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코스피 폭락이 키운 국민연금 괴담...'2055년 고갈'부터 틀렸다
[팩트체크] 코스피 폭락이 키운 국민연금 괴담...'2055년 고갈'부터 틀렸다
  • 안지연
  • 승인 2026.10.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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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폭락 뒤 국민연금을 겨냥한 공포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번지고 있다. 정부가 증시를 떠받치려고 국민연금의 주식 매도를 막았고, 그 대가로 기금에서 240조원이 사라졌으며, 고갈 시계가 2055년에서 2045~2047년으로 10년가량 당겨져 1990년대생은 연금을 받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괴담의 계기는 지난 15일 증시다. 이날 코스피는 하루 만에 454.59포인트(7.57%) 떨어진 5554.22에 장을 마쳤다. 

‘240조원'은 공시 어디에도 없는 숫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가장 최근 공개한 월간 실적은 7월 말 기준이다. 7월 말 기금 적립금은 1684조1730억원으로 6월 말(1865조5760억원)보다 181조4030억원(9.7%)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 평가액은 543조2040억원에서 418조5580억원으로 124조6460억원(22.9%) 감소했다. 7월 한 달 사이 코스피가 20% 넘게 빠진 여파다.

줄어든 금액이 크긴 하지만 이를 곧장 '증발'로 읽을 수는 없다. 적립금은 보유 자산의 시가 변동에 더해 매달 들어오는 보험료와 나가는 연금 지급액까지 반영해 움직인다. 투자 성과를 가늠하는 잣대는 수익률이다.

올해 1~7월 누적 운용수익률은 14.84%(잠정)로 플러스를 지켰다. 6월 말 27.22%에서 12.38%p 내려앉았지만 연초 이후로 보면 여전히 이익 구간이다. 자산별로는 국내주식 60.11%, 해외주식 10.72%, 대체투자 4.09%, 해외채권 0.72%를 기록했고 국내채권만 -3.36%였다.

적립금 규모로 봐도 7월 말 적립금은 지난해 말(1458조원)보다 226조원가량 많다. 240조원이 사라졌다는 주장이 맞으려면 올해 불어난 몫을 통째로 반납하고도 더 잃어야 하는데, 공식 수치는 그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8월 이후 하락분은 아직 공시 전이어서 10월 급락까지 반영하면 평가액이 더 줄었을 수는 있다. 다만 7월 말 기준 국내주식이 전체 적립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9%로, 나머지 4분의 3가량은 해외주식·채권·대체투자 등에 나뉘어 있다. 국내 증시 낙폭을 기금 전체에 그대로 곱하는 셈법은 성립하지 않는다. 

매도를 '금지'한 적은 없다

앞서 기금운용위원회는 1월 국내주식 비중이 허용범위를 넘어도 기계적으로 팔지 않도록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한시 유예했고, 5월 28일에는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9%에서 20.8%로 5.9%p 높였다.

그러나 유예 조치는 6월 말 종료됐고 7월1일부터 리밸런싱이 다시 돌아갔다. 기금위는 하루에 조정할 수 있는 물량을 줄여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쪽으로 규칙을 바꿨을 뿐이다. 목표비중 상향도 이미 목표치를 크게 웃돌던 실제 보유 비중을 따라간 조치여서, 그만큼 주식을 새로 사들였다는 의미로 볼 수 없다.

운용 판단을 둘러싼 비판은 별개로 남아 있다. 상승장에서 국내주식 비중을 덜어낼 기회를 흘려보냈다는 지적으로, 실제 국내주식 비중이 6월 말 29.1%까지 높아진 상태에서 7월 급락을 맞았다. 이 문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공방의 소재가 됐다.

‘2055년 고갈'은 개혁 전 추계

다음으로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기준으로 삼은 2055년은 2023년 제5차 재정계산 결과로, 2025년 3월 연금개혁 이전 수치다. 개혁으로 보험료율은 9%에서 13%까지 단계적으로 오르고 소득대체율은 43%로 조정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6월 '기금운용실적 개선에 따른 국민연금 재정 수정전망'에서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재정수지가 2050년 적자로 돌아서고 기금은 2069년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1년 전 같은 기관 전망(2065년)보다 4년 늦춰졌다. 장기 평균 수익률을 기준치 4.6%보다 1%p 높은 5.6%로 가정하면 소진 시점은 2082년으로 밀리고, 2%p 높이면 전망 기간인 2120년까지 기금이 바닥나지 않는다.

소진 연도는 수십 년치 가정을 쌓아 계산하는 장기 추계의 산물이다. 몇 달치 평가손실을 그대로 대입해 10년이 당겨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반대로 지난해 국민연금은 역대 최고인 18.82% 수익률로 적립금을 245조원 불렸지만, 이를 반영한 소진 시점 연장 폭은 4년에 불과했다.

1990년대생 수급 개시는 소진 전망보다 앞선다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은 1969년생부터 65세다. 1990년생은 2055년, 1999년생은 2064년부터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한다. 예정처가 제시한 소진 연도인 2069년은 1990년대생 전원이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시점이다. 그해 1990년생은 79세, 1999년생은 70세가 된다.

또 2045~2047년 고갈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한 푼도 못 받는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적립금이 바닥나는 것과 연금 지급이 멈추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금이 바닥나도 지급은 국가가 보장

2025년 3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국민연금법은 제3조의2(국가의 책무)를 고쳐 국가가 연금급여의 안정적·지속적 지급을 보장하고 이를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개정 전 조문은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수준에 머물러, 기금이 부족할 때 국가가 재정으로 메울 의무까지 담겼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렸다. 연금개혁으로 '보장'이라는 단어가 법에 들어가면서 이 논란에 마침표가 찍혔다.

기금 소진은 그동안 쌓아둔 적립금을 다 쓴다는 의미다. 이후에는 그해 걷은 보험료로 그해 연금을 주는 부과방식으로 옮겨 가고, 부족분은 국가가 책임진다. 독일 공적연금은 법정 적립금을 월 지출액의 0.2~1.5배 수준으로만 유지하면서도 매달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한편 남는 과제는 재원이다. 예정처 분석에 따르면 2021~2025년 연금보험료 수입은 연평균 4.5% 늘어난 반면 급여 지출은 연평균 14.3%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입자는 2235만명에서 2181만명으로 줄었고, 수급자는 586만명에서 768만명으로 늘었다.

예정처는 기금 규모가 2049년 이후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대규모 자산 매각에 대비한 출구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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