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파산 지표도 둔화 신호…연준은 여전히 물가 경계
한국도 금리·환율·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 주시
미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가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장기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고, 소비심리와 파산 등 일부 지표에서는 경기 둔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가 1조90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5.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50년 평균인 3.8%를 웃도는 수준이다. 일반 투자자가 보유한 연방부채 역시 올해 GDP의 101%에서 2036년 120%, 2056년에는 17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가 늘면서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CBO는 순이자 지출이 올해 GDP의 3.3%에서 2036년 4.6%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침체나 전쟁 같은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대규모 재정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이 같은 재정 부담은 장기 국채금리 상승과 맞물리고 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8일 장중 5.337%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과 정부 부채 증가, 장기채 공급 부담 등이 금리 상승 배경으로 거론된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채권시장에서 빅테크 기업들과 투자자 자금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는 점도 변수로 떠올랐다. 아마존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주요 기술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우량 회사채 공급이 늘면 미 국채 역시 투자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경기 둔화 신호와 성장세 공존…한국은 금리·환율 주목
미 실물경제에서도 엇갈린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 6월 말까지 1년간 파산 신청은 60만8511건으로 전년보다 12.2% 증가했다. 기업 파산은 같은 기간 16.9% 늘었다.
소비자들의 경기 전망도 악화했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9.4로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향후 소득과 고용 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지수는 68.2까지 하락했다. 기대지수가 80을 밑도는 흐름은 통상 경기침체 위험이 커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 국면에 들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업 투자와 실적, 고용은 여전히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도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미국 경제가 각종 충격에도 비교적 탄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현재 더 경계하는 것은 물가다.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년 대비 3.7% 올라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워시 의장은 물가가 목표 수준을 향해 충분히 내려간다는 확신이 없다면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이 미국 경제 상황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의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되거나 추가 인상될 경우 글로벌 채권금리와 달러 가치,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국내 수출과 성장세가 예상보다 양호한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 주요 배경이다.
다만 미국 국채금리와 국내 대출금리를 단순히 일대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국내 금리는 한국의 물가와 성장률, 가계부채, 금융시장 상황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미국의 통화정책 역시 이 가운데 환율과 시장금리, 한국은행의 정책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대외 변수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