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톺아보기] 삼성·LG, 가전 성능 대신 'AI홈'을 앞세웠다…참가 1900곳 중 中 932곳
[IFA 톺아보기] 삼성·LG, 가전 성능 대신 'AI홈'을 앞세웠다…참가 1900곳 중 中 932곳
  • 안지연
  • 승인 2026.09.08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은 2014년부터 쓰던 메세 베를린 전시장을 떠나 도심에 단독관을
LG는 3745㎡ 부스의 46%를 상담 공간으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6이 9월 4일부터 8일까지 닷새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TV나 냉장고 한 대의 성능 대신 AI가 집 전체를 운영하는 방식을 앞세웠다. 개별 하드웨어 사양을 겨루던 전시회가 생태계 경쟁의 장으로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 기업의 공세가 있다. IFA 주최 측 집계로 올해 참가 브랜드는 49개국 1900여곳이다. 이 가운데 중국 본토 기업이 932곳으로 역대 최다다. 지난해 691곳에서 241곳 늘었다. 그 외에 홍콩에 본사를 둔 84곳도 있다. 같은 전시회에 참가한 한국 기업·기관은 79곳이다.

삼성, 12년 쓰던 시티큐브 베를린을 비웠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메인 전시장인 메세 베를린을 벗어났다. 베를린 도심 컨벤션센터 훔볼트 카레에 '삼성 커넥트(Samsung CONNECT)'라는 이름으로 단독 전시관을 마련했고, 운영 기간도 9월 2일부터 6일까지로 따로 잡았다.

삼성전자는 1991년 IFA에 처음 참가했고 2014년부터는 메세 베를린 안 시티큐브 베를린 건물 전체를 단독으로 써왔다. 전시와 거래선 미팅, 내부 회의를 모두 이곳에서 해결했다. 올해는 그 건물을 비우고 전시장 밖으로 나왔다.

삼성전자는 미디어와 유통 파트너, B2B 고객을 밀착 응대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삼성전자가 크리에이터 허브를 IFA 2026이 열리는 '메세 베를린(Messe Berlin)'의           'IFA 팔레(IFA Palais)' 전시 공간에 마련했다.
사진=삼성전자가 크리에이터 허브를 IFA 2026이 열리는 '메세 베를린(Messe Berlin)'의 'IFA 팔레(IFA Palais)' 전시 공간에 마련했다.

삼성전자가 떠난 자리는 중국 기업이 채웠다. 올해 시티큐브 베를린에서 가장 큰 부스를 차린 곳은 중국 전동스쿠터 업체 나비(NAVEE)였고, 부스에는 중국 가전업체 드리미의 사명도 함께 걸렸다. 이와 관련해 독일 공영방송 ZDF는 한국과 일본 업체가 오히려 IFA 전시 규모를 줄이고 있다며, 소니는 수년 전 철수했고 삼성도 비싼 대형 부스 대신 소규모 전시로 돌아섰다고 짚었다.

삼성전자의 이번 전시 주제는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다. 엔터테인먼트 컴패니언과 홈 컴패니언, 셀프케어 컴패니언 세 가지 공간으로 나눠, 가전과 스마트 기기를 연결하는 기존 AI홈에서 여가와 에너지 관리, 건강관리까지 넓힌 'AI 리빙'을 내세웠다.

미세 발광다이오드를 쓴 마이크로 RGB TV와 대화형 AI 기반 비전 AI 컴패니언, 비스포크 AI 세탁기 10kg·13kg 모델과 패밀리허브 냉장고, 갤럭시 S26 FE와 갤럭시 북6 14인치, 오디세이 게이밍 모니터 신제품을 함께 공개했다. 벤자민 브라운 삼성전자 유럽총괄 최고마케팅책임자는 "AI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실질적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LG, 3745㎡ 부스…46%가 파트너 상담 공간

LG전자는 약 3745㎡ 공간에 '당신에게 맞춘 혁신'을 주제로 150여개 제품과 솔루션을 놓았고, 전체 면적의 46%가량을 파트너 상담 공간으로 배정했다. LG전자는 자사 IFA 부스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의 상담 공간이라고 밝혔다. 부스 중앙에는 가로 16m·세로 4m 키네틱 LED 조형물을 세웠다.

가정용 로봇 'LG 클로이드(CLOiD)'를 지휘자로 세운 'AI 오케스트라' 설치물로, 가전과 TV, 냉난방공조를 하나로 묶는 '제로 레이버 홈'을 형상화했다.

사진=관람객들이 홈로봇 ‘LG 클로이드’의 지휘 아래 제품과 기술, 서비스가 하나의 AI 생태계로 연결되는 모습을 담은 전시 콘텐츠 ‘LG AI 오케스트라’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관람객들이 홈로봇 ‘LG 클로이드’의 지휘 아래 제품과 기술, 서비스가 하나의 AI 생태계로 연결되는 모습을 담은 전시 콘텐츠 ‘LG AI 오케스트라’를 감상하고 있다.

