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형건설사들의 도시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수주 경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순위 재편이 잇따르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누적 수주액은 이달 중순 기준 33조8780억원에 달해 지난해 연간 실적(48조원대)에 근접하는 흐름이다.
현대건설, 2년 연속 '10조 클럽'…목표 84.3% 달성
빅5 가운데 선두는 현대건설이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광장아파트 38-1 재건축사업', 울산 '남구 B-01구역 재개발사업', 대구 '명륜지구 재개발사업' 시공권을 잇달아 확보하며 올해 누적 수주액이 10조118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건설업계 최초로 연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0조원 시대를 연 데 이어 2년 연속 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먼저 10조원 고지에 올라선 기록이다.
3개 사업지의 공사비는 여의도 광장아파트 38-1 재건축사업 5463억원, 울산 남구 B-01구역 재개발사업 7110억원, 대구 명륜지구 재개발사업 5001억원이다. 여의도 광장아파트 38-1은 영등포구 여의도동 38-1번지 일대에 지하7층~지상 최고 49층, 3개 동, 총 405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현대건설은 '윌로우 168'을 단지명으로 제안했다.
울산 남구 B-01구역은 신정동 1441-6번지 일원 9만3084㎡ 부지에 총 1482가구 규모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으로 '힐스테이트 신정리버프론트'가, 대구 명륜지구는 중구 남산동 437번지 일원 4만8353㎡ 부지에 공동주택 16개 동 1082가구와 오피스텔 92실을 짓는 사업으로 '힐스테이트 남산 시그니처'가 각각 제안됐다.
현대건설은 압구정3구역·5구역 재건축, 군포 금정2구역 재개발, 신길1구역·안양 충훈부 일원 공공재개발 등도 잇달아 수주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4분기에는 총 4248가구 규모의 목동10단지 재건축과 용산 한강로구역 등 핵심 사업지 수주를 추진해 연초 제시한 연간 목표를 넘어선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브랜드와 기술력, 금융 경쟁력은 물론 사업을 끝까지 책임지고 수행하는 역량에 보내주신 조합원들의 신뢰가 만든 결과"라며 "앞으로도 사업성과 미래가치를 면밀히 검토하고 수주한 사업을 안정적으로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성수3지구로 GS건설 제치고 2위 탈환
2위 자리는 삼성물산과 GS건설이 시즌 내내 엎치락뒤치락했다. 삼성물산은 같은 날인 19일 서울 성동구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총회에서 시공사로 최종 선정되며 순위를 뒤집었다.
성수2가1동 572-7번지 일대에 최고 72층, 총 11개동 2203세대를 짓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1조8275억원 규모다. 삼성물산은 신규 단지명으로 '래미안 레비르 성수'를 제안했으며, 영국 건축설계사 포스터+파트너스와 협업해 최고 250m 높이의 초고층 타워를 중심으로 한 한강변 랜드마크 설계안을 마련했다.
조망분석 솔루션을 활용해 최상급 한강 조망 세대 1216가구를 계획, 조합원 959명 전원이 해당 세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한강과 맞닿은 55m 길이 파노라마 브릿지와 약1만6000평 규모 중앙광장 등 하이엔드 커뮤니티 시설도 담았다.
이번 수주로 삼성물산의 누적 수주액은 7조3370억원으로 늘어 GS건설(5조5477억원)을 앞질렀다.
삼성물산 임철진 주택영업본부장은 "성수3지구가 지닌 입지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세심하고 차별화된 설계 요소들을 반영했다"며 "초고층 시공 역량과 미래 주거 기술을 바탕으로 성수 한강변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앞서 압구정4구역, 개포우성4차, 대치쌍용1차 등 강남권 사업지를 중심으로 실적을 쌓아왔다. GS건설은 성수1구역과 송파한양2차 등 대형 사업장을 확보하며 상반기 한때 2위를 지켰으나 삼성물산의 성수3지구 수주로 순위가 바뀌었다.
대우건설·롯데건설, 4~5위권에서 몸집 불려
빅3 뒤를 잇는 누적 수주 4~5위 경쟁은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몫이다.
대우건설은 상도15구역 재개발, 안산 고잔연립5구역 재건축 등 알짜 사업지를 잇달아 확보하며 이달 초 누적 수주액 4조3530억원으로 삼성물산과의 격차를 6443억원까지 좁혔고, 지난 16일에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도시환경정비사업(6361억원, 최고 49층·4개동·1104가구)까지 추가로 따내며 누적액을 더 끌어올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하반기 목동8단지 재건축, 신월시영 재건축, 의정부 가능4구역 재개발 등에서 추가 수주에 성공하면 연간 수주액이 6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도곡우성아파트 재건축(4002억원, 단지명 '도곡 르엘')을 수주하며 누적 수주액 4조110억원을 채웠다. 앞서 가락극동아파트 재건축(4840억원), 금호제21구역 재개발(6242억원), 창원 용호3구역 재건축(3967억원),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 재개발(1조3492억원), 안양 충훈부 일원 공공재개발(7567억원) 등 6건을 수주했다.
목동신시가지 재건축을 겨냥해 '써밋 라운지'(대우건설)·목동 브랜드 라운지(포스코이앤씨·IPARK현대산업개발)에 이어 롯데건설도 목동 공략에 힘을 싣고 있어, 성공할 경우 역대 최대(2022년 4조3638억원)를 넘어 연간 목표 5조원 달성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격차 벌리는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는 목동 하나로 버티기
포스코이앤씨는 DL이앤씨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문래현대5차 리모델링, 신길역세권 재개발, 의정부9구역 재개발에 이어 광명 하안주공3·4단지, 서울 가락한신아파트 리모델링 등을 잇달아 확보하며 누적 수주액 3조4267억원(전체 6위)까지 늘렸다.
재개발·재건축뿐 아니라 리모델링 등 비철거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올해 목표(6조5000억원) 달성을 위해서는 목동4단지와 송파 오금현대 등 하반기 대형 사업지 수주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DL이앤씨는 상반기 막판 목동6단지 재건축을 단독으로 수주하며 누적 수주액 1조2868억원을 채웠다. 성수2지구 재개발은 1차 단독입찰로 유찰돼 수주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며, 하안주공9단지·목동14단지 등에도 참여할 방침이다.
하반기 최대 변수는 '목동'·여의도
하반기에는 목동신시가지 재건축이 순위 변수로 꼽힌다. 총 14개 단지로 구성된 대형 사업으로, 현대건설은 10단지, 삼성물산은 13단지, GS건설은 12단지, 포스코이앤씨는 4단지와 8단지 등에서 각각 수주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광장아파트, 은하·삼익아파트 등 여의도권 사업장 시공사 선정 결과도 연말 순위표를 흔들 변수다.
업계에서는 민간 분양시장 위축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대형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감 확보가 가능한 정비사업에 수주 역량을 집중하는 흐름이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