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운용사·노사 공동법인·공공기관 등 법안마다 해법 달라
공적기관 점유율 제한부터 운영비 부담까지 세부 설계 논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모아 전문기관에 맡기는 ‘기금형 퇴직연금’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 규모의 경제와 전문적인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고 수수료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운용을 맡을 기관에 대해서는 법안마다 해법이 다르다. 민간 전문운용사와 노사 공동법인을 활용하는 방안부터 별도 공공기관을 설립하거나 국민연금 등 기존 공적연금기관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까지 제시됐다.
당정은 국정감사 이후 기금형 퇴직연금 입법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정부안과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을 통합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내 처리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운용 주체와 적용 범위 등 구체적인 제도 설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행 퇴직연금은 사용자나 가입자가 은행·보험·증권사 등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고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계약형이 중심이다. 기금형은 여러 가입자의 적립금을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계약형과 병행해 사업장과 가입자의 선택지를 넓히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노사 공동 수탁법인안은 비영리 법인을 중심으로 한 기업·산업형 모델이다. 근로자대표와 사용자대표가 같은 수로 참여하며 적립금 3000억원 이상 또는 가입자 3만명 이상 사업장 등에 기금형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안도걸 의원안은 민간 전문운용사 간 경쟁에 무게를 뒀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기금형을 확대하고 허가받은 퇴직연금기금 전문운용사들이 경쟁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가입자가 2년 단위로 기금을 옮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공 부문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도 나왔다. 박홍배 의원안은 고용노동부 산하에 별도 퇴직연금공단을 설립해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의 역할을 확대하도록 했다. 안호영 의원도 퇴직연금 전담 공공기관의 설립·운영 근거를 담은 ‘퇴직연금공단법안’을 발의했다.
이용우 의원안은 별도 기관을 신설하는 대신 기존 공적연금기관의 참여를 허용한다. 국민연금공단·공무원연금공단·사학연금공단이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하고 대상 사업장 규모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금융기관과 노사연합 및 공적연금관리기관이 함께 경쟁하는 구조다.
공적기관 참여안에 점유율 상한…운영비는 국가 부담
이용우 의원안에는 공적연금관리기관의 시장점유율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 시행 후 3년까지는 10%, 4년째는 20%, 5년째는 3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점유율 산정 기준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이며 5년이 지나면 상한이 사라진다.
공공기관 개방형 기금의 도입과 관리·운영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도록 했다. 사업자 진입 절차도 민간과 다르다. 민간 수탁법인은 재무 요건을 갖춰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공적연금관리기관은 설립 요건을 갖춘 것으로 간주해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적연금기관이 직접 사업자로 참여하는 방식 외에 위탁운용 근거도 포함됐다. 수탁법인과 근로복지공단이 기금 운용을 공적연금관리기관에 맡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기금형 확대와 가입자 보호 원칙은 앞서 노사정 합의에서도 제시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월 6일 발표한 노사정 TF 공동선언은 기존 계약형과 함께 금융기관 개방형·연합형·공공기관 개방형 등 다양한 기금형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공동선언은 기금을 가입자의 이익만을 위해 운용해야 한다는 수탁자책임도 명시했다. 이해상충 방지와 투명한 지배구조를 비롯해 내부통제와 정부의 관리·감독이 뒤따라야 한다는 원칙이다.
국정감사 이후 통합 논의에서는 민간 전문운용사와 노사 공동법인 및 공공기관의 참여 방식을 조율할 전망이다. 각 법안이 제시한 적용 범위와 운영비 부담 방식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