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공 정책자금②] 10년 기업에도 '돈 펑펑'…애 타는 중소기업
[중진공 정책자금②] 10년 기업에도 '돈 펑펑'…애 타는 중소기업
  • 채신화 기자
  • 승인 2015.05.1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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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계곡' 창업 3~5년 기업, 순수익 하락하는데 정책자금 지원비율도 낮아
▲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정책자금이 자생기반이 낮은 중소기업에 충분히 돌아가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뉴시스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정책자금이 자생기반이 낮은 중소기업에 충분히 돌아가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진공 정책자금은 자금력과 담보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 시장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하거나 투자하는 금액으로,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등의 예산을 재원으로 한다.

지난 1960년대부터 설립된 중진공 정책자금은 이후 1980년대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 문제가 대두되면서 본격화돼, 올해만 해도 3조원이 넘는 예산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중진공은 창업기업에서부터 창업 후 성장기반이 필요한 신성장기업, 그리고 사업 실패 후 다시 도전하는 재도약기업까지 목적에 맞게 다양한 자금공급원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가장 큰 고충이 '돈'인 만큼 정책자금에 대한 수요가 날로 높아지는 반면, 중진공의 정책자금 운영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력 높아도 정책자금 지원비율 높아…왜?

보통 업력이 오래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자금 규모나 운영 능력이 탄탄하기 마련이다.

중진공의 정책자금 가운데 업력 3년 이하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기업지원자금' 부분에 예산이 가장 많이 책정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진공은 업력이 오래된 기업들에게도 꽤 높은 비율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있어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중진공의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추이와 그 시사점(2002~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정책자금 중 43.18%가 창업 3년 이하의 기업에 지원됐다.

▲ 중소기업 업력에 따른 정택자금 지원 추이 ⓒ 경제개혁연구소 '중진공의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추이와 그 시사점' 보고서

이어 창업 4~7년의 기업은 17.63%, 창업 8~11년 기업 13.70%로 업력이 오래될수록 지원 비율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창업 12년 이상 기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인 25.50%의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이하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정책자금 목적에 부합되지만, 10년이 더 된 기업에 대한 높은 지원율은 정책자금의 효율적인 분배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12년 이상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11년간 평균 30.09%를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만 해도 10년 이상 중소기업에 대한 집행금액이 전체 지원 금액의 25.86%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중진공 관계자는 "중진공 정책자금의 대상이 되는 중소기업의 첫 관문은 (연 매출) 500억원 미만"이라며 "(연 매출 500억원 이상의) 우수기업은 일반 금융권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중진공은 중소기업 생애주기별로 창업기, 기업성장기, 재도약기 3단계로 나눠 지원하고 있다"며 "창업 기업에 가장 많은 예산을 쓰고 있고 그 다음은 신성장자금으로 쓰인다"고 밝혔다.

즉, 중진공 정책자금을 지원받는 중소기업들은 일반 금융권을 이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상태이며, 업력이 오래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금은 주로 신성장자금으로 쓰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사실 중소기업들이 연구·개발 단계에 들어서면 보통 3~4년, 길게는 5~6년 동안은 매출이 거의 없다"며 "본격적으로 상업화하는 시점에 정책자금을 지원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기업들은 운전자금 보다는 시설자금 위주로 지원한다"며 "업력이 그 정도 되면 생산량도 많아지고 매출액도 커져야 할 때니까 공장이나 기계를 확장하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진공 손길 필요한 '죽음의 계곡'

물론 업력이 비교적 오래된 기업도 사업을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자금이 필요하지만 문제는 사업의 존폐 가로에 놓여 있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중소기업청의 '창업기업 실태조사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으로 전체 창업기업 평균 순수익은 3년차까지 상승하다가 4·5년차에 감소했다.

▲ 기술기반창업의 '죽음의 계곡' ⓒ 중소기업청 '창업기업 실태조사 발표' 보고서

보고서에서는 창업 후 3년에서 5년을 이른바 '죽음의 계곡'이라 칭했는데, 실제로 창업기업의 평균 당기순이익은 1년차에 2억8000만원에서 3년차 5억6000만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다가 죽음의 계곡인 4년차부터는 3억7000만원으로 하락한 뒤 5년차에는 2억7000만원으로 창업 첫해보다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6년차부터는 다시 당기순이익이 상승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지원주체들이 자금 회수 가능성을 우선 고려했거나 업력이 짧으면서도 지원기준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이 적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진공 관계자는 창업 4~7년 중소기업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지 않냐는 질문에 "중진공은 다양한 자금의 목적에 맞게 지원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워낙 많아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창업 후 10년이 넘어선 기업은 시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생존기반을 닦았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죽음의 계곡' 등 지원이 더욱 절실한 기업에 대한 지원방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다양한 지원체계는 중진공 정책자금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지만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사정을 깊숙이 알고, 보다 효과적인 지원을 해 나가는 것이 중진공의 숙제로 풀이되고 있다.

(데일리팝=채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