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완성차 본업 경쟁력과 미래차 기술력을 두 축으로 삼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청사진을 내놨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경쟁 심화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030년 수익성 목표는 오히려 높였다.
현대차는 26일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서울호텔에서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2026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중장기 전략과 재무 계획을 발표했다.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CEO·사장), 박민우 AVP본부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 김창환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부사장), 이승조 재경본부장(CFO·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2030년 영업이익률 9%대로 상향…판매목표 555만대는 유지
현대차는 이날 2030년 글로벌 판매목표를 현대·제네시스 합산 555만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올해 목표(415만8000대) 대비 139만2000대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xEV 판매비중은 6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그대로다. 중국차 공세와 지정학적 불안 요인에도 목표치를 낮추지 않은 배경에는 본업인 완성차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올해 상반기 하이브리드차(HEV) 판매는 36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고, 매출은 95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익성 목표는 눈에 띄게 상향됐다. 2030년 영업이익률 목표(연결 기준)를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높였다. 소형부터 프리미엄까지 하이브리드 차종을 전 세그먼트로 확대하는 효과와 전사 차원의 원가절감 로드맵을 반영한 결과로, 영업이익 총액도 기존 계획보다 11% 늘어날 전망이다.
매출원가율은 2030년까지 당초 계획 대비 3%포인트 절감한다. 세부적으로는 신차 설계·제조 공용화 확대를 통한 생애주기 원가혁신이 1.5%포인트, HEV 재료비 20% 절감과 전기차 구동시스템(PE) 재료비 30% 절감 등 재료비 절감이 1%포인트, 해외 공장 원가경쟁력 확보 등 현지화가 0.5%포인트를 차지한다.
올해 영업이익률 가이던스(6.3~7.3%)는 지난해 실적(6.2%) 대비 개선된 수준으로 그대로 유지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목표도 처음으로 구체화됐다. 지난해 4.7%였던 점유율을 2030년까지 6.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권역별 성장전략과 127만대 생산능력 확대
현대차는 2030년까지 100종 이상의 신차를 출시하고, 이 가운데 18종 이상은 기존에 판매 차종이 없던 신규 세그먼트에 진출하는 완전 신차로 채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글로벌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127만대 늘린다. 북미 50만대, 인도 32만대, 국내 20만대, 반조립(CKD) 생산 25만대 규모다.
권역별로는 현지화에 방점을 찍었다. 북미는 GV80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HEV 신차 10종을 출시해 HEV 판매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싼타페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를 미국에 투입한다. 유럽은 2030년 EV 판매를 42만대까지 늘린다는 목표로, 지난해 판매량(11만6000대)의 4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인도는 SUV 판매비중을 80%까지 확대하고 2030년까지 부품 현지화율 90% 이상을 달성해 수출비중을 30%까지 늘린다. 국내는 제조혁신 거점으로 역할을 전환한다.
울산 EV 신공장은 AI 기반 품질관리와 첨단생산기술 108개를 새로 도입한 소프트웨어중심공장(SDF)으로 운영되며, 울산 1공장과 4공장은 내년부터 재건축에 들어간다.
제네시스, 새로운 10년…GV90으로 럭셔리 EV 새 기준 제시
브랜드 출범 10년을 지나 새로운 10년(2026~2035년)에 들어선 제네시스는 최근 공개한 럭셔리 플래그십 EV GV90를 앞세워 라인업을 완성한다. 코치도어 구조의 '네오룬 아치 게이트'와 전복사고까지 고려한 루프 에어백 등이 특징이다.
GV80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차 대비 복합연비를 약 25% 개선했고, 내년 초 출시하는 EREV SUV는 1000㎞ 이상 주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제네시스는 올해 4분기 스페인을 시작으로 내년 오스트리아·덴마크·폴란드·포르투갈 등 유럽 5개국에 추가 진출하며, 2030년까지 40여개국에서 35만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데이터 선순환체계과 배터리 안전기술…미래차 경쟁력 다지기
SDV(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자율주행 분야에서는 데이터 수집-분석-AI개선-OTA배포가 순환하는 '데이터 선순환체계(데이터 플라이휠)' 체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연말 광주에 자율주행 AI '아트리아 AI'를 투입해 돌발상황 데이터를 확보하고, 2028년에는 엔비디아와의 협업으로 첫 SDV 양산모델에 레벨 2플러스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다. 자율주행 데이터가 급증하는 2029년부터는 100메가와트급, GPU 5만장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새만금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한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자체 개발한 고성능 셀로 기존 하이니켈 배터리 대비 출력을 2배 이상 높이면서 충전시간은 40% 단축했다. 내년 출시하는 EV 볼륨 모델에는 동일 부피의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이 30%가량 많은 미드니켈 NCM 배터리를 탑재한다.
안전 측면에서는 인접 셀로의 열 전이를 원천 차단하는 '배터리 열전이 방지(TRP)' 기술을 제네시스 GV90에 처음 적용했다. 클라우드 기반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이상 징후를 실시간 감지하는 1차 방어선을, TRP가 구조적으로 열 확산을 막는 2차 방어를 맡는 구조로, 200차례 이상의 반복시험을 거쳐 안전성을 검증했다.
미래사업에서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사업 확장도 속도를 내고 있다. 4분기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에서 생산한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웨이모에 공급하고,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은 연말 아이오닉5 로보택시 상용화를 추진한다.
보스턴다이나믹스와 협업 중인 제조 AI 로보틱스는 올해 6월 문을 연 RMAC(로봇 메타플랜트 애플리케이션 센터) 부지를 연말까지 현재의 10배 규모로 넓히고, 2028년부터 HMGMA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주주환원 강화…자사주 전량소각에 명칭도 TPR로
주주환원 정책도 한층 구체화됐다. 총주주환원율 35% 이상, 최소배당금 1만원, 분기배당 2500원 정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기보유 자사주는 임직원 보상목적 물량을 제외하고 전량 소각한다. 26일 기준 전일종가로 약 8000억원, 총 251만주 규모다.
다만 시장과의 소통을 위해 총주주환원율의 영문 명칭은 기존 TSR(Total Shareholder Return)에서 TPR(Total Payout Ratio)로 바꾼다. 개정 상법에 따라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현대차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들어 연평균 시가총액은 105조원으로, 2025년 평균 대비 2.3배로 뛰었다.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와 역대 최대 매출 등 실적 개선을 발판 삼아 기업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의 펀더멘탈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며 "더 많은 모델을 출시하고 더 많은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고객에게 제공하며 신규 차급과 신규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미래 신기술을 발전시키고 로봇과 로보택시를 생산·배치하는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