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경쟁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많이 갖추는 것을 넘어 고객이 매장을 찾아야 할 이유, 더 오래 머물고 싶은 이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신세계그룹이 미술과 전시를 비롯한 문화예술 콘텐츠에 꾸준히 투자하는 배경도 이 같은 변화와 이어지는 맥락이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호텔 등에 예술을 접목해 쇼핑 이외의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오프라인 공간의 차별화 요소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올해는 그 무대를 글로벌 아트페어로 넓혔다. 신세계그룹은 오는 9월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 2026’에 ‘신세계 라운지’를 선보인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프리즈 서울 헤드라인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그룹 차원의 문화예술 전략을 국제 무대에서 선보이는 자리다.
백화점 밖으로 나온 신세계의 예술 공간
이번 신세계 라운지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전시 자체보다 예술을 담는 공간을 신세계가 직접 기획했다는 점이다.
신세계그룹은 라운지에서 프랑스 작가 폴 콕스의 특별전 'L'Immensité du Quotidien: The Monumental Everyday'를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작가의 ‘Diary’ 연작 336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Diary’는 작가가 일상의 관찰을 기록한 작품들이다. 동일한 크기의 종이에 풍경과 시간, 빛과 색채 등을 담아낸 작업을 여러 점 모아 하나의 전시로 구성했다. 개별 작품의 크기는 크지 않지만 여러 작품을 함께 배치해 일상의 순간을 하나의 큰 풍경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라운지 외관에는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Diary 16 05 26’의 대형 이미지도 구현한다.
신세계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려는 것도 이 같은 ‘일상의 예술’이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찾아야만 작품을 만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 예술을 자연스럽게 배치하는 것이다.
예술을 ‘전시 콘텐츠’에서 ‘공간 콘텐츠’로
신세계의 문화예술 사업은 프리즈 서울을 계기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신세계는 백화점의 갤러리를 비롯해 다양한 공간에서 전시와 작품을 선보여왔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옥상에는 남산을 바라보며 조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트리니티 가든’을 운영하고 있다.
스타필드에서는 ‘별마당 도서관’을 통해 독서와 문화가 결합된 공간을 만들었고,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한 ‘열린아트공모전’도 진행해왔다. 조선호텔앤리조트 역시 아트 투어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공간의 공통점은 예술을 별도의 상품처럼 판매하는 데 있지 않다. 고객이 공간을 이용하는 과정에 문화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 방식이다.
백화점에서 쇼핑하다 작품을 보고, 복합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다 전시와 공연을 접하고, 호텔에 머물면서 예술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식이다. 이는 온라인과 직접 경쟁하기 어려운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공간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프리즈 서울, 글로벌 미술시장과 접점 확대
프리즈 서울은 올해 30개 국가 및 지역에서 130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여하는 규모로 열린다. 국내 미술시장과 해외 갤러리, 작가, 컬렉터 등이 만나는 국제 미술행사인 만큼 신세계가 국내에서 구축해온 문화예술 네트워크를 해외 미술계와 연결할 수 있는 접점이기도 하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관람객에게 차별화된 문화예술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국내외 갤러리와 작가, 컬렉터, 문화예술기관 간 교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처음 선보이는 신세계 라운지는 그룹의 기존 문화예술 사업을 한 공간에 압축해 보여주는 성격을 갖는다. 백화점이라는 기존 유통 공간을 넘어 글로벌 아트페어 현장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고, 전시와 공간 디자인을 하나의 경험으로 구성했다.
‘무엇을 파느냐’에서 ‘왜 찾아가느냐’로
유통업계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은 계속 변하고 있다.
상품 가격과 구색만 놓고 보면 온라인과의 경쟁이 쉽지 않다. 대신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얼마나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전시, 공연, 건축, 디자인, 식음료 등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세계가 예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같은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술은 상품처럼 가격과 기능만으로 비교하기 어렵고, 공간의 분위기와 정체성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고객에게 새로운 방문 이유를 제공하는 동시에 해당 공간을 다른 유통채널과 구분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신세계 라운지는 이를 글로벌 무대에서 시험하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신세계는 단순히 프리즈 서울을 후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전시를 기획하고 공간을 구성하면서 ‘신세계가 만드는 문화공간’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프리즈 서울과의 5년 파트너십을 계기로 글로벌 미술계와의 접점을 넓히고, 이를 백화점과 스타필드, 호텔 등 그룹의 다양한 공간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예술'은 오프라인 경쟁력을 만드는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