LG전자는 AI홈 허브 씽큐 온과 AI홈 플랫폼 씽큐를 기반으로 거실과 주방, 침실, 욕실, 야외까지 연결한 AI홈 솔루션을 앞세웠다. 이번에 처음 공개한 대화형 AI 에이전트 '씽큐 클로'는 씽큐 온에 탑재된다. 사용자와 대화하면서 생활 패턴과 상황을 파악해 필요한 기능을 먼저 제안하고, 사용자가 승인하면 직접 실행한다.

기존 씽큐 온이 집 안에서 음성으로 작동했다면 씽큐 클로는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같은 외부 메신저로 접점을 넓혔다. 퇴근길에 "나 이제 들어가"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현재 위치와 귀가 소요시간, 평소 선호 온도를 종합해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켤지 먼저 물어본다.

LG전자는 씽큐 클로가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 '오픈클로(OpenClaw)' 개념을 기반으로 자사 AI홈에 맞춰 최적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개념검증 단계로, 국내 베타 테스트를 거쳐 연말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사진=LG전자는 집 안 공간과 제품, 서비스를 AI로 연결하는 ‘AI홈’을 선보였다. 관람객들이 AI홈 솔루션과 빌트인 스타일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LG전자는 집 안 공간과 제품, 서비스를 AI로 연결하는 ‘AI홈’을 선보였다. 관람객들이 AI홈 솔루션과 빌트인 스타일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LG전자는 공간과 냉장고에 적용해온 핏 앤 맥스 솔루션을 세탁기와 건조기, 식기세척기로 확대했다. 새로 내놓은 식기세척기는 세척부터 건조까지 1시간에 끝낸다. 2024년 인수한 네덜란드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 앳홈(Athom)의 '호미(Homey)'를 기반으로 발전과 저장, 소비를 함께 보여주는 홈 에너지 관리 시스템도 선보였다. AI홈 적용 범위는 가정을 넘어 빌딩과 오피스까지 넓혔고, B2B 통합 관리 솔루션 씽큐 프로로 냉난방공조와 에너지 설비까지 관리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두 회사의 접근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TV와 모바일, 웨어러블을 아우르는 제품 생태계의 폭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LG전자는 생활가전 경쟁력에 상황을 인식하는 AI 에이전트를 결합하는 데 집중했다.

다만 개별 제품에 AI 기능을 넣는 단계를 지나 여러 기기와 서비스를 묶어 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가겠다는 방향은 같다.

샤오미, 첫 IFA에 3300㎡ 부스…TCL은 21A홀 통째로

샤오미는 올해 처음 IFA에 나오면서 3300㎡가 넘는 부스를 차렸다. 자사 해외 전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휴먼×카×홈'을 주제로 380개 이상 제품을 전시했고, 스마트홈 브랜드 미지아를 유럽 시장에 정식으로 들여왔다. 130개 이상 카테고리, 2000개 이상 품목이다.

샤오미는 2027년 유럽에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이번 전시에서 공식화하면서, 차 안에서 집 안 기기를 제어하는 구성을 앞세웠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AI와 운영체제, 자체 반도체, 전기차, 로봇, 스마트 제조에 24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TCL은 21A홀 전체를 단독으로 빌려 'AI 인스파이어드 라이프'를 내걸고 최대 밝기 1만 니트급 미니 LED TV를 공개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TCL과 1·2위를 다투는 하이센스는 차세대 RGB 미니 LED TV 기술을 선보였다. 로보락과 에코백스, 드리미 등 로봇청소기 업체들도 신제품을 들고 나왔다.

휴머노이드 출하 1·2·3위가 모두 중국…유럽 세탁기·냉장고도 20%

올해 중국 업체들은 가격 대신 로봇 기술을 앞세웠다. IFA는 102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로봇 온 더 런웨이(Robots on the Runway)'를 열었다. 9월 5일 크리에이터 스테이지에서 휴머노이드와 4족보행 로봇이 패션쇼 캣워크를 걸으며 센서 기반 보행과 모터 제어를 시연했다.

무대에는 유니트리와 즈위안로봇, 엔진AI, 딥로보틱스, 도봇, 아스트랄다이내믹스, 아이모가 등이 올랐고 대부분이 중국 업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2026년 1월 발표한 집계에서 2025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약 1만3000대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즈위안로봇이 5168대로 1위, 유니트리가 4200대로 2위였고 3위 유비테크(1000대)까지 상위 세 곳이 모두 중국 업체다.

생활가전 시장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업체들이 하이얼 등을 앞세워 현지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유럽 세탁기·냉장고 시장의 약 20%를 확보했고 유럽 규제당국이 이 속도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일렉트로룩스와 BSH, 밀레 같은 유럽 전통 강자는 비용 상승과 경쟁 심화로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독일 IT 전문지 c't의 울리케 쿨만 편집자는 ZDF에 중국 업체를 두고 "괜찮은 품질을 납득할 만한 가격에 내놓는다. 다른 업체들이 버린 중간 시장을 노린다"고 평가했다.

다만 ZDF는 휴머노이드 로봇 가격이 아직 최소 다섯 자리 수 유로여서 실생활과는 거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계단을 스스로 오르는 로봇청소기처럼 특정 가사에 특화된 로봇이 먼저 실용화되고 있다고 봤다.

하드웨어 사양만 놓고 겨루면 중국 업체와의 거리는 이미 좁혀진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개별 제품 사양 대신 기기를 묶는 소프트웨어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전략을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