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 중국 배터리 7개사, 전기차 점유율 72.8%…휴머노이드에서는?
[톺아보기] 중국 배터리 7개사, 전기차 점유율 72.8%…휴머노이드에서는?
  • 정단비
  • 승인 2026.09.1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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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세계 시장이 20% 넘게 성장하는 동안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모두 낮아졌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상위권을 차지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의 시선은 전기차 밖으로 향하고 있다. ESS와 함께 로봇이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하면서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에서는 중국 업체가 국내 업체보다 먼저 휴머노이드 기업에 샘플을 공급한 사례도 나왔다. 전기차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는 K배터리가 휴머노이드와 전고체 배터리 시장에서는 어떤 경쟁 구도를 만들지 주목된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커졌는데…K배터리 점유율은 하락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1~7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하이브리드(HEV)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은 725.2GWh로 전년 동기보다 20.4% 증가했다.

국내 업체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은 60.3GWh로 4.5% 늘어 글로벌 3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시장 전체 성장률을 밑돌면서 점유율은 9.6%에서 8.3%로 1.3%포인트 떨어졌다.

SK온은 22.3GWh로 9.8% 감소했다. 점유율은 4.1%에서 3.1%로 1.0%포인트 낮아졌고 순위는 8위였다. 

반면 중국 업체의 영향력은 커졌다. 상위 10개사 가운데 중국 업체는 7곳이었으며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72.8%로 전년 동기보다 3.1%포인트 상승했다. CATL의 배터리 사용량은 289.6GWh로 26.6% 증가했고 점유율은 39.9%까지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유럽의 배터리 사용량이 29.3%, 중국이 16.6% 증가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는 77.1% 늘었고 남미도 192.6% 증가했다. 반면 북미는 20.2% 감소했다.

이런 시장 변화 속에서 국내 배터리 3사는 ESS와 로봇 등 전기차 외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 심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하고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3사 모두 2분기 흑자…ESS 이어 로봇으로 수요처 확대

점유율 하락과 별개로 실적은 개선됐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은 2026년 2분기 나란히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매출 7조5602억원, 영업이익 1133억원을 기록했다. 북미 ESS 출하 확대와 유럽 가동률 개선, 원통형 배터리 판매 증가 등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SDI는 2분기 매출 3조7688억원, 영업이익 2038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의 흑자다. 삼성SDI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ESS·UPS·BBU 수요와 유럽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 증가 등을 실적 개선 요인으로 설명했다.

SK온도 2분기 매출 2조9460억원, 영업이익 8218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 지역 판매 확대와 미국 세액공제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고객 보상금 등 일회성 요인도 포함돼 있어 흑자 전환의 내용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로봇은 이 같은 사업 다각화 흐름에서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로봇 기업 6곳 이상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여러 선도 로봇 기업과 차세대 모델용 샘플 공급 및 사양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로봇용으로 공급하는 제품은 2170 원통형 배터리다.

삼성SDI는 3월 인터배터리 2026에서 휴머노이드 등 피지컬 AI용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처음 공개했다. 올해 하반기 주요 고객사에 완성형 샘플을 출하해 실전 평가를 받고 2027년 하반기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훈풍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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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 로봇에서 먼저 상용화될까

로봇이 전고체 배터리의 초기 적용처로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DB증권은 2026년 1월 보고서에서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보다 로봇에 먼저 적용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로봇은 전기차보다 필요한 배터리 용량이 작고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어 초기 기술의 한계를 운용 방식으로 보완하기 상대적으로 쉽다는 분석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계면 임피던스와 저온 성능, 황화리튬 가격 등이 꼽힌다. 로봇은 전기차보다 필요한 배터리 용량이 작아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시험하기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가 곧바로 대규모 시장을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로봇용 배터리 시장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중국 파라시스, 휴머노이드용 전고체 샘플 공급

중국 파라시스에너지는 2025년 휴머노이드 로봇용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선도 기업에 공급했다. 파라시스가 공개한 1세대 제품의 에너지밀도는 400Wh/kg 수준으로 제시했으며, 해당 배터리를 적용하면 로봇의 연속 가동 시간을 8~12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들의 개발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CALB는 로봇·항공기용 전고체 배터리의 에너지밀도가 450Wh/kg을 넘는다고 밝혔으며, 2026년 4분기 로봇용 배터리를 천 대 단위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EVE에너지도 휴머노이드와 저고도 항공기 등을 대상으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에너지밀도와 공급 일정은 각 업체가 공개한 개발·사업 계획에 따른 수치로, 동일한 조건에서 제3자가 검증한 성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국 업체가 앞서가는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양산까지는 소재와 공정, 수율, 가격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로봇 배터리 시장은 아직 작다…지금은 ‘기술 시험장’

로봇용 배터리 시장의 현재 규모를 보면 배터리 3사가 로봇 시장을 당장 실적의 중심으로 삼기는 어렵다.

인터랙트 애널리시스(Interact Analysis)에 따르면 2024년 이동로봇과 소비자용 로봇 등을 포함한 로봇용 리튬이온 배터리 출하량은 약 5.2GWh로,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출하량의 0.4% 미만이었다.

휴머노이드 시장도 아직 초기 단계다. 인터랙트 애널리시스는 2025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이 1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으며, 대당 평균 배터리 용량을 2kWh로 가정할 경우 관련 배터리 수요를 약 20MWh로 추산했다.

따라서 20MWh를 실제 휴머노이드에 탑재된 배터리 물량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출하량과 대당 평균 용량을 바탕으로 계산한 시장 수요 추정치이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한 대에 들어가는 배터리 용량도 전기차보다 훨씬 작다. 공개 자료 기준 테슬라 옵티머스 2세대는 52V·2.3kWh, 피규어AI의 Figure 02는 2.25kWh 수준으로 알려졌다. 유니트리 H1의 배터리 용량은 약 0.86kWh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26년 1~7월 차량에 사용된 배터리 60.3GWh를 공급한 것과 비교하면 현재 휴머노이드 배터리 시장과의 규모 차이는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의 60.3GWh는 인터랙트 애널리시스가 추산한 2025년 휴머노이드 배터리 수요 20MWh의 약 3000배다.

전기차에서 중국 업체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휴머노이드와 전고체 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 수 있는 분야다. 당장 시장 규모를 키우기보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실제 로봇에 적용하고 고객사와 성능을 검증하는 단계에 가깝다.

결국 로봇은 K배터리 3사의 실적을 단숨에 바꿀 시장이라기보다, 전기차 이후를 준비하는 기술과 고객 확보의 시험장에 가깝다. 중국 업체가 먼저 샘플 공급에 나선 가운데 국내 업체들이 전고체 기술과 로봇용 배터리에서 얼마나 빠르게 고객사를 확보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