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26'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9월 4일부터 8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미래는 지금(The Future Is Now)'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49개국에서 19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가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140여개국에서 22만명 이상이 전시장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유럽 가전 시장 규모는 2496억달러(약 350조원)로 추정된다. 이 시장을 무대로 한중 기업의 경쟁 구도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정작 안방인 유럽 가전업계는 흔들리고 있다.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는 올 연말까지 헝가리 야스베레니 냉장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보쉬·지멘스 브랜드를 보유한 BSH도 독일 내 공장 두 곳(브란덴부르크주 나우엔,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브레텐)의 생산을 2027~2028년 사이 순차적으로 중단하며 1400개 일자리를 줄인다.
독일 밀레 역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에서 최대 2700개 일자리를 감축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인건비 상승과 주택시장 부진,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가격 경쟁이 겹치면서 유럽 전통 가전 브랜드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틈을 파고드는 건 중국이다. 올해 IFA 참가를 등록한 중국 업체는 932개로, 지난해보다 약 200개 늘며 전체 참가 기업의 절반에 육박한다. 올해는 가전을 넘어 로봇 전시 비중이 커진 게 특징이다. 신설된 '로봇 런웨이' 프로그램에서는 휴머노이드가 실제로 걸어 다니는 모습을 시연하고, 로봇 전문관인 'IFA 넥스트'에도 300여개 기업·기관이 모여 역대 최대 규모의 로봇 전시를 꾸민다.
하이얼·하이센스·메이디·TCL 등 기존 중국 가전업체에 이어 샤오미가 올해 처음 IFA에 참가해 스마트폰·가전·모빌리티를 잇는 AI 생태계를 공개하고, 유니트리·딥로보틱스 등 로봇 전문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중국의 전시 영역이 가전에서 로보틱스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은 각기 다르다. 삼성전자는 1991년 IFA 참가 이후 처음으로 주 전시장을 메세 베를린 밖으로 옮기는 승부수를 던졌다. 베를린 도심의 '훔볼트 카레'에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공식 개막 이틀 전인 9월 2일부터 유럽 유통업체와 B2B 고객, 미디어를 상대로 신제품과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불특정 다수 관람객을 끌어모으기보다 실제 거래로 이어질 상대를 좁혀 만나는 쪽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유럽 시장 특성에 맞춘 고효율 세탁기와 히트펌프, 마이크로 RGB TV 등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반대로 메세 베를린 18홀에 대규모 전시관을 차린다. '당신과 조화를 이루는 혁신'을 주제로 지난해 처음 선보인 연결 생태계 'AI 가전 오케스트라'를 고도화해, 냉장고에만 적용했던 '핏앤맥스' 솔루션을 세탁기·건조기·식기세척기까지 넓힌다. 좁은 유럽 주거 공간에 맞춰 가전과 벽 사이 틈을 최소화한 빌트인형 제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 외에도 바디프랜드, 쿠쿠,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 79개 기업·단체가 참가해 반도체와 로봇 스타트업까지 아우르는 K테크를 선보인다.
유럽 가전업계의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중 기업이 각기 다른 전략으로 350조원 시장의 주도권을 다투는 모습이 이번 IFA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