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이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 겸 희망스튜디오 이사장의 이혼을 인용하고, 배우자 이모씨에게 스마일게이트 주식 35%와 현금 650억원, 총 2조5500억원 상당을 재산분할하라고 판결했다. 확정될 경우 국내 이혼·재산분할 소송 사상 최고액이 된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재판장 정동혁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이씨가 권 CVO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에서 이혼 청구를 인용했다. 두 사람은 2020년부터 별거에 들어갔고, 이씨는 권 CVO가 가정에 소홀했다는 이유를 들어 2022년 11월 소송을 냈다. 소 제기로부터 약 4년 만에 나온 1심 결론이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혼인관계가 장기간 이어진 갈등 끝에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다만 파탄의 책임은 양측 모두에게 있고 그 정도도 대등하다고 봐, 이혼 청구는 받아들이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이번 소송의 최대 쟁점이었던 스마일게이트 주식의 재산분할 대상 포함 여부는 이씨 측 주장대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회사의 설립과 성장 과정에서 이씨가 전신인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이사로 재직했던 이력, 그리고 가사와 양육을 전담해 온 점을 근거로 해당 주식을 부부가 직간접적으로 함께 형성한 재산으로 판단했다.
분할 비율은 이씨 35%, 권 CVO 65%로 정해졌다. 재판부는 회사 설립과 경영 과정에서의 판단이 성장을 좌우한 만큼 권 CVO의 기여도가 더 높다고 봤다. 다만 주식이 분할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 이씨 측의 지원이 있었다는 점, 최근 별도 소송에서 옛 자회사 스마일게이트알피지(RPG)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된 점, 혼인 기간과 파탄 경위, 양측의 나이와 경제력 등을 두루 참작했다.
판결에 따르면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주식가액은 약 7조1049억원이며, 순재산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에 35%를 적용한 주식가액 약 2조4867억원과 현금 650억원을 더하면 이씨가 받는 재산분할액은 총 2조5500억원 상당이다. 재판부는 비상장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서는 현금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처분 자체도 쉽지 않은 데다 비용과 세금까지 감안해야 한다며 현물 분할을 명한 이유를 밝혔다.
권 CVO가 지분 100%를 단독으로 쥐고 있는 만큼, 35%를 넘기더라도 나머지 65%로 경영 통제력은 유지된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법조계에서는 일반결의(과반수)가 필요한 사안에는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합병이나 정관 변경처럼 3분의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사안에서는 35% 지분을 가진 이씨 측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녀 양육자는 이씨로 정해졌고, 권 CVO는 이달 말부터 매달 양육비 2000만원을 보내야 한다. 소송 비용은 양측이 나눠 낸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대주주 개인사에 회사가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권 CVO 측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1심까지 4년이 걸린 만큼, 항소심으로 이어지면 최종 확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권 CVO는 1974년생으로, 서강대 전자공학과 재학 중이던 이씨와 만나 2001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후 1999년 학교를 마치고 2002년 자본금 5000만원을 들여 스마일게이트를 세웠는데, 이 무렵 지분은 권 CVO가 70%, 이씨가 30%를 나눠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 지분은 이후 반복된 유상증자로 3%대까지 희석됐고 2010년 무렵 텐센트에 전량 매각됐으며, 권 CVO는 2012년 이를 되사들여 단독 100% 보유 구조를 완성했다.
한편 스마일게이트는 국내 대형 게임사 가운데 유일하게 비상장 기조를 지켜온 곳이다. 올해 1월 1일에는 지주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가 크로스파이어의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와 로스트아크의 스마일게이트RPG를 흡수합병해 통합법인 '스마일게이트'로 전환했으며, 성준호 대표가 이끌고 있다.
판결이 확정되면 20여년간 이어온 권 CVO의 단독 100% 지배구조는 깨지고 지분율은 70%로 낮아져, 스마일게이트는 창업자 외의 주주를 처음 맞게 된다. 다만 현물 분할이 결정되면서 자금 조달 수단으로 거론돼 온 기업공개(IPO) 압력은 일단 비켜간 모양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