의 부정부패 척결 담화 직후 대통령은 3월 17일 국무회의에서 "이번에 국무총리께서 추진하고 있는 부패청산은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마시고 국민들과 나라경제를 위해 사명감으로 반드시 해주시길 바란다. 각 부처는 향후 30년의 성장을 위한 토양을 새롭게 한다는 각오로 부패척결에 범정부적인 역량을 결집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총리의 부패척결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그럼에도 총리 사퇴까지 이어진 성완종리스트 파문은 '정치적 수사와 기획 사정'이라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성완종 회장도 본인이 정치적으로 당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현실이다.

정치개혁도 정치의 연장인 모양이다. 특정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치개혁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의 명분과 정치개혁의 제도적 개선은 어떤 정치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계기일 수 있다. 정치인이 도덕적이지도 않고 도덕적이어야 하지도 않은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정치개혁은 정치적 과정이지만 정치개혁은 정치인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개혁이 공공성의 사회적 표현인 공정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우리는 몇 가지 정치개혁의 제도개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회의원의 직무 관련성 부분이다. 통상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 대부분의 의원들은 소속 상임위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 지난 10년 동안 행정소송을 통해 직무 관련성을 법적으로 다툰 경우는 성완종 의원까지 포함해서 세 명에 불과했다. 물론 행정소송은 당연한 절차이다. 억울한 피해는 최소화해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행정소송 절차를 악용하여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경우이다. 직무 관련성 배제는 공익과 사익의 충돌을 원천적으로 막자는 취지인데 직무 관련여부가 쟁점이 된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경우 최종 법적판단이 나올 때까지 의원의 관련 상임위 배정을 막을 방법이 없다. 성완종 사례처럼 행정소송을 제기해 놓고 최종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치적 힘을 활용한 경우 이를 제어할 현실적 수단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보다 엄격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법적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선 관련 상위배정을 배제하는 안전장치를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둘째, 정치자금 모금과 사용의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경우 '제 3자 동원 또는 후원금 쪼개기 방식의 정치자금 기부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정황이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다. 성완종 회장이 다양한 방식으로 여야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이다. 물론 2004년 이후 작년까지 국회의원에 대한 고액 후원자 명단에 '성완종', '경남기업' 또는 '대아건설'의 이름으로 정치자금 후원이 이루어진 경우는 없었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1회 3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고액 후원금을 제공하는 경우 주소, 주민번호, 직업 등 인적사항을 기재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거나 기재하더라도 부실하게 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기재하지 않거나 부실기재 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현실적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자금 모금과 사용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반했을 경우에 제재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정치개혁의 목표는 정치인의 공공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도덕적이지도 않고 도덕적일 수도 없는 정치인이 공공의 일을 가능한 공익의 관점에서 처리할 때 우리 정치의 수준은 한 단계 나아진다. 그래야 공정한 사회도 가능하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우리 정치인의 공공성, 그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다. 우리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 사건이지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정치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치의 공공성을 높이는 정치개혁을 기대한다.

이 글은 한반도선진화재단 'ISSUE & FOCUS'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