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가족 복지가 자녀에서 고령 부모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 현대그린푸드는 시니어 케어 기업 케어링과 협약을 맺고 임직원의 부모·조부모를 대상으로 방문돌봄과 병원 동행, 장기요양 상담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이를 국내 식품업계 첫 임직원 고령가족 돌봄 지원 사례라고 설명했다.
개인이 부모 돌봄이 필요할 때 직접 업체를 검색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에서, 기업이 서비스를 선별해 임직원에게 할인이나 무료 혜택으로 제공하면 임직원들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
자녀 중심이던 기업 복지, 고령 부모로
기업의 가족친화제도는 그동안 출산과 육아에 집중돼 있었다.
실제로 김수한·우하진 고려대 연구진이 2025년 국내 상장기업과 외국계 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는 국내 기업의 가족친화정책이 저출산 대응과 자녀 돌봄에 집중돼 있고, 고령가족 돌봄에 대한 기업 차원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구구조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국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3%다. 2036년에는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부모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직장인이 감당해야 하는 가족 돌봄의 범위 역시 자녀에서 부모로 확대되는 구조다.
휴가에서 ‘돌봄 서비스’로
현행 제도에도 부모를 돌볼 수 있는 가족돌봄휴가가 있다.
근로자는 부모·조부모 등 가족의 질병이나 사고, 노령 등을 이유로 연간 최대 10일의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무급이다.
현대그린푸드의 제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임직원이 직접 시간을 내 부모를 돌보는 것뿐 아니라 필요한 업무 일부를 전문업체에 맡길 수 있도록 했다.
요양보호사가 자택을 방문해 식사와 복약, 세면 등을 돕는 방문돌봄 서비스를 할인가에 이용할 수 있고 병원 동행은 연간 8시간까지 무료다. 전문 인력이 병원 방문부터 진료·수납·귀가까지 동행하고 진료 내용 등을 정리한 리포트도 제공한다.
장기요양 등급 신청과 돌봄 서비스 이용 방법을 상담하는 전용 창구와 사회복지사의 대면 상담도 지원한다.
기업 복지가 단순히 ‘돌볼 시간을 주는 것’에서 외부 전문 서비스를 통해 돌봄 부담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시니어 케어업계, 이미 기업 복지시장 공략
시니어 케어 업체들은 이미 기업을 별도의 고객군으로 보고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케어닥은 임직원 복지용 간병 서비스 제휴를 별도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공무원연금공단과 보험사 등을 대상으로 전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업 임직원 복지와 연계한 부모 돌봄·병원 동행 등을 사업 영역으로 제시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이에 시니어 케어 기업들이 만들어온 기업간거래(B2B) 서비스가 일반 기업의 임직원 복지 안으로 실제 진입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기존에는 고령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본인이나 가족이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가 중심이었다. 이제는 부모를 돌보는 직장인의 시간과 부담을 줄여주는 서비스가 기업 복지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고령화가 기업 인사정책도 바꾼다
부모 돌봄 문제는 복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국내 연구에서도 고령화와 맞벌이 확대에 따라 근로자의 가족돌봄이 자녀 양육에서 부모·고령가족, 두 세대를 동시에 돌보는 ‘이중돌봄’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가 이번 제도의 목적을 ‘업무 몰입 환경 조성’과 연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그린푸드 박홍진 사장은 “국내 고령 인구가 지속 증가하면서 자녀 양육에 집중됐던 가족 돌봄의 영역이 고령 가족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임직원들의 가족 돌봄에 보탬이 되고 업무에도 더욱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는 더욱 다양한 복지 제도를 선제적으로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부모 돌봄이 육아와 함께 직원의 일·생활 균형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