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간 국가 철도망의 밑그림을 그리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발표를 앞두고 서울 자치구들이 총력전에 나섰다. 노원구는 수서발 KTX의 광운대역 정차를 위해 구청장이 직접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났고, 도봉구는 창동역 정차를, 강동구와 강서구는 GTX-D 노선 반영을, 중랑구는 GTX-E 신내역 정차를 요구하고 있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10년 단위로 수립되는 철도 건설의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여기에 반영돼야 예비타당성조사 등 후속 절차와 국비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치구마다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같은 시기 인천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GTX-B 청학역은 지난해 말 경제성(B/C) 1.03을 확보하며 신설이 확정됐지만, 올해 상반기 사업비가 애초 추산(2540억원)보다 늘어나면서 재검증한 B/C 값이 기준치 1 아래로 떨어졌다. 인천시는 원도심 활성화 필요성을 내세워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심사 결과는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경제성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걸림돌은 변전소다. 청학역 운행에 필요한 전철변전소가 연수구 청학사거리 비류근린공원(옛 사모지공원) 지하에 들어서는 안이 검토되면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오랜 방치 끝에 최근에야 공원 기능을 되찾은 부지에 변전소가 들어서면 공원 기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전자파 영향에 대한 불안, 대안 입지 검토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채 사업이 진행되는 데 대한 불신이 겹쳐 있다. 공원 부지를 실제로 쓰려면 연수구의 점용 허가가 필요한데, 주민 수용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이 절차부터 지연될 수 있다.
비슷한 갈등은 GTX-C 청량리변전소 신설이 필요한 동대문구에서도 벌어졌다. 아파트와 18m 거리에 변전소가 들어설 예정이자 주민 3500여 명이 집단민원을 제기했고, 국민권익위 중재로 기존 변전소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모의실험이 진행된 바 있다.
구로구에서도 지난 3월 ‘GTX-B노선 구일역 2번 출구 환기구 설치 반대위원회’가 조직되면서 GTX-B 노선 조정과 환기구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신규 노선의 정차역은 교통 편의와 부동산 가치 상승 같은 편익만 누리는 반면, 변전소나 환기구 같은 필수 부대시설은 소음·진동·전자파 같은 비용을 특정 동네가 떠안아야 한다.
정차역 유치전에서는 이 비용이 이미 다른 구간에 배분된 뒤라 편익만 두고 경쟁이 벌어지지만, 청학역처럼 정차역과 변전소가 묶인 사업에서는 편익을 얻으려면 비용도 함께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부딪힌다. 결국 역이 어디에 생기느냐보다, 그 역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시설을 누가 떠안느냐가 갈등의 실제 문제인 셈이다.
한편 1인가구 입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이름이 오르거나 지자체가 유치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과, 실제 개통까지 이어지는 것 사이에는 예비타당성조사, 중앙투자심사, 주민 수용성 확보라는 여러 관문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관심 있는 노선이 있다면 계획 반영 여부뿐 아니라 이런 후속 절차의 진행 상황까지 함께 확인해두는 편이 실제 입주나 이사 시점을 가늠하는 데 더 정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