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5사는 임금·성과급 갈등 봉합…로봇 도입 공감대만 확인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전환이 미국과 한국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는 이미 업계 평균을 웃도는 로봇 밀도로 생산라인이 돌아가는 반면, 국내에서는 완성차 5개사의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모두 마무리되면서도 로봇 도입과 정년 연장 같은 핵심 쟁점은 공감대 확인에 그친 채 후속 과제로 넘어갔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직접 방문해 취재한 기사에서 해당 공장에서 약 1400대의 로봇이 배치돼 인간 근로자 2명당 로봇 1대꼴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자동차업계 평균 로봇 밀도가 근로자 7명당 1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조지아 공장의 로봇 비율은 업계 평균의 3배 이상인 셈이다.
닛케이는 이 공장이 설계 단계부터 인간 근로자를 로봇 작업 흐름에 맞춰 배치하는 방식, 즉 로봇 중심으로 생산라인이 짜여졌다고 분석했다. 현재 조립 공정 자동화율은 절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로 제시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조지아 공장 인근에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를 열고 실제 생산 현장과 동일한 환경에서 로봇을 훈련시키고 있으며, 연말까지 이 부지 규모를 현재의 10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로봇 투입의 정점은 2028년부터 시작되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배치다. 아틀라스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으로, 조지아 공장에는 2028년부터 부품 서열 작업 등 상대적으로 단순한 공정에 우선 투입되며 2030년 이후 고도의 조립 작업까지 역할이 확대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시설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그룹 내부 수요만 2만5000대 이상을 이미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배경에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관세 대응이라는 이중 과제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판매 차량 중 현지 생산 비중을 2024년 40%에서 2029년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며, 제철·완성차·로봇 등에 걸쳐 2028년까지 미국에 총 26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로봇 도입이 아직 노사 협의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현대차는 8월 31일 2026년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총원3만9638명 중 투표인원3만1166명(투표율78.63%) 가운데 찬성1만9183명(투표인원 대비61.55%), 반대1만1914명(38.17%)으로 잠정합의안이 최종 가결됐다.
이로써 완성차 5개사의 임단협이 모두 마무리됐다. 앞서 한국GM과 KGM은 각각 교섭을 마쳤고, 기아는 지난달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을 가결해 2021년 이후 6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기록했다. 르노코리아도 사원총회에서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 6일 상견례 이후 111일 만인 지난 25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16차 임금교섭에서 기본급 10만원 인상, 경영성과금 400%+1270만원, 자사주 15주, 해시포인트 50만원 지급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교섭 과정에서 노조는 10년 만의 하루 8시간 전면파업을 포함해 총 60시간의 파업을 벌였고, 이로 인한 생산 차질은 5만5200대, 매출 손실은 약 2조3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다만 임금·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은 봉합됐지만, 정년 연장을 비롯한 구조적 쟁점은 후속 과제로 미뤄졌다.
현대차 노사는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되 관련 법률이 개정될 경우 임금피크제 확대 없이 즉시 시행하기로 원칙만 정했을 뿐, 구체적인 임금체계 설계는 정부와 국회 논의에 맡겨둔 상태다.
로봇 도입 역시 원칙 확인에 그쳤다. 현대차 노사는 피지컬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등 신기술 도입이 기업 생존에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향후 신사업·신기술 추진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며 산업 전환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027년 하반기 200명, 2028년 300명 등 총500명의 기술직 신규 채용에도 합의했지만, 로봇 도입 범위나 속도, 이에 따른 인력 재배치 방식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합의문에 담기지 않았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국내 공장에 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현재까지 현대차그룹은 로봇의 해외 공장 투입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잠정합의안 가결과 관련해 "노사가 하반기 생산에 총력을 다하고 글로벌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고객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임금교섭 조인식은 9월 2일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