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아파트도 더 커진다…하이엔드 주거도 '대단지' 시대 
고급 아파트도 더 커진다…하이엔드 주거도 '대단지' 시대 
  • 김다솜
  • 승인 2026.09.16 15: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수 가구 중심 고급주택서 수천가구 대단지로 하이엔드 확산
압구정·반포·목동 재건축도 초대형 커뮤니티·특화설계 경쟁
폐점 마트·백화점 부지도 입지 활용한 고급 주거단지로 변신

국내 고급 주거시장의 경쟁 무대가 개별 주택에서 단지 전체로 넓어지고 있다. 고급 마감재와 넓은 평형을 앞세우는 데서 나아가 수백~수천 가구 규모의 단지에 호텔식 서비스와 대규모 조경, 웰니스 시설 등을 집약하는 개발이 잇따르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신규 하이엔드 주거상품을 넘어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과 폐점한 대형마트·백화점 부지 개발로도 확산하고 있다. 주거 상품의 고급화 기준이 ‘한 채를 얼마나 비싸게 만드느냐’에서 ‘단지 안에서 어떤 생활을 누릴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부동산업계에서는 대단지와 하이엔드 상품을 결합한 형태를 ‘매시브 하이엔드’로 부르고 있다. 과거 고급 주거가 적은 세대 수와 희소성, 프라이버시를 강조했다면 최근에는 규모를 키우고 커뮤니티와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식이 부상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더파크사이드 서울’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합쳐 1000가구를 웃도는 규모로 조성되며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와 카페, 레스토랑, 피트니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윤슬자이’는 전용면적 114~203㎡, 총 651실 규모로 조성된다. 지하 1~3층에는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위탁 운영하는 약 1만㎡ 규모의 웰니스 시설이 들어서고 상층부에는 스카이 커뮤니티가 마련된다.

경기 화성 동탄의 ‘아크메르 동탄’은 1808가구 규모 대단지에 유럽산 고급 마감재와 특화 외관 설계를 적용한다. 전 가구의 천장고를 높이고 주차 공간을 확대하는 등 일부 펜트하우스에 집중됐던 고급 사양을 단지 전반으로 확장했다.

단지 규모가 커질수록 수영장이나 대규모 조경, 체육시설 등 소규모 고급주택에서는 확보하기 어려운 시설을 조성하기 쉽다는 점도 대단지형 하이엔드가 확산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시설 조성과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많은 가구가 나눠 부담할 수 있어 관리 측면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 수 있다.

ⓒ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재건축도 ‘단지 전체 고급화’ 경쟁

서울 주요 정비사업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압구정3구역은 최고 65층, 총 5175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커뮤니티 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재건축하는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는 최고 35층, 5007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실내 아이스링크와 오페라하우스 등 차별화된 커뮤니티 시설을 예고했다.

목동에서도 대규모 재건축을 둘러싼 고급화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목동13단지는 기존 2280가구를 최고 49층, 3852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예정 공사비만 약 2조3763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은 수주를 위해 미국 건축설계사 SMDP와 손잡고 특화 입면과 하이엔드 커뮤니티, 조망과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스카이라인 등을 제안했다.

건설사들이 재건축 수주 단계부터 글로벌 설계사와 고급 커뮤니티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정비사업에서도 단지의 상품성이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재건축 수주전이 브랜드와 공사비, 사업 조건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조경과 커뮤니티, 외관 디자인, 주거서비스까지 차별화 요소로 확대되는 추세다.

대형마트 자리도 고급 주거로

주거 단지를 새로 공급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소비 확산과 유통업계 구조조정으로 문을 닫은 대형마트와 백화점 부지가 새로운 주거 개발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대형 유통시설은 대체로 교통과 상권 등 생활 인프라가 이미 형성돼 있고 토지 권리관계도 상대적으로 단순해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옛 메가마트 부지에는 835가구 규모 하이엔드 아파트 ‘써밋 리미티드 남천’이 들어선다. 지난해 1순위 청약에는 1만6000여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22.62대 1을 기록했고, 부산에서 처음으로 3.3㎡당 평균 분양가가 5000만원을 넘어섰음에도 분양을 마쳤다.

경기 부천 옛 홈플러스 상동점 부지에는 최고 49층, 1859가구 규모의 ‘상동역 롯데캐슬 시그니처’가 조성된다. 서울 동대문구 홈플러스 동대문점 자리에도 최고 49층 규모의 주상복합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백화점 부지가 주거시설로 전환된 사례도 있다. 경기 안양시 옛 NC백화점 평촌점 자리에는 622실 규모의 ‘힐스테이트 범계역 모비우스’가 들어섰다.

신규 분양과 재건축, 유통부지 개발까지 서로 다른 사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변화는 고급 주거의 기준이 세대 내부를 넘어 단지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넓은 평형과 고급 마감재뿐 아니라 조경과 커뮤니티, 주차, 생활서비스까지 단지 전체의 완성도가 주거 상품의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